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멋진 飛行雲를 꿈꿨지만, 인생의 非幸運을 보여줘 실망을 안고 책장을 넘겼다.
<비행운> 제목을 보고, 멋진 유쾌한 이야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암담한 이야기가 나올지는 몰랐다는 생각 때문인지, 도무지 읽혀지지 않는 책이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공감이 가고 가슴에 여운에 남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갔다.
첫 번째 이야기 <너의 여름은 어떠니>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 그리고 누구에게나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아는, 혹은 모르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많이 아팠을 거라는 느낌이. 그렇게 쉬운 생각을 그동안 왜 한 번도 하지 못한 건지 당혹스러웠다.” -p44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더 극한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붕괴되어가는 가정에서 지독한 자연재해까지 이르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서의 모습에서부터 아무도 도와줄 사람도 없는 폐허와 같은 공간에 혼자남겨져 출산을 해야하는 절박한 상황까지.....
솔직히 나로서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 상황의 이야기들이 계속이어졌다.
그래서 그즈음에는 심드렁하게..... 책이 끝나기를 바라며 겨우겨우 책을 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읽을수록 점점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생을 벗어나려 하여도 벗어날 수 없는 막막한 인생들의 이야기 일지라도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기에 각각의 이야기에 더 많은 가슴속의 울림을 갖게 한다.
특히나 <호텔 니약 따>와 <서른>은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호텔 니약 따>를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역시 은지의 고집으로 서윤이 결국 <니약 따>라는 호텔에서 밤을 보내는 장면이었다.
죽어서도 고생하시던 할머니가 죽어서도 박스를 줍고 계시다는 사실이 서윤으로 하여금 북받치는 설움에 빠지게 한다.
현실에서 벗어나면 편안한 삶을 살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현실을 벗어나도 계속되는 현실에서 난 더 소름끼지는 현실감을 느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소름끼치는 현실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절정을 보여준 것이 <서른> 이었다.
생존하기 위한 인생을 사는 강수인이라는 주인공의 편지글로 시작된다.
“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이사를 하고, 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어 명의 남자를 만났어요,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가버린 것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P293
살기위해 온갖 아르바이트에서 결국 다단계판매 집단에 까지 발을 들여놓으며 수인의 인생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렵게 몸과 마음을 다치게 된다.
“이전에도 채무자. 지금도 채무자. 예나 지금이나 빚을 진 사람이라는 건 똑같은데. 좀더 나쁜 채무자가 되었다” -P298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팔고 있는 게 물건이 아니었더라고요. 제가 팔고 있던 건 사람이었어요“-p307
수인은 이십대의 과거가 서른이 된 현재는 물론 미래 시간까지도 앗아가버린 현실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방황한다.
“마흔의, 환갑의 나는 어떤 얼굴로 살아가게 될지, 어떤 말을 붙잡고 어떤 믿음을 감당하며 살지 모르겠어요”-P317
아무도 자신의 앞날은 알 수 없다지만, 알 수도 없고 알수록 더욱 암담해지는 미래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함이 먼저 다가온다.
김애란의 소설 <두근두근 내인생>과는 다르게 밝음보다는 여름날 장마의 답답한 공기처럼 이번글을 읽고 있노라면 답답함이 목끝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책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그러한 답답함을 보면서도 왠지 모르게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동화속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게 되었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속에서 처해 지지만, 그래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 또한 인생이기에 그러한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