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1년에 한두번 정도는 꼭 크게 앓아누운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아빠는 맛있는 것을 사오시곤 했다. 그리 넉넉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먹는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였지만, 아픈 날은 그런 것도 구미에 당기지 않는 법. 아빠는 아픈 아이에게 먹이고픈 마음으로 사오셨겠지만, 먹지를 못하니 놀리기도 하셨다. 어릴때는 그게 왜 그렇게 얄밉게 느껴졌는지. 이렇게 나이를 훌쩍 먹어버린 후에야, 그것이 아빠의 남다른 애정표현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픈 아이에게 먹이고픈 아빠의 마음.....엄마랑은 또 다른 자식을 보듬는 그 마음을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샘은 11살의 소년이다. 한창 공부하고 뛰어놀 나이에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가지 못하고 펠릭스라는 친구와 함께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샘은, 윌리스 선생님의 제의로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말이다. 샘에게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엘라라는 여동생이 있다. 엘라는 늘 엄마가 오빠랑만 같이 있어준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백혈병이 재발해서 엄마가 하던 봉사일을 그만두고 늘 오빠곁에 있으니 말이다.

샘은, 행성과 UFO, 유령과 비행선을 좋아하는 보통의 소년과 다를바없는 어린 나이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차분히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죽음을 맞이하려는 글을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어쩌면 징징거리거나, 떼쓰거나 힘들다고 말하거나 그런 부분이 없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소년의 생각속에 있는 죽음에 대한 심도있는 의문들이 간간히 나오면서도, 아이다운 삽화가 미소를 머금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같이 공부를 하던 펠릭스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샘은 차분하고 의연한 자세로 받아들이는 장면에서 참 마음이 아파왔다.

또한,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초반부에 엄마는 엄마대로 샘에게 온통 신경이 쓰여있는데 반해, 아빠는 묵묵히 일하러 가고, 무덤덤하고 덜 협조하는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썰매를 타고 돌아온 날 밤, 썰매를 타는 것에 대해 반대를 했던 아빠가, 한밤중에 우는 샘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아빠의 마음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눈물이 쏟아질뻔 했다. 표현은 안했지만, 아빠는 샘이 좋아질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바라보았던 부성애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아빠는 샘을 위해 시간을 내서 놀아주었고, 샘이 좋아하는 비행선을 탈 수 있도록 해 주어, 샘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서 더이상 효과가 없는 약을 복용하는 것을 멈추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생을 마감한다.

 샘이라는 소년의 자전적인 이야기같은 이 책이 창작동화라고 하니, 놀랍게 느껴졌다. 실화같이 느껴지는 구성인데 실화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주변에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 또래 아이들이 가질만한 관심에 대해, 또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이 적힌 목록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에게 이 책이 주는 의미가 참 많을 것 같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년의 모습에서 절대 좌절하지 않고, 비관하지 않고, 어둡지 않은, 밝고 긍정적인 자세가 엿보였다. 또한, 샘에게서 긍정적이고 의연한 자세로 죽음에 대처하는 마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암스테르담이라는 제목만으로는 이 소설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는데, 그렇게 제목을 붙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소설이지만, 처음 부분부터 내용이 심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 소개에서는 그 매력에 빠져 짧은 장편이라 3시간 정도면 읽어내려갈 것이라고 했는데, 나의 경우는 이야기를 파악하느라 계속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거의 3시간 정도에 걸쳐서 읽기는 했는데, 대략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정도로 좀 어려운듯, 무거운 듯도한 느낌을 받았다.

속독으로 재미있게 읽어내려가는 소설과는 조금 차원이 다르다. 표지에 나오는 여자의 정체가 나올랄말락 안개에 쌓인 듯 하고, 오른쪽 카메라가 키워드로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카메라라기보다는 사진이 단서가 되지만 말이다.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 듯한 ’몰리’라는 여자의 죽음과 장례식장에 모인 그녀를 둘러싼 네 남자들. 이제 중반을 넘긴 그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몰리라는 여자가 꽤 매혹적이었나보다. 그들 중에는 아내가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 한 여자를 둘러싸고 동거에서 연인사이까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장례식장을 찾아와, 그렇게 가엾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해버린 그녀에 대한 비통함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하고 있다.

그녀의 생을 마감하기전 남편이었던 돈많은 출판업자인 조지, 그녀를 처음 대학생때 만났다는 음악가 클라이브, 1974년에 파리에서 1년간 그녀와 살았다는 편집장 버넌 핼리데이, 그리고 외무장관인 가머니까지 화려한 경력을 지닌 그들이 모두 몰리의 죽음을 애도하러 모인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네 명의 남자들을 시작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시선을 옮겨 작곡가인 클라이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연주회를 앞두고 작곡에 몰두 중이다. 버넌은 신문사 편집장으로 운 좋게 그자리에 앉았으나 위기에 몰린다. 마음에 안드는 외무장관 가드너가 총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결책으로 조지로부터 넘겨받은 몰리가 생전에 찍은 사진으로 외무장관인 가머니와 몰리와의 관계를 폭로하려 하지만, 클라이브는 이 사실에 반대를 하게 되어 둘 사이에는 갈등이 생긴다. 결국 버넌은 사진을 신문 지면에 공개하지만, 가머니의 부인의 재치로 오히려 버넌이 궁지로 몰린다. 이로인해, 결국 버넌은 기회를 엿보던 아랫사람에게 편집장 자리를 뺐기고 실직자게 되고 만다. 클라이브와도 사이가 금이간 상태로 말이다.  

또한, 작곡에 몰두중인 클라이브는 여행이나 산행을 하며 영감을 얻어 작곡에 전념하다, 산에서 성폭력범을 목격하게 되지만, 작곡에 몰두하느라, 버넌이 범인을 찾는데 도움을 주라는 조언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버넌의 신고에 의해 강압적으로 경찰에 출두하게 되어 범인을 찾아내게 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클라이브가 연주회를 위해  암스테르담을 간다는 것을 알고 버넌도 화해를 자청하는 의미에서 클라이브를 만나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클라이브는 자신의 연주가 불협화음으로 오점을 남길 작품이 될 것을 예감하고, 그들은 자유의 나라 암스테르담에서 만나, 서로의 모종의 계획에 의해, 암스테르담에서 운명을 달리한다. 각자 ’몰리’를 만나면서 말이다.

 

내용이 어떻게 보면 상징성을 내포한 심오한 소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암스테르담>이란, 안락사를 옹호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로 적용이 된 것 같다. 의사의 처방에 의해 샴페인 잔에 가루를 탄다는 설정이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런던도 파리도 베를린도 아니다. 이 이상한 세상에서 그들을 하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끈 것은 무엇일까? 암스테르담은 여러 가지를 상징하는 도시이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모든 자유가 합법적으로 보장되는 곳. 공창, 마약, 동성애, 안락사, 자살의 자유까지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인의 천국 같아 보이는 이곳에서 두 친구는 천국이 아닌 끔찍한 불신과 배반의 지옥을 만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위선으로 가득한 남자들의 연약한 세계, 도덕의 허울 등 이언 매큐언은 ’암스테르담’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현대 사회 그 자체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책 소개 중에서)

 

소설을 읽다가 빠르게 이해가 되지 않아 책소개를 봤더니 이런 설명이 있었다. 이 설명을 보니 조금 납득이 가는 듯하다. 오랜만에 좀 어려운 듯, 색다른 소설과 만났다. 읽은 시간은 3시간 정도지만, 머릿속에서 계속 돌고돌아 이야기를 연결시키느라 두뇌운동을 한 기분이다.

색다른 소설을 찾는다면 권해주고 싶다.

아직도 초등학교 시절이 기억에 생생한 것을 보면 나도 초등학교 시절에 즐거운 기억들이 많았던 것 같다. 유아기를 지나, 처음으로 학교라는 단체생활을 하게 되었고, 전학생이 되어도 봤고, 앨리슨처럼 당시 도회지에서 전학온 깔끔한 인상의 전학생도 있었다.

첫사랑에 눈을 뜬 시기였고, 내성적이긴 했지만, 미래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보는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 그런 시기이기도 했던 것 같다. 조금 조숙했던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에리카와는 조금 다르지만, 재미있었던 기억들이 참 많았던 초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앨리슨 미워하기>는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는 완벽한 앨리슨과, 앨리슨이 오기 전까지, 학교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에리카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 펼치는 이야기 또한 초등생 생활에 멋진 추억들로 쌓아갈 수 있는 우정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리카가 사는 곳은 번화가도 아니고, 빈민가에 자리잡은 곳이었다. 그렇기에 다니는 학교도 그리 좋은 학교가 못된다. 엄마랑 언니와 동생과 사는 네식구의 가정은 평범하다기 보다는, 들썩들썩한 그런 가정이지만, 증오가 아닌, 애증의 관계인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학년이 바뀌고,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오셨다. 그 전까지는 천방지축이던 아이들을 눈빛으로 제압할만한 선생님이 말이다. 그리고, 앨리슨이라는 도회적이고 깔끔하고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 에리카는 학교에서도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도회적이고 깔끔하고 늘 새로운 옷을 입고 좋은 것만 지닌 앨리슨의 등장은,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에리카에게는 말이다.

무엇을 해도 단연 돋보이고, 깔끔하고 완벽하게 해내는 앨리슨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에리카는, 시기와 질투로, 앨리슨에게 시비를 건다. 그렇개 냉랭한 관계였지만, 앨리슨이 에리카의 집에 찾아오는 날이 있었다. 에리카에게는 그녀의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하고 자신의 집을 보여준 것이 너무도 창피했던 기억이지만, 앨리슨이 그녀의 필통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번은 에리카가 앨리슨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필통의 답례라도 하듯, 앨리슨의 물건들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 말이다. 오해로 인해 에리카는 앨리슨의 가정환경이 자신과 다름을 보고 또 다시 거리가 벌어지지만, 함께 캠프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멋진 연극공연을 완성해가면서  둘의 사이는 따뜻한 우정으로 변하게 된다.

 이 책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편모슬하의 가정이지만, 비관하거나 주눅들지 않는 에리카의 가정에 있는듯하다. 두 가정 모두 편모슬하의 가정이라는 설정인데, 물론, 에리카는 이 책에서 앨리슨의 형편과 비교하기는 하지만, 언니와 다투고, 늘 시끄럽지만 그래도 멀리 떠나왔을 때 생각나는 가정으로 에리카에게는 소중한 가족들로 그려져 있다.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어느 학교에나 있을 듯한, 선생님들에게는 문제아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배리 홀리스'를 비롯한 그외의 반 친구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의 캐릭터도 재미있다. 초등문고를 읽으면서 어릴적 생각도 났고, 환경은 다르지만, 책 속 주인공 에리카의 마음도 이해가 되는 느낌도 들었다. 그 정도로 몰입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초등생들에게 학교생활을 돌아보게 하고, 이처럼 따스한 우정을 쌓아갈 수 있도록 이 책이 도움을 줄 것 같다. 이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