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고 아쉽지 않은 인생이 어딨나”

“내 인생만 아쉽고 아픈 것 같지만 모든 인생이 다 아프고 다 아쉽다고 한다.”

“인생을 처음 살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계획을 할 수가 없다고.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하나씩 내려놓는 것, 포기하는 것, 나이 들면서 붙잡지 않는 것”  -『꽃보다 누나 中 윤여정씨 인터뷰』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최근 텔레비전에선 본 “꽃보다 누나”가 생각난다.

 

인생은 아픈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그래도 그것을 견디고 살아가는 것 또한 인생이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어렵게 나를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믿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마음의 위로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명심하라, 세상 사람들은 남 일에는 관심 없다. 오직 자기 자신과 관련된 것에만 예민하게 반응할 뿐. 서툴게 그들의 관심을 끌거나 덮으려고 호기를 부리거나 돌아가지 말고, 지금 내가 관심 있는 그 길을 호기롭게 가라.” -p101

 

"나는 비관적인 사람이 아니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고 내가 받은 상처를 줄여가겠다“고 말하라. 외로운 시간을 활용해서 지금 당장 무엇인가 하라.” -p144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양육의 시간’ 동안 어른은 아이의 몸을 키워내지만, 아이는 어른의 마음을 키워낸다. ......중요한 것은 가르치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어른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어른도 자란다.“ -p173

 

내가 이 책에 끌리는 것은 이 책의 작가가 내로라하는 기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어디에선가 한번쯤 뻔히 들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길을 어느 순간 가다보면 어느 누군가가 뻔히 말하던 그 말이 나에게 아주 가까이에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그 사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이라는 것이가보다.

 

지금은 아픈 발걸음이라 생각하는 것들도 지나고보면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추억인 것처럼 작가도 아픈 시절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오늘도 난 오랜만의 책 한권으로 인생가까운 비극안에서 먼 훗날에 추억하게될 희극을 꿈꾸며 살아간다.

“인간의 하루하루가 어두운 밤인걸요. 일분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잖아요. 신뢰하기 때문이에요.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p44

 

"온몸을 던지는 게 두려운 거야.“-P135

 

"이것이 삶의 법칙이었다. 이것이 어두운 밤이었고, 아무도 거기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평생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사람이라 해도, 아무것도 변화시킬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 해도. 그조차도 그 자신이 내린 결정이고 변화이기 때문이었다“-P136

 

"왜 카드로 미래를 읽으면 안 되는 거죠?“

“오직 현재만이 우리 삶에 힘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지.”-P165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을 바꾼다는 건, 내면에 존재하는 것을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지.“-P186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를 생각하면 역시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은 <연금술사>이다.

가장 인상깊었고, 가장 할 말이 많았던 책 였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책 <브리다>는 브리다라는 여성을 통해서 변화하는 삶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을 바꾸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마녀‘라는 설정이 이야기의 공감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하지만 말이다.

 

삶을 바꾸는 힘은 두려움에 안주하는 것보다 두렵더라도 그 상황을 해쳐나가는 것이라는 보여주면서, 당신은 당신의 삶에 온몸을 던지며 살고 있는지 묻는다.

혹시 내 삶의 무언가를 남겨놓고 반쪽짜리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브리다는 마법사와 위카를 통해서 반쪽짜리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삶의 길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공감이 가지 않는 다는 것이 아쉽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 보면, 뭔가 영적인 존재의 게시, 필연적인 인연, 환생에 대한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현대를 살고 있는 나는 그러한 소재가 이국적이고 환타지적인 느낌이 아니라, 왠지 쌩뚱맞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편하게 읽히지만, 읽는 내내 뭔가 빠진 허전한 마음이 드는 소설이었다.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P117

 

작가는 소설을 통하여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정말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라고....

 

이 소설에서 나오는 주인공 밴 브래드포드를 통해서 작가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삶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밴은 변호사로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는 미국의 중상류층의 모습을 대변해 준다. 하지만 그는 늘 사진작가가 되기를 갈망하고, 사진작가가 되지 못한 꿈을 가지고 사는 인물로 묘사된다.

밴은 늘 반복되는 일상에 회의를 느끼며 점점 치쳐가고, 가정생활도 점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러는 중에 회사의 절친한 선배 잭 메일의 시한부 인생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P49

 

꿈과 현실사이에서 균형을 잡기위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며 근근히 버텨가던 인생도, 그의 아내 베스가 자신이 경멸하는 게리 서머스와 외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게리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됨으로써 밴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 P119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놓인 밴.

그가 선택한 길은 자신이 죽인 게리 서머스. 즉,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사진작가로서의 삶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잃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면서, 그는 이제까지 자신이 누렸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서부 몬태나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밴은 우연한 기회를 통하여 유명한 사진작가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빌려와 성공한 삶이기에 그는 늘 불안하기만 하다.

밴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을 때는 사진작가로서의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도 받아주지 않더니 다른 사람의 삶을 빌려와 살고 있는 그에게 사진작가로서의 성공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 성공은 밴을 또다시 위기에 빠뜨리게 되고, 또다시 밴은 게리로서 살았던 삶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계속해서 반복해서 타인을 삶을 살게 되는 밴은 결국 앤의 남편으로 자신의 원래의 삶과 비슷한 삶을 다시 살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나는 한때 내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걸 죽은 후에야 깨달았다.” -P376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는 인생을 살아가는 조그마한 한 부분이라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의 한 부분.... 그것이 현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의 한 부분이 마음에 안들고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완성된 작품에서는 어쩌면 가장 빛나고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현재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인생을  다 삭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상 내 모든 것을 끝내고 다시 시작을 할 수 없을뿐더러, 현재의 안정감에 젖어 그냥 살아가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상반된 2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너는 네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

“너는 지금 네가 누리고 있는 소소한 삶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고 있느냐~?”

라고 말이다.

꿈과 현실, 꿈과 책임 과 같은 수많은 선택의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 선택이 무엇이건 간에...... 그 선택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 그것이 아마도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삶을 잘 살고 있습니까?” 의 답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