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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혼을 부르는 恨의 노래

흔히 한민족의 정서는 ‘한의 정서’라 일컫는다. 지리적으로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려야 했던 한민족에게 어쩌면 ‘삶이 한스럽다’라는 말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이런 정서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들은 선조들의 많은 시간을 잊고 지내고 있다. <소리>의 정상래 작가는 바로 이런 점에 주목, 한민족을 관통하는 ‘한의 정서’를 소설로 담아냈다.

총 8권으로 집필될 대하소설 <소리>는 이제 막 펜을 잡은 ‘늦깎이’ 신인작가의 소설이다. 뼛속까지 사무쳐 오는 한을 ‘남도 소리’로 승화시키고자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수백 년 지속되어 온 갈등과 그 화해의 서사가 그려진다.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그가 정년퇴임 후 집필한 <소리>는 8년의 시간을 거쳐 탄생됐을 만큼 작가의 노력이 깃든 소설이다. “한이 혼을 부르는 소설 <소리>는 오늘날 풍요로움에 묻혀 한을 잊어가는 세대들에게 한국의 정서와 한국인의 정감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며 책을 낸 소감을 밝힌 정상래 작가를 만났다.

Q 첫 책으로 대하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신인작가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요.

대하소설로 집필하려고 마음먹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남도 소리를 알리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잊혀져 간 고장의 옛 문화들을 소신껏 그려내다 보니 글의 마무리가 되었을 무렵에는 어느새 대하소설이 되어 있었죠.

Q 우리 문화 중 ‘소리’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의 ‘소리’는 유네스코에 등재될 만큼 문화적 가치가 뛰어납니다. ‘이러한 문화재를 그냥 넘겨서는 안되겠다’라는 생각도 계기가 되었습니다. 역사 속에 훌륭한 선지자들이 있었고 고초와 고통 속에서 ‘소리’라는 문화를 일궈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즐겨야 문화도 번창하기 마련인데, 산업화로 인해서 점차 우리의 것이 사라져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명창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우리의 소리를 지키려는 움직임 또한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소설로라도 우리의 소리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 소리의 특징은 슬프지만 슬프지 않다는 것입니다. 분노와 절망이 섞인 슬픔이 아닌 용서와 포옹의 너그러움이 깃들어있죠. 이것이 소리가 품고 있는 애원성인데요. 이것을 소설 안에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Q 여러 지역의 소리 중에서도 ‘남도’에 집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 고향이 전라남도 보성입니다. 남도의 소리 문화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도 소리에 대해 그리게 되었죠. 소설은 체험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문학이니까요. 남도는 역사적으로 유배지였기 때문에 한의 정서가 짙게 깔린 곳입니다. 유배를 온 이들이 그 기간 동안 받은 한과 서러움을 ‘소리’로 표현했다고 해요. <소리>의 주인공 ’성요’는 한이 많은 인물입니다. 그 한을 표현하는 데 있어 남도 지역이 소설의 배경으로도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자료 수집과 집필에만 8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힘든 점은 없었나요?

자료를 찾고 싶어도 이미 그 내용을 알고 계신 분들이 거의 타계한 까닭에 원하는 만큼 조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생존해 있는 분을 어렵게 만났지만 그 저변문화까지는 잘 모르고 계신 분들도 많았고요. 문화원에는 고장의 인물, 음식, 놀이, 창 등의 내용만 있을 뿐이지 실제적인 세시풍속이나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죠. 실제로 글을 쓰기 위해 수집해온 낱말과 문장만 다 합쳐도 A4용지로 1,200쪽 정도의 분량에 달합니다.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집필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게 된 겁니다.

Q 주인공 ‘성요’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인물인가요?

주인공과 실제로 비슷한 인물이 제 주변에 있었습니다. 한 동네에 살던 분이었는데 어렸을 때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임을 향한 애정과 헌신 하나로 모든 고난을 감수해야 했던 성요는 뼛속까지 사무쳐 오는 한을 ‘소리’로 승화시키고자 몸부림쳤는데, 그 분 또한 가난하게 태어나 혹독한 삶을 살았던 분이었죠. 그 분을 모티브로 소설의 주인공인 ‘성요’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Q 송두리째 자신의 삶을 빼앗겼더라도 묵묵히 버티는 ‘성요’의 모습은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참고 사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참고 살아가는 것만큼 훌륭한 삶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지금은 ‘이혼’이라는 단어가 흔해졌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참고 사는 것이 더 흔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요즘은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지가 약해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성요’는 어리석은 여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은 그런 문화 속에서 가정을 지켜왔고 문화를 창달했습니다. 그 시대로 돌아가 살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한다는 가치관만은 버릴 수 없는 것은 아닌가요? 우리 것을 버리고 물질문화에 도취해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회악이 도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성요’는 마음의 평온과 위안을 얻기 위해 소리를 배웠습니다. 작가님은 힘들 때 무엇을 통해 위안을 얻었나요.

막연히 힘이 드는 순간 저는 국악을 들었습니다. 국악 소리를 들으면 그때마다 신기하게도 글에 대한 감성이 떠오르더라고요. 명창들이 소리 한바탕을 제대로 하려면 7~8시간이 걸립니다. 이건 철인적인 삶을 살아오지 않고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목청도 목청이려니와 그 길고 긴 가사를 다 암기한다는 것은 지금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경건함이죠. 그들은 천대와 멸시 그리고 배고픔을 견디면서 그 문화를 일궈왔습니다. 이런 선지자들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지금의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쓰면서 힘들 때마다 매 순간 그렇게 치유를 해왔던 것 같습니다.

Q 작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교육자로서 글에 대한 열망은 어떻게 가지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한테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백일장에서 상을 주면서 “너는 커서 작가가 되라”고 하셨어요. 그때 영향인지, 글 쓰기에 쭉 관심이 많았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직업을 찾아야 했기에 교직의 길로 들어섰지만 교사를 하면서도 글을 쓰는 일은 도맡아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는 ‘언젠가는 책을 한번 써보겠다’라는 꿈을 키워왔죠. 제 은사님을 생각하면 초등학교 교사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느낍니다. 저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고 문학지도를 중요시했던 것 같아요. 그런 시간들이 저에게는 소설가가 될 수 있었던 무형의 자산입니다.

Q <소리>가 올해 안으로 남은 7권이 나올 계획이라고 하던데, 2권부터 작품은 어떤 내용으로 전개가 되나요.

‘한’과 ‘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한이 소리가 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그려보았습니다. 2권은 일제강점기 후반에 전개되는 ‘우리문화말살정책’이 배경이 됩니다. 그 안에서 이뤄지는 소리꾼들의 고초와 혼을 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방이 이뤄지고 나서 보성소리를 일궈낸 송계 정용민 선생님을 만나 그 동안 품어왔던 혼이 드디어 명창이 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Q <소리>를 완성하고 난 후에는 어떤 글을 쓸 계획인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반일감정을 드러낼 때가 많습니다. 일종의 피해의식이라 할 수 있는데요. 역사적으로 일본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나라의 용서와 화해가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니까요.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여 새로운 장편소설을 써보려 합니다. 그런 후에는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윤리적인 인성교육에 관한 책 또한 집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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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반지의 제왕이 심어준 판타지, 그 꿈을 실현하다

장현정 작가는 오직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글을 쓰고 싶어한다. 이번 작품은 그런 작가의 바람을 실현시킨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이 가져야 할 독창적 소재와 재미있는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살리면서, ‘언어 판타지’라는 생소한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어 판타지를 통해 독자들이 언어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거룩한 사자와 잿빛 문>은 평범한 소녀가 언어의 신(神)이 되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깨우친다. 장현정 작가는 주인공 ’안나’가 신이 되기 위해 거친 모험 속에서 하나씩 깨달음을 얻듯, 독자들도 꿈을 위해 매 순간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제 독자들이 인생의 과제를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 앞에 과제가 있다는 것은 옆 사람의 과제를 제 앞에 잠시 놓아둔 게 아니란 것입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이 풀어야 할 과제를 마주하고 집중한다면 그 순간 그 어마어마한 모험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판타지 소설을 통해 진중한 메시지를 전하는 장현정 작가와의 10문 10답을 소개한다.

Q 이번 책은 “아주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을 실현시킨 소설이라고 들었습니다. 작품에 만족하나요.

예전에 시도된 적이 없는 독특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죠. <거룩한 사자와 잿빛 문>은 반전이 거듭되는 모험과 함께 소설의 주제 의식까지 함축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할만한 작품이었어요. 이전에 시도한 적이 없는 스타일의 판타지 소설이라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언어 판타지’라는 단어가 생소합니다.

‘언어 판타지’는 장르라기 보다는 <거룩한 사자와 잿빛 문>라는 판타지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소설은 평범한 소녀가 언어의 신이 되어 언어세계를 다스려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거룩한 사자와 잿빛 문>이 언어 판타지라는 개념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이 소설의 주축인 언어의 신 ’안나’가 하는 행동과 힘이 소설의 전반을 휘감고 있기 때문이에요. 작가로서 언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에 소설 안에서 언어에 대한 새로운 형식을 많이 표현하려고 애썼어요. 독자들 입장에서는 조금 낯설기도 하겠지만 판타지 속의 한 요소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소설을 이끌어 가는 나오프 사자들을 보며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아슬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구상할 때 참고한 작품이 있었나요?

판타지 소설 작가지만 전 오히려 헤르만 헤세와 앙드레 지드와 같은 순수문학을 더 즐겨 읽는 편이에요. TV에서 잠깐 ‘나니아 연대기’를 본 적은 있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는 본 적이 없거든요. 이런 제게 판타지라는 장르를 심어준 건 ‘반지의 제왕’이었어요. 인간이 창조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무척이나 신비로웠죠. 하지만 글을 쓸 때 타 작품을 참고하지는 않아요. 첫 번째로 작품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로 판타지는 작가만의 독창성을 생명으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Q 안나와 캐러썬은 스승과 제자가 아닌 자신들만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나갑니다. 인간과 사자,서로 다른 종족인 두 캐릭터의 관계형성에 집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주인공인 안나와 캐러썬은 작품 안에서 감성을 교류하고 발전시킵니다. 안나에 대한 운명을 들었을 때 캐러썬이 앞서 투쟁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안나를 사랑할 수 없는 존재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인간과 사자의 관계형성을 그려 나가면서 그들은 물론, 작가인 저도 점차 외부적인 편견을 극복하게 됐어요. 두 시련이나 편견을 극복하고 사랑이라는 고귀한 감정을 고스란히 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소녀에서 언어의 신이 돼 가는 안나의 모험을 통해서 독자들이 어떤 점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안나는 신이 되기 위한 강렬하고 거친 모험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달아 나가요. 자신이 생각하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저는 독자들이 인생의 과제를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풀어야 할 과제를 마주하고 집중한다면 모든 과정을 극복하게 돼요. 현실에서 우리 또한 안나처럼 매일 모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모험을 하면서 때론 불안하고 상처를 입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Q 판타지 소설 작가를 선택한 이유는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그저 부모님의 의견을 따라 ‘교사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사범대학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간 후 천편일률적인 수업을 들으면서 ‘여기가 나에게 뭔가 의미 있는 것을 말해줄 수 있는 지식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런 의문이 든 후에는 전공과 무관한 모든 여러 수업을 찾아서 들었고요. 그러면서 자취방 한 켠에서 풍경을 묘사하는 글을 쓰거나 시를 몇 편 쓰거나 하는 방식으로 습작을 시작했죠. 그러다 문득 내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러 장르의 글을 습작하다 ‘반지의 제왕’을 접하고 판타지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어요. 글을 배워 본 적 없는 제가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도 모험이었고, 판타지 또한 모험이었죠. 그러면서 판타지가 결국 제 소설 장르가 되었어요.

Q 이번 소설이 벌써 일곱 번째 작품입니다. 판타지 소설부터 일반 소설, 번역서까지 출간했는데, 다양한 장르를 집필하는 이유가 있나요.

굳이 제 글의 장르를 국한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제가 만족하는 글은 ‘이유를 댈 수 있는, 생각해서 써낸 글’이면 된다는 것이에요. 장르의 경계와는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써낸 ‘내 글’이면 된다는 것 아닐까요. 새로운 인물들을 구상하거나 사건들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라서 가질 수 있는 특권 같아요. 현재 여러가지 작품을 쓰면서 ‘내 것’을 찾는 과정에 있어요. 아직은 젊은 나이라 앞으로 더 발전해나가리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Q 판타지소설을 아직 접하지 못한 대중들이 많아요.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작가로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결국은 이야기 자체의 중요성 즉,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판타지는 평범한 삶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담아내야 하죠. 배경은 낯선 세계일지라도 그 안에서 흘러가는 이야기는 현실 속 우리들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만의 캐릭터와 판타지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형성하는 작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장르 소설은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이 이뤄지는데, 어디서 활동하고 있나요.

‘조아라닷컴’에서 작품을 연재하고 잇어요. 이번 작품도 그 곳에서 완결되었죠. 온라인 연재의 장점은 한 회 분량씩 소설을 쓰다 보면 언젠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진다 점이에요. 그런데 만약 누군가 온라인 사이트 내 소설의 질을 묻는다면, 독자로서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워낙 많은 익명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고, 소설의 목적과는 맞지 않는 글들도 많거든요. 독자들의 목적과 소설의 목적이 부합되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잖아요. 저 또한 온라인 사이트 내에서 연재를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독자들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단계예요.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전 이 길을 우연히 걸어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스스로 물음을 제시했고 도전했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니까요. 앞으로도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여러 장르 소설을 쓰고 싶고, 제 책을 번역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조아라닷컴’에서 일반 소설 <얄롯>, 판타지 소설 <엘레노어 전기>, SF 소설 <던(Done)>의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모두 2년 내에 출간 목표를 갖고 있는 단행본 장편소설들이라 현재는 이 작품들에 매진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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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짧지만 가장 찬란했던 100년 전 유럽을 그림으로 읽다

지난 11월 21일 목요일 저녁, 그림에세이스트 이주은 저자의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출간 기념 강연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1층에서 진행됐다.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은 ‘벨 에포크 시대’의 이야기와 그 시대에 꽃피운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주은 저자는 책에 나온 그림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주은 저자는 ‘차도녀’ 같은 첫인상을 풍겼으나 “일찍 나와서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남은 잘 오지 않아서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네요. 제가 촌사람이라서요”라는 말로 독자들에게 웃음을 건넸다. 그녀의 말 한마디로 강연장 분위기는 한층 더 밝아졌다.

 
↑ 참석한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주은 저자

벨 에포크 시대는 유럽의 19세기 말 20세기 초로 대변되며, 세기말, 세기 전환기 또는 좋은 시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미술과 음악, 문학이 활짝 피어났고 시민들의 일상은 노동과 계급에서 자유로워지는 시기이기도 했으며 오락과 소비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려한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마음 둘 곳없는 불안감을 맛보았다. 바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오락, 영화, 비행기, 바캉스 그리고 도시를 극채색으로 물들이는 불빛들 역시 이때 탄생했다.

 
↑ 에드가 드가의 ’모자가게’

처음 이주은 저자가 소개한 작품은 프랑스 인상주의자 에드가 드가가 그린 ’모자가게’다. 19세기 말의 모자는 지금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고 한다. "요즘 여자들이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서 명품 가방을 사듯 당시에는 모자가 그런 존재였어요. 지금 명품백을 들고 나가면 부자가 된 것 같은 환상에 젖잖아요. 그림 속에 점원으로 보이는 아가씨도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현실에 대한 걱정은 잊고 잠깐이라도 낭만에 젖을 수 있는 거죠. 쇼핑이 한 인간에게 새로운 욕망을 주입하는 순간인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백화점은 인간의 불안정한 열정과 욕망이 분출되는 공간이다. 백화점은 예전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의 개인 부티크의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 누구든지 구경할 수 있도록 오픈된 구조로 되어 있어 누구에게나 유혹의 공간이 되었다. 이주은 저자는 “백화점은 부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열려있는 공간으로 시작한 곳이에요. 부자에게는 자신을 대변해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가난한 여자들에게는 어렵게 모은 돈을 한번에 써버릴 수 있는 욕망의 공간이기도 하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아름다워지는 곳은 백화점 거울 속이 아닌 사랑하는 누군가의 눈속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에밀 졸라가 쓴 소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이런 백화점의 모습과 함께 백화점 사장과 판매직 여직원이 사랑에 빠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뤄요. 소설은 쇼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마무리되죠. 우리나라 드라마 중에서도 <사랑을 그대 품 안에>가 그랬잖아요. 그런 면에서 백화점이 여자들에게는 아름다움의 욕망과 사랑까지 쟁취할 수 있는 공간일 수 있지만 정작 행복은 쇼윈도 너머에 있는 것임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