둔감력. 제목만 봐도 일본어 어감이 전해져오더군요.

'둔감'이라는 일본어 단어 '돈칸'은 일반 대화에서도 자주 쓰일 정도로 친숙한 단어지요. 물론, 한국어의 뜻과도 비슷하지만, 조금 더 다른 늬앙스로 전해져 올 때가 있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어색한, 어쩌면 들어서 기분 나쁠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일본어에서는 무척 자연스럽게 사용될 정도로 친숙한 단어라는 느낌이 드네요. 물론, 말은 쓰는 사람들마다 제각각의 느낌이 있기 마련이지만요.

와타나베 준이치의 소설 '실낙원'이 한때 일본과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지요.

소설보다는 평이 좋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TV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조금 본 적이 있답니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였지만, 꽤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책은 그의 에세이더군요.

둔감력이라는 단어의 어감에서 전해져 오는 그 느낌과 이 책에서 전해져 오는 둔감이라는 느낌이 다르더군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롭고, 주위의 충격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흡수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와타나베가 예를 든 직장상사와의 관계, 야단을 맞는 명의의 이야기 등을 통해서 전해져 오는 둔감한 사람은, 그런 외부의 스트레스 요인들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지 않고, 느긋함으로 대처하는 것이더군요. 어떻게 보면, 참 답답한 사람일 수 있지만,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처세술이 아닌가 공감이 가더군요.

 둔감력은, 원활한 혈액순환을 가져오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오감이 둔하여 건강에 좋다는, 그의 전직 의사적인 기질에서 비롯된 풀이가 참 흥미롭더군요. 게다가 둔감한 사람은 숙면을 취할 수 있고 아름답게 오래 산다고 하니, 참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더군요.

한편, 둔감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잘난 체하는 재능을 지녀야 한다는군요. 자신을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 즉,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칭찬을 많이 받아야 한다는 말이더군요.

또, 둔감한 장은 건강을 유지시켜 주고, 또 연애에 있어서도 둔감력을 발휘하여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둔감한 위장은 연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둔감력 예찬론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참 재미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더라구요.

또, 부부생활에 있어서도 알맞은 둔감함은 부부문제의 위화감과 갈등을 해소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 저자의 말이 설득력이 느껴지더군요. 물론, 곰 같으면 안된다는 말도 함께 말이죠.

예로 나온, 치약이야기는 일본의 부부간 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더라구요. 치약을 어떻게 짜서 쓰느냐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는 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을 것 같은데요.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함에서 비롯된 일이 아닌가 싶은데, 게다가 암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니, 이런 부분에도 둔감력이 효과가 있다고 하니 만병통치약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둔감력은 그 뿐아니라, 여성의 출산의 고통에도 적용시켜 이야기 하고 있더군요. 추위도 아픔도 남자보다 더 많이 타는 여성이 출산의 고통에서는 의외로 고통을 잘 참아내는 그 부분에서 거스를 수 없는 섭리의 둔감력이 작용한다는 것이죠. 다소 공감이 가는 부분이더군요. 저도 무척 걱정이 많은 타입이지만, 거뜬히 참아내고 사랑스런 아이와 만남을 가졌으니까요.

뒷부분에는 연애력에 있어 적당히 상대방을 허용하고 둔해질 것을 권하고 있으며, 또 직장생활에 있어서도 그 관계에서 둔해질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모성애, 그 위대한 둔감력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꼽고 있네요. 전철에서도 모유를 먹이고 아이의 변을 자연스럽게 치워내는 어머니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참을성있는 둔감력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

한 여자에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 참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적당한 둔감력이 삶에 건강을 주고, 가정의 평안을 불러오는, 둔감력이 참 필요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100%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자신이 둔감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요할 것 같아요. 주위의 시선에 신경이 쓰이고, 나 자신, 성격이 참 민감하고 예민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전혀 신경을 안 쓰는 무신경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적당한 관계속에서  나와 다른 타인의 삶과의 관계에서도  적당한 둔감력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 다면, 더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