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콘서트의 막이 오르자마자 정선희는 특유의 재치스러움으로 무대에 올랐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이번에 첫 번역을 한 <인생이 알려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 책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정선희

초대 손님으로 평소 친분이 있는 가수 린이 방문했는데, 응원의 메시지와 자신의 일상에 대해 전하고 공연을 펼쳤다. 정선희는 관객석에 앉아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아낌없는 우애를 자랑했다.

↑ 초대손님으로 자리를 빛내준 가수 린

정선희는 번역을 맡게 된 순간부터 번역을 하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전했다. 술을 먹고 있어 한껏 흥에 취해 있을 때, 번역 제의를 OK 했다는 그녀는, 번역하면서 저자가 철학을 전공했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는 사실과 자신이 말을 다루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어휘력이 많이 부족했음을 이야기하며 번역 작업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번역을 하며 꽉 막혀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정선희는 ‘자신은 하루키의 문장, 표현을 사랑한다. 곱씹고 곱씹어서 비로소 내 안에 들어왔을 때야, 그때서야 번역을 할 수 있다’는 김난주 번역가가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머리를 쿵 하고 치는 느낌을 받았다는 그녀는 ‘자신은 여태까지 번역이 아니라 독해를 했다는 사실을 꺠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정선희는 저자와 친해지기 위한 노력과 저자의 글을 곱씹는 작업을 거쳤다고 전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한 땀 한 땀 문장을 엮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 번역 작업을 어려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정선희

번역 작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에 대한 질문에 정선희는 ‘라즈노그라시에’ 에피소드를 꼽았다. ‘라즈노그라시에’를 정선희의 말을 빌려 간단히 설명하자면, A와 B라는 친구의 대화 중 A가 ‘나 살쪘어’라고 말하고, B의 반응이 ‘응. 맞아’류와 같으면 A의 마음속에 생겨나는 반발 심리를 일컫는다. 그녀는 이 반발 심리 자체가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 휘둘리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굳은 살이 박히고, 내 안에서 받아들이게 되면 어떠한 흔들림에도 견고하게 버텨낼 수 있다고 전하면서, 참석한 독자들에게 깨진 거울이 아닌 온전한 거울로 자신 모습을 비춰보라는 당부의 말도 곁들였다.

정선희는 번역하면서 자신만의 호흡을 많이 넣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호흡이 너무 많이 들어 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는데, 이는 한국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고민한 산물일 것이다.

↑ 독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정선희

북콘서트를 시작하기 전, 막간의 사인회가 마련되었는데, 사인회의 맨 처음부터 정선희는 눈물을 쏟았다. 이유는 다름아니라 17년 전의 팬이 가지고 있던 자신의 사진첩을 정선희에게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동안 소중한 것들이 주는 행복을 잠시 잊었다고 말한다. 이제야 점점 소중한 것들에 눈길을 두기 시작했다는 정선희, 그녀가 직접 칭한 탄산수 같은 책인 <인생이 알려준 것들>과 그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트루먼 커포티가 1960년대에 발간한 <인 콜드 블러드>라는 작품의 성공적인 출간을 성공을 자축하기 위해 <블랙 앤 화이트 가면무도회>를 개최했었는데, 이 세기적 사건의 콘셉트를 따라 커포티의 작품과 삶을 조명해 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번 행사는 트루먼 커포티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씨네21 이다혜 기자와, 선집을 번역한 박현주 칼럼니스트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 되었다.

A. 박현주 : 대중들이 트루먼 커포티를 접하게 되는 계기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이고, 두번째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것이다. 이전에 미국에 살았을 때 커포티의 단편을 읽게 되었는데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인 콜드 블러드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때 마침 미국에서도 커포티 영화가 두 편이 제작되며 재조명을 받게 되는 시기였다. 국내에 <인 콜드 블러드>를 내자 반응이 좋았고, 그 다음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단편집을 내게 되었다.

A. 이다혜 : 트루먼 커포티가 많은 작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편에서 보여지는 솜씨 때문일 것이다. 문장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장편 소설을 쓰기 위한 정서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처음 커포티를 알게 된 계기는 <Music for Chameleons>이라는 책 표지에 마릴린 먼로와 함께 춤을 추고 있는 그를 보았을 때이다. 아름답게 서있는 마릴린 먼로의 옆에 키가 작고 머리가 벗겨진 커포티가 서 있는 사진으로 이루어진 표지가 정말 신기해서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커포티는 만연체가 아닌 잽을 날리는 것처럼 빠르고 공격적인 문장을 쓰는데, 별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임에도 상대방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 답변 중인 박현주 칼럼니스트 (왼쪽)

Q. 이다혜 : 우리가 영어로 된 글을 보고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문장으로 옮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트루먼 커포티의 선집을 번역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A. 박현주 :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은 꿈이나 환상 같은 마술적이고 심리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와는 다르게 <인 콜드 블러드>는 사건들이 자료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사실적이고 고조적인 문체를 가지고 있다. 작가가 문체주의이고 감각적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살리는데 신경을 쓰게 된다.

트루먼 커포티는 문학적 가치를 자랑하는 ’작품’ 뿐만 아니라 ’작가’ 그 자체만으도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작가인 자신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주목 받기 좋아하고 목소리를 내며 사교의 정점에 올랐던 사회적 명사이기 때문이다.

이다혜 기자는 그의 소꿉친구이자 앵무새 죽이기를 쓴 작가 ’넬 하퍼 리’와 멀어진 일화를 이야기하며 완벽해 보이는 모습과 다른 인간적인 결함을 통해 동정심과 더불어 일치감을 느낄 수 있는 측면이 있음을 말했고, 작가로서 여러가지 얼굴을 구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칼럼니스트는 우리가 문학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숭고한 감정들이나 지고지순한 가치들이 있겠으나,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삶에 내재되어 있는 불안과 욕망을 숨기거나 감추지 않으면서 저속하지 않게 보여줄 수 있는 작가라고 말하며 ’이러한 고독성에 대한 부분은 우리가 문학작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위안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공통적으로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서 주인공 홀리가 티파니 상점의 쇼윈도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언급했는데, 지금은 비슷하게 리메이크가 많이 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이지만 도시의 익명성이나 뉴욕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잘 나타내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독자들

다음으로 5권의 선집을 차례대로 소개하며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다혜 기자는 ’그의 책을 보면 도시의 화려함에 넋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고독하고 자기가 응당 누렸어야 하는 유년기의 즐거움을 쫓겨난 사람만이 갖고 있는 초조함이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 트루먼 커포티의 선집 중 인상 깊은 구절을 준비한 독자가 직접 낭독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블랙 앤 화이트 토크의 드레스코드 역시 블랙 앤 화이트였는데, 멋진 컨셉으로 입고 온 두 명의 독자를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하는 이벤트로 특별한 시간이 마무리 되었다.

사회를 맡은 김일중 아나운서는 조혜련과 조혜숙의 중국어로 시작을 알렸다.

Q. 조혜련이 일본어는 능통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중국어까지 도전하게 된 계기는?

A. 조혜련: 내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렇게 일본어에 도전하고 다음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중국어를 전공한 여동생에게 중국어를 배우게 되었다. 2010년부터 매일 2,3시간 1년 2개월을 공부하고 HSK에 도전 한번에 5급에 합격해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다 개인적인 일로 방송을 쉬게 되었고, 작년 4월 중국으로 떠났다. 중국 심천에서 7개월간 중국인들과 직접 생활했고, 그때 배운 중국어를 접목해 이번<기적의 중국어>를 출간하게 되었다.

조혜련은 일본에서 방송하고 싶어 일본어를 배웠다고 한다. 그녀의 중국어 입문기 계기는, 영어보다 자신에겐 중국어가 더 잘 어울렸고, 일본어처럼 중국 방송에 출연하는 꿈을 꾸며 중국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Q.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까지 마스터한 조혜련. 중국어 선생님으로써 조혜숙이 보는 언니 조혜련은 언어적 재능이 있는가?

A. 조혜숙: 많은 사람들이 언니를 어학 신동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솔직히 언니의 언어 감각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 동안 가르친 학생들과 비교해 보아도 썩 뛰어나진 않다. 그러나 언니에겐 ‘열정’과 ‘집중력’이 있다. 그 ‘열정’과 ‘집중력’이 이렇게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

A. 조혜련: 한국에 있을 때는 항상 경쟁했다. ‘누구는 어떤 프로그램 한다는데’, ‘나도 잘되어야 하는데’ 하고 비교하며 힘들게 살았다. 그러다 2012년, 데뷔 후 20년 만에 중국에 갔다.

한국인이 적은 그곳에서 평범한 생활을 했는데, 동네 ‘MTB동호회’에도 가입해 중국인과 어울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100평이 넘는 집에 좋은 차를 가진 사람과 10만원짜리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친구가 되어 아무렇지 않게 어울렸다. 게다가 돈이 많은 친구를 부러워하지도 않았다. 한번은 ‘부럽지 않지?’하고 물었더니, ‘저 친구는 저런 환경에서 저런 여건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고, 나는 이 여건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의 환경에서 나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라고 말하더라.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중국인들을 보며, 작은 행복 그리고 진정한 행복에 대해 배웠다.

A. 조혜련: 20년 전, 갓 개그맨이 되었을 때, 동생 혜숙이 중국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엔 중국어에 대한 수요도 적었던 때였고, 형편도 어려웠지만, 인민대학에 보냈다.

A. 조혜련: ‘내가 무엇을 가장 잘할까?’라고 생각해 보면, 나는 몸으로 직접 언어를 ‘습득’하는 것을 잘한다. 나는 어학신동이 아니라, 직접 부딪혀 ‘습득’하는 것이다. 일본어를 공부하고, 중국어를 공부해 보니, 하루 3시간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언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 그래서 다음에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프랑스어를 배워 50살이 될 때까지 5개국어를 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어를 배우며 누군가와 경쟁보다 만족하는 삶을 배웠다. 어제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 있었다. 딸이 기말고사 전교 1등을 했다. 어려서부터 에너지가 넘치던 나는 그 힘을 쏟기 위해 언어를 배웠다. 엄마와 놀고 싶은 딸을 뒤에 두고, 매일 일본어를 공부했다. 아직 엄마 손이 필요한 딸을 또 뒤로 하고 중국어를 시작했다. 그런데 결과가 공부하는 딸이 되었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딸에게 좋은 ‘습관’을 물려 준 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