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울 노란집에서 고 박완서님께서 옆에앉아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들같은 책~!
박완서님 돌아가시고 발표된 책이라 왠지 모르게 애틋하다.
책은 노부부의 사랑을 담은 짧막한 단편몇편과 작가님의 살아온 세월과 사회를 바라본 단면들을 일기처럼 써내려간 내용들이 담겨있다.
책 중간중간 이철원 화백의 삽화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짧은 단편 소설 <그들만의 사랑법> 에서
마나님과 영감님의 사랑법은 이제 나이들어 죽음을 바라보면서 서로를 향해 조금더 염려하는것 그것이였다. 황혼이혼도 잦은 요즘~ 많은 생각을 하게한 아름다운 사랑법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제는 조금은 생소한 옛 단어들이 많이등장하여 향수도일으키고 나이와 연륜에서 탄생한 작가만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글솜씨가 감탄을 자아낸다.
문득 마주친 눈길에는 신혼시절의 수줍음도, 한창때의 열기도, 중년의 짜증도, 설 늙었을때의 허망감도 없다. 그 고비를 무사히 건너온 공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싶은 곰삭은 정과 평화가 있을뿐.p34
소설에는 이를 잡는정겨운 풍경에서부터
부모로부터 땅이라도 얻어볼까 하다가 별볼일없자 소식도 뜸해졌다는 부끄러운 우리네 허영심의
이야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삶의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람은 속절없이 늙어가는데 계절은 무엇하러 억만년을 늙을줄 모르고
해마다 사람 마음을 달뜨게하는가. p49
가을로 넘어온 요즘..나는 늙어가는데... 왜이리 마음이 달뜨는지... 나에게 딱 맞는 표현이였다.
책을 읽는 내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계시는 부모님생각이 났다. 물론 아파트에 살고계시지만
아직도 고구마며 호박가지등등 재배하시며 우리 갈때마다 먹으라며 양손가득 싸주시는 거친손에 굽은 등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났다.
짧은 소설을 뒤로한 글들에는
행복하게 사는법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내리막길의 어려움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쓴다
황홀한 선물
이라는 소제목들로 박완서님의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다
어릴적 자라온 이야기, 대학에 들어갔다가 전쟁통에 결혼을 하고
5명의 자녀를 출산을 하게 된 이야기 ,
그리고 나이 40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문단에 등단하게 된 이야기,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구리의 아치울 노란집으로 이사오신 이야기,
자녀를 키우며 혹은 손자 손녀를 대하며 느끼는 것들,
이웃과 주변에 대한 감사와 염려 ,
그동안 살아온 세월의 변화와 흐름에 대한 작가님의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장독에 비친 하늘이 너무 예뻐서 독 언저리를 이리저리 옮겨다니셨다고 하실만큼
주변의 작은 아름다움에도 귀기울이고 사셨으며 감사함으로 하루하루를 사신거란 생각이들었다.
남의 장점을 찾아 보기시작하라고 권해주신 작가님!
열등감처럼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것도 없으니
과정을 행복하게 하는법이 중요하다는 말씀 .다시한번 새겨본다.
작가님을 밤새워 책을 읽게했다는 "폭풍의언덕"도다시 한번읽어보고 싶어지고,
작가님의 사회를 향한ㅡ시선들~ 학교 교육 자녀양육 사회제도나 물질문명에 대한 시선들에는
읽는 내내 내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에서는
노년에 이르러 느끼게 되는 여러가지 마음들이 담겨있는것 같았다.
특히나 살아온 날들과 돌아갈 날, 그리고 작가적인 생활면에 있어서는 이 부분이 와닿았다.
내가 죽도록 현역작가이고 싶은것은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삶의 가장 긴 동안일 수도 있는 노년기 ,
다만 늙었다는 이유로 아무 일도 일어날수 없다고 여긴다면 그건 삶에 대한 모독이다.
아무것도 안일어나는 삶에서 소설이 나올 수는 없다. p212 ~213
삶을 사랑하고 글쓰기를 사랑하셨던. 박완서 작가님!!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게도 따뜻한 고향집같은 노란집이 생긴것같은 기분이다
박완서,
노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