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빵점 맞은날>이라는 제목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이고 돌을 걷어차며 터덜터덜 걷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인 책입니다.
어릴적 빵점을 맞은 기억이 없는 저에게는 참 생소하게 다가오는 책이더군요. 간혹 학교에서 빵점을 맞은 학생들이 있기는 했지만, 저는 그 심정이 안되어봐서 그 기분을 잘 알지는 못했었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학창시절, 공부를 조금 하는 편이어서 빵점을 맞은 기억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이제 아이엄마가 되어, 우리 아이의 공부를 지켜봐주어야 할 입장이 되어서, 무척 관심이 가는 부분이 바로 점수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반가운 마음에 읽어보았어요.
본문내용을 살펴보면,
첫 페이지에, 시험점수가 나온 날, 하나는 90점, 또 하나는 1점도 아니고 2점도 아니고 0점.
주인공은 두장의 시험지를 받아들고 고민을 하지요.
엄마에게 어떻게 말할까? 꾀를 내어 아무말 안하면 절대 모를거야 라고 생각하고 터덜터덜 힘없이 집으로 향하는 주인공.
집에 돌아온 후로 평소처럼 행동했지만,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시계바늘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리지요.
그 때, 엄마의 물음, 시험점수 나왔니? 라는 한마디에 혼이 쏘옥 빠지는 듯이 갑자기 멍한 주인공.
그러면서 지난번 짝이 시험점수가 나빴을 때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고, 0점 맞았다고 말 못하고, 아직 시험지가...라고 말하는데, 엄마는 이미 알고 계셨다는 거지요.
엄마에게 혼날까 전전긍긍하는데, 의외로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다음번엔 잘하겠다고 다짐하는 주인공은, 그날 밤 0점 시험지를 땅에 묻자, 100점 시험지가 주렁주렁 열리는 꿈을 꾸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어쩜 이리도 재미있고 유익한 그림책인지요. 또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네요.
먼저, 주인공은, 0점을 맞음으로써 지난번 성적이 안 좋았던 짝의 기분을 이해하게 되지요.
또, 엄마에게 야단맞을까 전전긍긍하다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거짓말을 하고 난 후의 엄마의 반응은, 0점을 받은 것보다 시험지를 숨기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는 것을 주인공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엄마는 오히려 야단을 치기보다는, 엄마 어렸을때는 5점을 받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화를 내지 않음으로 아이에게 오히려 격려가 되지요.
이 책을 통해,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같이 고민하게 되는, 또 그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내용이었고요.
한편으로는, 한 아이의 엄마로써 아이가 만약 빵점 시험지를 가지고 왔다면? 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그런 책이었어요.
우리 아이가 빵점을 맞는다면 기분이 좋을리 없겠지요. 그렇지만, 이 책의 엄마처럼, 아이에게 다음번에는 잘하려고 하는 용기를 심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려고 합니다.
한편, 아이의 모습이 단순하면서도 잘 살아 있는 일러스트가 참 마음에 드네요.
단순하지만, 아이의 표정이나 행동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어요. 그림책의 재미있는 요소를 갖춘 듯한 일러스트가 참 마음에 들더군요.
아이에게는 정직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또, 부모님들에게는 성적에 대해 무조건 결과를 보고 꾸짖기보다 아이에게 다음번엔 더 열심히 하려는 의지와 용기를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고마운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해 보면 참 좋을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