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신 곤충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특히, 애벌레 종류는 소름이 끼쳐서 보는 것만으로도 두렵기까지 한데요. 아기였을때 누에를 키우는 집이 많았대요. 엄마가 저를 업고 누에치는 집에 가곤 했는데, 제가 누에를 손으로 잡아서 터트리고 먹기까지 했다는군요. 그래서 하루는 저를 놀래키려고 작은 바가지에 누에를 몇마리 담아서 눈앞에 확 보여줬더니, 그 다음부터는 누에만 보면 울더랍니다. 아마도 그래서 특히 꿈틀거리는 벌레에는 혐오감을 느끼나봅니다. 애벌레가 아닌 곤충은 그래도 좀 괜찮은 편이거든요. 꿈틀꿈틀 기어가는 벌레들만 보면, 지금도 놀라는데요.
그래도 이제는 곤충을 참 좋아할 것 같은 아들래미를 둔 엄마가 되었으니, 두렵게만 느끼면 안 될 것 같아 요즘은 곤충에 대해 더 친근함을 느껴보고자 노력중이거든요. 마침, 아이와 함께 자연관찰책도 보고, 곤충도감도 보고 하면서 곤충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 곤충 생태 동화를 접하는 것이 처음이라서 무척 기대가 되었습니다.
내용은, 사과나무 과수원을 둘러싼 이야기인데요.
어느날, 마을에 별난 곤충박사님이신 갤러거씨가 오게 됩니다.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갤러거 박사님과 함께 사과나무에 해를 주는 하늘소 애벌레 대해 알게 되고, 함께 과수원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게 됩니다. 부탄에서 들여온 하늘소 애벌레의 천적인 기생벌을 받아 열심히 연구를 하지요. 아이들과 갤러거 박사님의 활약으로 드디어 성공하게 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과수원을 지켜낸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이야기 중에는 우리나라의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는, 한국인 철호가 등장인물로 나옵니다. 또,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해서, 먼나라 이야기가 아닌, 가까운 우리의 이야기 같은 친근감도 주더군요. 뒷면에 저자에 대해서 보니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분이라서 그렇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생태동화는 처음 접해본 동화인데,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더군요. 스토리 구성이 참 잘 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게다가 글에 나오는 곤충이나 관련된 이야기들은 따로 더 자세히 소개를 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곤충에 대해 공부가 참 많이 되었습니다. 비단, 곤충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곤춘의 목(目)과 분류,곤충의 색, 물속에 사는 곤충과 생태계, 유기농업, 초록지구 이론 등, 곤충의 생태와 그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특히,<<곤충의 색>>이라는 부분에서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곤충의 색은 보호색으로만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곤충의 표면이 반질반질 빛나게 하는 것은 왁스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또, 곤충의 소리에서는 각기 다른 부분을 이용해서 소리를 낸다는 것도 자세하게 알려주어서 재미있더군요. 모기는 날개를 떨어서 윙윙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또, 책에는 그림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딱딱하지 않아요. 동화책이 주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그림이 아닐까하는데, 아무래도 그림이 없거나 적으면 재미가 덜 하게 되지요. 그런 부분에서 파스텔로 그린듯한 그림 속에 각 등장인물이 지닌 특징을 담은 그림들이 이야기의 내용을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이야기를 뒷받침 하는 삽화부분 뿐만 아니라 곤충에 대한 설명에는 사실적으로 묘사된 곤충들의 그림이 나와서 이해하기도 쉽게 되어 있구요.
무엇보다 곤충의 생태에 대해 알게 해 주는 책이더군요. 곤충이라고 무조건 하찮게 여기고 무조건 배척할게 아니라, 자연 스스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곤충세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동화입니다.
초등생을 둔 부모님이라면 아이와 함께 읽으면 곤충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해줄 뿐만 아니라 학습효과도 얻을 수 있는 참 좋을 동화책 '갤러거 곤충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