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술과 관련된 책이 있으면 일단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림 소개 하는 책은 여러번 접했지만 관계를 기준으로 접근한 이번 책의 의도가 몹시 궁금하였다.

관계맺음의 어려움을 느끼곤 하기도 하였지만 관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라 더욱 끌림이 있었다.
 

흔히 둘 이상의 사람을 붙여놓고 이야기를 만들어 갈 때면 경쟁 구도로 잡히곤 한다.

두 명씩 네 파트, 그러니까 여덟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책 또한 혹여 라이벌 구도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풀 밭위의 식사>나 발레하는 소녀 정도로만 기억되는 마네와 드가의 이름은 낯설지 않았지만 화가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이 둘의 관계도 예측할 수 없었다.

마티스와 피카소, 프로이트와 베이컨의 관계에서도 그저 이름만 익숙할 뿐 어떠한 내용도 예측하기 힘들었다.

폴록은 살짝, 드쿠닝은 완전 생소한 인물이였기에 둘의 관계도 궁금하였지만 각각의 인문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받아 보고선 다른 미술사 책보다 생소한 작품들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기대를 품고 있었기에 서둘러 책장을 넘겨 보았다. 휘리릭 넘겼는데 그림은 커녕 글로만 이루어진 구성에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첫장을 넘기니 광택 종이 재질에 작가들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림에 관련된 설명이 본문에 있겠다 싶은 생각도 잠시 그림 감상하는 시간을 먼저 갖게 되었다. 낯익은 작품들 사이에 시선을 끄는 작품이 있었다.루치안 프로이트의 작품들이었다.

왜 프로이트는 내가 알고 있는 그 한 사람 뿐이란 생각을 하였던 것이었을까..  그래도 루치안 프로이트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화풍과 새로운 화가를 알게되는 순간이라서 기뻤다.

각 장은 독립된 이야기로 구성되었기에 원하는 인물에 관련된 내용부터 읽어도 괜찮았지만 일단 들어가는 글에서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한 설명을 잘 해 주고 있었기에 차근차근 읽어 보기로 하였다.

본문에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면 굳이 앞장을 다시 챙겨보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을 텐데 하였지만 덕분에 여러번 작품을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겠다는 합리화를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재밌었다.

마네는 왜 드가가 그려준 그림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부인이 있는 부분을 칼로 도려냈을까?

이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하였는데 뜻밖에 마네가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어쩌면 부르주아 가문의 맏이로 태어난  그에게 공부 소질이 없다는 것은 예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마네와 드가, 두 인물의 관계된 이야기만 풀었더라면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각 인물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었고, 그런 그들이 인연을 맺고 서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사건들을 제시해 주는 이야기의 흐름이 마음에 들었다.

미술사를 보면 작품해석에 중점을 두고 시대상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 글을 통해서는 작품에 담긴 해석보다 화가 그 자체의 생각과 삶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유유상종이란 말을 믿는데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은 단지 나와 닮았기 때문에 끌림이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결혼관도 달랐고, 가정 환경도 달랐고, 명성도 달랐고 가치관도 달랐다.

서로 불화를 겪어 끝내 화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그리워 하는 마음에 나름의 방식으로 미안함 등 복합적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이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을까?

혼자만의 시간을 꿈꾸는 요즘이지만 책을 읽다 보니 나와 관련된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 상황을 적용해 보게 된다.비록 예술적 감각이 있어 작품 활동 교류를 하는 인연들은 아니지만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이기에 나와 연결되는 단 한 사람은 누구일까 사뭇 궁금해 지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남자들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는 결코 남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기에 이야기가 더 재밌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찌됐건 이 책의 주요 소재는 그들의 작품들이다.

440쪽에 달하는 알찬 이야기들이 화가에 대한 정보와 그들과 관련된 시대상을 잘 전달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작품을 눈요기 하고 싶어하는 허기를 달래주기는 어려울 듯 싶다.

아쉬운대로 검색을 통해서 프로이트의 작품을 좀 더 감상하고 싶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