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을 때면, 고전을 과연 읽을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말투와 딱딱한 문체는 책을 읽을 때마다 커다란 걸림돌로 등장한다.
그래도 기어코 또 고집스레 고전을 집어드는 이유는 인간사의 이야기는 시대와 세대를 넘는 커다란 순환 속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견되는 비극이라는 광고문구가 눈에 띄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비극적인 삶을 살아간 많은 이들이 있지만, 서로에 대한 화해의 손길이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빡빡한 도시의 일상로부터 벗어나 무료한 삶을 즐기기 위해 드러시크로스에 머물게 되는 록우드의 방문으로 시작된다.
그럼으로써 의문에 쌓인 집주인인 히스클리프의 복수로 일그러져 버린 삶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는 부모와 가족을 잃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체 어린시절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의 보살핌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워더링하이츠의 주인이 죽자 그는 그의 아들로부터 학대를 받으며, 어린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는 워더링하이츠 주인의 딸인 캐서린을 사랑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을 죄어오는 신분의 차이는 그가 그녀의 곁에 떳떳하게 서있지 못하도록 한다.
학대와 고통의 삶 속에서도 견뎌낼 수 있었던 여인과 이루어 질 수 없도록 하는 신분의 차이에 따른 멸시와 고통은 결국 그가 더 이상 워더링하이츠에 머물지 못하도록 한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시간을 마음속으로 간직한 채 19C 산업혁명이라는 급격한 사회변동에 힘입어 힘있는 자본가의 모습으로 그가 사랑하는 여인 캐서린의 곁으로 돌아온다.
마음에는 복수의 칼날을 안고서......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된 캐서린 이건만 그는 그녀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된 캐서린과 영원한 연인으로 살아갈 수 없음에 절망한다.
캐서린도 사랑하는 히스클리프와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의 힘에 점점 쇠약해져갔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하는 여인이 죽자 히스클리프는 그를 학대한 워더링하이츠 가와 그를 무시했던 크러시크로스가의 모든 이들에게 복수를 하기 시작한다.
눈이 먼 그의 복수심은 그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이의 삶을 파괴해간다.
그의 삶 안으로 들어온 어떠한 삶의 주인공이라도 그의 삶 안에서 망가지고 퇴색해 버린다.
그의 아들 린튼, 자신의 며느리이자 캐서린의 딸인 캐서린, 자신을 학대한 힌들리의 아들 헤이튼 언쇼, 아내 이사벨라.....
그의 주위의 모든 삶은 복수의 폭풍이 몰아치는 그의 삶안에서 철저히 파괴되고 사라진다.
하지만 견고하여 절대로 무너질 수 없던 성같던 히스클리프의 삶도 죽은 캐서린을 잊지 못하는 방황속에서 한순간 거품처럼 막을 내린다.
죽은 캐서린이라도 만나길 간절히 바라던 그는 결국 자신이 죽은 캐서린의 영혼과 함께있다는 착각속으로 빠지게 된다.
결국 그는 아무도 봐주지도 돌보아주지도 못한 혼자만의 고독한 죽음을 맞이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행복함 때문인지 그는 마지막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고 보면 삶이라는 것은 참 단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쓸어버리는 고통속에서도 결국 행복해 질 수 있게 되는 것은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 이라는.... 교과서적이고 너무나도 따분한 것같은 이말들이 인류가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도 계속이어져 오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복잡한 사회에서 복잡한 생각과 많은 증오와 분노의 가슴을 안고 살아갈지 모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너무나 허무한 것에 불과할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너무나 일반적이고 평이한 단순한 진리를 이책은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어렵고도 힘든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