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아직 크게 다퉈본 적은 없어요.

우리집의 경우,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면 남편은 말문을 닫아버리고, 저는 소리없이 울어버리는 타입인지라, 큰소리나는 싸움을 해 본 적은 없거든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끔 토라져서 우는 것도 그만둬야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세월이 더 흐르면 언성이 높아져 싸울 일이 있을까요?

어릴적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모습에, 어린 저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와서 참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마음이 우울해지고, 숨을 곳을 찾게되는 그런 심정이 되더라구요.

 되도록 아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되겠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부부싸움이 아이에게 막대한 영향을 준다거나 하는 꼬집기 식의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물론, 아빠 엄마가 싸우는 모습이 좋을리는 없겠지만, 어린이들이 부부싸움을 하는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에요.

 토비네 부모님이 싸우나봐요. 토비는,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리에 집으로 들어가기가 싫어져서, 푼타 아줌마네로 갑니다. 푼타 아줌마는 마침 도움이 필요했다며 사과 팬 케이크에 넣을 사과를 따다 달라고 부탁을 하지요. 잘 익은 사과를 따가지고 오려고 하자, 옆집 까만 고양이와 토비네 고양이인 모세가 서로 으르렁거리며 다투고 있어요. 토비는 당장 그만두라고 호통치고는, 따로따로 놀라고 떼어 놓아요.

푼타 아줌마가 사과를 씻자, 토비는 왜 다들 싸우는 거냐고 묻지요. 그러자 사과를 깍던 푼타 아줌마는 세상에 싸움이 없을 수는 없다며, [사람들이 어떤 때는 자기를 보호해야 하고, 어떤 때는 자기 생각을 말하기도 해야 하고, 또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도 해야 한다]며, 그럴 때는 싸우는게 좋을 수도 있다고 말하지요. 그 말에, 토비는 싸우는게 뭐가 좋으냐며 투덜거립니다.

그러자 푼타 아줌마는 반은 노랗고 반은 빨간 사과 하나를 들어 이야기를 합니다.

노란 쪽에 있으면 노랗게 보이고, 노란 것이 다 맞다고 느껴지고, 또 빨간 쪽에 있으면 모든게 빨갛게 보이고, 또 빨간 것이 다 맞다고 말이지요.

참, 표현이 멋진 책이더라구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부싸움의 문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잘 풀어놓은 느낌입니다.

빨갛고 노란 사과의 중심인 씨앗과 같은 위치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토비는, 엄마 아빠에게 달려갑니다. 창문에서 내려다 보이는 길 위에 커다란 반은 빨갛고, 반은 노란 사과를 그리고는, 엄마, 아빠가 다두고 있는 창문에 사과를 던져 내려다보게 하고, 이렇게 말하지요. '이거 보세요,엄마 아빠는 사과고요. 나는 사과 속 씨앗이에요'라고 말이지요.

토비의 부모님은 적잖게 당황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내 토비의 말뜻을 이해핳 수 있게 되겠지요.

부부로 살면서 될 수 있으면, 아이앞에서 다투거나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가끔은 다툴 때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되도록이면 아이 앞에서 다투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우리 아이도 이 책에 나오는 토비처럼, 사과 속 씨앗이라는 마음을 일깨워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누가 옳고 그르고 판단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마음에, 씨앗과도 같은, 존재로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그림이 참 재미있고 독특해요. 토비의 모습과 푼타 아줌마의 모습이 독특하게 그려져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마음껏 자극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또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도 그림을 통해 가질 수 있는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찌보면 참 어려운 주제에 대해, 다가가기 쉽게 표현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내용이 참 참신하고 독특하고, 부모와 아이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기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한권의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