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책이지만 읽고 나서 엄마인 내가 더 반한 책이다....
정말 우리 아이 동화책 가운데서 가장 맘에 드는 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매력있고 오래도록 소장하고픈 그런 책인듯....
세대를 이어 읽어주어도 전혀 손색없을 듯 한 아주 멋진 책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 ^
내가 이 책을 이토록 좋아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내가 가졌던 상상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인형이란 소재 때문에 떠오른 내 유년 시절의 기억들.....
난 책 속의 여자아이처럼....
예쁜 인형을 넘 갖고 싶었지만 갖고 있질 않았다.
친구들이 가지고 있던 공주 인형이 어찌나 갖고 싶었던지...
팔다리 다 움직이고 긴 금발을 가진 그 인형을 갖는게 나의 소원이었던 적이 있었다.
책 속의 여자아이는 예쁜 인형을 가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형편이 어려워서 예쁜 인형을 선물받지 못했다.
어느 페이지를 보니 인형을 사줄수 없는 난처한 부모님의 얼굴 표정과
그런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인형 대신 집에서 키우는 닭을 인형삼아 노는 아이의 모습이 참 애처로웠다.
나도 예전에 인형이 없어서 인형을 대신할 만한 것들을 가지고 인형처럼 대하며 놀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추억들도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들은 부족함 없이 부모가 원없이 사줘서 이런 감정들을 아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도 떠올리게 되었다.
부모님은 도저히 인형을 사줄 형편이 안되는데...그럼 이 아이는 결국 인형 한 번 못 안아보게 되는 것일까?
작가는 아이가 일을 하고 정당한 댓가로 인형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 일이라는게 낯선 할아버지에게 울타리 문을 열어줘서 마차가 빠져 나갈 수 있게 하는것이었는데...
아이에게 공짜로 뭔가를 얻는게 아닌 아주 간단한 일이라도
자기 스스로 일을 하고 받은 정당한 댓가라는걸 알려주려고 한 것 같다.
낯선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마법의 씨앗....
할아버지가 그냥 인형이나 돈을 줬더라면 재미가 없었을텐데....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황금처럼 반짝이는 씨앗을 주고 간다.
"이 씨앗을 텃밭에 심고 날마다 물을 흠뻑 주렴...그러면 아주 신기한 일이 생길게다..."
아이는 땅속에 씨앗을 심고 날마다 물도 열심히 주면서 가꾸는데 놀아운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흙 속에 봉긋이 솟아 올라온 것이 바로 인형의 모자였던 것이다.
땅 속에서 자라나는 인형이라니......
이 장면을 보고선...정말 최고의 상상력이라고 칭찬하고 싶을 정도였다.
엄마인 내가 봐도 흥미 진진했으니깐~~~~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더 재미있었겠지? ^ ^
아이가 인형을 간절히 바랐기 때문에 정말 마법의 씨앗이 인형이 되어 자란것이다.
땅속에서 인형의 모자가 나오고...머리가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도
바로 인형을 땅속에서 꺼내지 않고....몸이 모두 나올때까지 기다려 준 아이를 보면서도 난 감탄했다. ^ ^
인형이 흙속에서 완전히 나왔을 때 자기가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 아이....
인내심까지 본받을 만 한 것 같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인형이 생기면 예쁜 이름을 지어주는건 어느집에서나 비슷하겠지? ^ ^
여자아이도 인형에게 "마르가레타" 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
또 한 번 놀랄 일이 생긴 것.....
인형은 자기에게는 "미라벨" 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얘기해준다..
이 인형은 특이하게도 말을 할 수 있는 인형이었다....인형이 그토록 갖고 싶었는데...
말하는 인형이 생기다니....아이는 두 배로 행복했을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쯤 인형이 말을 했음 좋겠단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작가는 이 동화책에서 그 소원을 들어준것이다~~~^ ^
하지만 책 속에서 아이는 이렇게 얘기한다.
미라벨이 말하고 웃고 먹고 하는건 부모님도 모르는 자기만 아는 비밀이라고.......
이 한 문장 때문에 난 잠시 혼란스러웠다.
미라벨이 정말 말하는 인형이었을까? 아니면 아이가 만들어 낸 상상이었을까?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될 것을 이런 생각을 한다는것 자체가 난 참 나쁜 어른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는 지금도 숲속 어딘가에 있는 집에서 미라벨과 알콩달콩 얘기하며 재미난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
이 책을 보고 나서 네살 채원이가 노는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즘 강아지 인형들을 데리고 놀면서 이런저런 말을 참 많이도 한다.
마치 동생다루듯이....인형들을 데리고 밥도 주고 이불도 덮어주고 1인 다역으로 많은 대화를 하는데....
내가 봤을 때만 말 못하는 봉제인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원이에겐 진짜 말을 하는 강아지 인형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유아 시기의 유치한 놀이가 아닌.....정말 아이의 진심이 담긴 재미난 놀이라고 받아줘야겠단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순수한 눈으로 아이의 놀이를 바라봐준다면 정말 내 귀에도 강아지 인형들의 말들이
진짜처럼 들리는 날도 오겠지? ㅎㅎ
비록 겉모습은 말을 못할지라도 아이가 가지고 놀면서
말하는 인형으로 만들어 주는 기회를 내 딸에게도 많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을 보고 나서 다시 한 번 표지를 보니 여자 아이와 미라벨...그리고 닭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겨보니 닭은 매 페이지 마다 등장한다는걸 알 수 있었다.
닭에 집중해서 보는것도 꽤 재미있었다.
아이에게 미라벨이라는 인형이 생기기 전까진 어쩌면 닭이 말하는 인형과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덕분에 삐삐책도 알게 되었는데...
우리 딸....삐삐책도 참 재미있어한다~~
엄마가 읽어도 아주 상큼하니 재미있다. ^ ^
말하는인형미라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