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계적인 명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세계적인 명화라고 하니 ‘그런가?’ 할 뿐이지 구도의 아름다움이니, 예술성이니 하는 말이 나 같은 비전문인에게는 매 한가지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 작품에 대해 조금 안다면 그 작품을 보는 생각과 안목도 조금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굳이 나의 교양적인 안목을 길러보기 위해서 선택한 책은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이 말하는 명화라는 것들은 어떤 것들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책이었다.

물론 나에게 익숙한 그림은 이미 널리 이름이 알려진 <모나리자>가 다였지만, 그래도 작품에 얽힌 소소한 에피소드가 그림들을 다시금 살펴보게 만들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런 세계와는 거리가 먼 나 같은 사람에게는 충분히 새로운 정보가 되기 충분했다.
그림에 대한 정치적, 시대적 상황들이 그 그림을 조금은 더 인내심을 갖고 꼼꼼히 살펴보게 한다.
누구나 형식적인 이야기보다는 뒷담화나 이야기를 더 흥미로워하듯이 미술계의 커다란 가치보다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히려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인내심이 요구되기도 한다.
소설같이 입체적이고 재미있는 전개보다는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 된 에피소드의 형식이라 조금은 밋밋하고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내가 이 책을 읽은 소감은 참 재미있었다는 것이었다.
어떤 문학적인 소양과 가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책 그 자체를 읽는 즐거움이 쏠쏠한 책이었다.
문학적인 가치 혹은 실용성이 있는 것이 양서라고 주장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복잡한 생각을 떨어버리기 위해 가볍게 읽기위한 소설책으로서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조선후기 영,정조시대를 배경으로 성균관 유생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노론이 득세하던 혼란했던 조선후기의 피폐한 세상과 굶주린 백성들의 처참한 삶을 엿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는 책이지만, 유쾌한 기분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무겁지 않는 연애라는 주제가 이러한 책의 특성을 더욱더 잘 살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으로 보자면 남장 여자,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완벽남들의 대거 출현 등....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보아왔던 소재들이라 그리 특이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이런 가벼운 소재들과 사건들이 줄 수 있는 유쾌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살기에도 팍팍한 일상에서 세상의 모든 일이 가볍게만 보이게 하는 이야기로 오히려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고나 할까?
오랜만에 10대 소녀가 된 기분으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꼭 무언가를 얻어야 되고, 꼭 무언가를 느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번쯤은 아무생각 없이 그저 즐기고 싶다.
그래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즐길 수 있었던 나의 철없던 모습을 생각나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다.

나는 70~80년대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가난, 독재, 폭력, 억압이 횡행하던 부당한 시대였을지 모르지만 그 부당함에 항의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그 시대의 이야기가 난 좋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시대 모습의 반영보다는 어느 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보여줌으로써 격변의 시대 분위기보다는 점점 가열되는 물질문명의 폐해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낯익은 세상>에서 보여주는 배경은 70~80년대 이지만, 글의 대표공간인 “꽃섬”마을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세상을 보여주는 곳으로도 대표된다.
도시의 외곽지에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공간인 “꽃섬”마을은 세상에서 버려진 모든 것들이 모여드는, 악취나는 쓰레기와 함께 모든 것이 무너져 가고 있는 어느 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다.
옛날의 소중한 모습을 잃어버리고 그 자체의 본질조차 사라져가는 세상 속에서 눈앞에 보이는 성과와 이익을 보며 달려온 결과는 점점 의미없이 쌓여져가는 쓰레기뿐이다.
쌓여만 가는 쓰레기 속에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현재 삶에서 끝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욕망에 의해서 지탱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공허한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을 무시하고 공허한 사회를 채우려는 계속된 소비와 발전들은 감당할 수 없는 큰 재난을 가져오게 되고,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들은 모두 상처입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도 “꽃섬” 이라는 옛 이름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이제 쓰레기더미로 본래의 모습조차 잃어버린 마을은 화재로 인하여 모든 것이 불타 사라지게 된다.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꽃섬마을이 다시 쓰레기 더미로 덮히고 또다시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더라도 작은 생명은 언제나처럼 또 다시 싹을 틔운다.
희망이 사라져버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작은 희망은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것처럼....
<낯익은 세상>은 우리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너무나 가까이 있고 친근하다는 이유로 우리주위의 소중한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은 아닌가?”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