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공중그네>라는 작품이 생각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주 황당무계하고 어이없을 법한 일을 그리고 있음에도,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고민해 볼법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깊은 공감으로 다가온 책이었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비록 모든 것을 유쾌하게 해결해줄 이라부와 같은 정신과 의사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혼자서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이라부과 같은 의사가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 까? 생각한다.

 

 

이번의 책 <꿈의 도시>도 유쾌한 이야기를 상상했다.
팍팍한 세상에 조금은 유쾌하고 엉뚱한 세상을 꿈꾸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의 이야기를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엉뚱과 발랄이라는 단어보다는 현실의 세상에 대한 비판과 경고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러기에 조금은 어색하고 낯선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은 헛다리를 짚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딱딱하게 읽혀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 책은 유메노 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도시의 과밀화로 인하여 지방의 도시들은 점점 인구가 줄어들게 되고, 지방의 작은 군들이 병합하여 결국 유메노라는 시가 탄생하게 된다.
유메노에 남은 사람들이란 결국 힘없는 노인들과 고향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패한 인생들만 남겨지는 도시로 점점 변해간다.
죽어가는 도시인 유메노에서도 꿈을 꾸는 이들이 있다.
그 꿈이 옳건 그르건 간에 자신들의 꿈을 좇아가는 5명의 인물들이 소개된다.

 

생활보호비 수급자를 줄여야 하는 공무원인 도모노리.
도쿄에서의 대학 생활을 꿈꾸는 여고생 후미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기 세일즈를 하는 전직 폭주족 유야.
마트 식품 매장의 좀도둑을 적발하는 보안 요원 다에코.
출세 가도의 야망을 안고 사는 재력가 시의원 준이치.

 

하지만 이들의 삶은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로 그들의 생활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복지행정을 내세우며 남발한 생활보호수급비는 군의 통합으로 생활보호수급비 긴축정책으로 이어지고, 절실한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그들의 생활을 압박해 온다.
무조건 생활보호비의 줄여야 한다는 행정에 돌입하자마자 생활보호비 수급자의 선정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결국 니시다 하지메의 어머니가 동사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리고 도모노리는 이일로 니시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도쿄에서의 대학 생활을 꿈꾸는 후지에는 은둔형 외톨이인 노부히코에게 납치되어 강금당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생활의 연속과 이 감금생활을 벗어나서도 학교에서나 주위에서 떠도는 구설수에 과연 제대로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은 그녀를 점점 지치게 하고 감금생활에서 벗어나야 겠다는 사고마저 정지 시킨다.

 

노인의 상대로 사기 세일즈를 하지만, 아들 쇼코와 어려움 부모를 돕게 되면서 그래도 가족에 책임감을 지고 살아가는 멋진 꿈을 가지는 유야는 폭주족 선배이자 회사 선배인 시바타가 회사 사장인 가메야마를 살해하게 됨으로서 그의 꿈도 미궁에 빠지게 된다.

 

이혼을 하고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나가버려 쓸쓸한 삶을 살아가는 다에코는 경제적으로는 마트의 보안요원으로, 정신적으로는 사슈카이라는 사이비 종교에 의지하여 근근히 생활을 유지해 간다. 하지만 그것도 사슈카이와 적대적인 종교인 만신쿄의 계략에 의해서 마트 보안요원에서 해고 당한다. 경제적 생활기반을 잃어버린 다에코는 사슈카이의 종교생활에 온힘을 다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녀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어려움에 처해지던 말던 간부들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계속해서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댓가없이 회비와 노동력을 요구한다. 생활에 허덕이는 그녀는 결국 그녀는 자신을 해고당하게한 만신쿄간부의 도시락 공장에 취직하여 다시금 새로운 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그녀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지방 유지세력으로 아버지대에서부터 의원직을 계속해온 준이치.
하지만 그의 실생활은 겉으로는 속 좋고 능력있는 의원인체 해도 안으로는 야쿠자와 산업을 도모하고 밤이면, 젊은 여자와 놀아나는 인간이다. 그럼에도 호의호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문제가 생긴다. 끊임없는 시민단체의 항의와 퇴직한 지방유력자의 압력으로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결국 자신과 손잡고 있던 야쿠자 형제가 시민단체의 대표인 사카가미 이쿠코를 죽이게 되면서 일은 아주 복잡하게 돌아간다. 정치적인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를 무마시키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같이 죽던가, 같이 살던가.
같이 살기위해 이쿠코의 시체를 소각하기로 하지만, 소각로를 가지고 오는 사이에 예기치 않는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이제 자신의 미래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꿈의 도시> 유메노는 이미 <꿈을 잃은 도시>로 변해버렸다.
부패한 정치와 행정이 판을 치고 사이비 종교가 도시를 좀 먹어가며, 심심풀이 원조교제가 당연시 이루어진는 희망을 잃어버린 도시....
대형 마트와 가게들의 등장으로 작은 소매상들은 모두 문을 닫고 국민연금의 혜택조차 받을 수 없는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회색의 무채색 도시....
이전에는 꿈을 꿀 수 있는 도시였지만, 지금의 도시는 꿈조차 꿀 수 없는 도시로 변해버린 유메노....
허황된 꿈 위에 이루어진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릴 것 같이 위태롭다.

겨우겨우 유지해온 삶들이 무너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가끔 우리가 꾸는 꿈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이루고자 한 꿈들이 이러한 모습은 아닐진대, 빈번히 망가진 채로 우리앞에 나타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우리의 삶이 때로는 더욱 씁쓸하게 느껴진다.

유쾌하게 읽고 싶어서 시작한 책이건만,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무너져가는 도시, 무너진 인생들의 이야기.....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는 사회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아직 어린애인 것 같은데, 몸만 부쩍 자라나 버렸다는 느낌.....
그래서 나는 나에게 맞지 않는 어른노릇을 하기위해 그렇게도 부던히도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현실적인 조건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알 수 없는 버둥거림을 느낄 때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런 어른이라면, 아직은 어른이고 싶지 않은 ........
이 책을 읽으며, 특히 그러한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누군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어른이 되어야 했기에, 난 아직까지 내 안의 어느 자리에서 아직도 자라지 못한 것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기에 더 많은 공감을 했고, 내 주위의 사소한 일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올려다보기도 황송한 위대한 위인이나 기업가들의 철학과 인생관이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거의 잊혀진, 한밤중 마지막 라디오를 들으며 느끼는 서운함과 섭섭함, 그리고 하루의 끝에서 밀려오는 고요함과 잔잔함이 마음에 남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책보다도 가슴에 담아두고픈 글들이 눈에 많이 띄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 많은 글들을 남기고 싶었고,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픈 책이었다.

 

 

"내가 싫증이 쉽고 포기가 쉬웠던 이유는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나는 어쩌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죽을 만큼 노력해서라도 갖고야 말겠다는 간절함을
품어본 적도 표현해 본 적도 없는 거 아닐까.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어중간한 아이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저 내가 나를
어중간하게 만들어버린 걸지도.“ -p17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p68

 

 

“친구는 말했다.
그날 또한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서 헉헉대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맞은편에 앉은 선배를 보니 5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건너편 과장님을 보니 10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저 멀리 부장님을 보니 20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갑자기 두러웠단다.

“그냥 그냥 이렇게 살다 죽는 건 아닌가 두려웠어.
그럼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p113

 

 

"일단 저질러버리고 ‘내가 왜 그랬을가’ 하는 후회와
너무 참은 다음 ‘내가 왜 못했을까’ 하는 후회 중
무엇이 더 큰 후회고
무엇이 더 큰 창피함과 두려움을 남길까?“ -p151

 

 

"그때 나는 이러게 생각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되면
웬만한 것에는 잘 아프지 않는 모양이라고.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아픔은 누구에게나 다 똑같다는 걸 깨닫게 된 건
그러고도 한참 후의 이야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픔을 잘 참아낼 수 있게 된다는 것,
아니 아픔을 잘 참아내야만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조금 더 후의 이야기

쉽게 울어버려서도 안 되고
사소한 일에 엄살 부리고 투정 부려서도 안 되며
안 아픈 척, 안 힘든 척, 다 괜찮은 척.
그래야만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어린애 취급 받지 않고
‘어른답다’란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거다.

그래서일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를 다독이는 방법을 깨달아가는 거 말이다.

화가 날 때 술로 그 화를 누르는 사람도 있고
게임이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고
또 초콜릿 같은 달콤한 먹을 것으로 기분전환을 삼는 사람도 있고.
누구나 내 마음을 다독이는 비법 한두 가지쯤은 갖게 되는 거 말이다.

그런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무리 술을 마셔봐도
아무리 운동을 해봐도
아무리 맛있는 음식으로 나를 달래봐도
도무지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기운이 나지 않는
도저히 안 아픈 척, 안 힘든 척, 다 괜찮은 척, 할 수 없는 그런순간

어른이 된 다음에도 가끔씩 찾아오는
우리를 ‘어른스럽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순간’ 엔“ -p227

 

언변의 달인인 ‘김제동’이 책을 낸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사뭇 기대되고 궁금했다.
책이 출판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역시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하는 말은 사람들을 귀 귀울이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공감을 일으키게 한다.
그렇기때문에 '김제동'을 대중들이 좋아하는 개그맨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기대감으로 그의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실망감이 밀려왔다.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하길 좋아하는 그이기에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그 내용의 깊이가 왠지 ‘수박 겉 핥기‘ 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너무나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이야기만 다룬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왠지 글의 내용이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단편적인 삶의 이야기과 그들의 가치관을 이야기 하는 것보다 적은 사람들과 심도있는 대화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원하는 이야기는 어떤 이의 겉에 들어나는 삶의 모습이 아니라 그들의 심도있는 속내까지 알고 싶었다.
그러기에 이글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도 마음을 움직이고, 가끔은 오랜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들도 있었다.

 

 

“얼마 전 ‘요즘은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는 글을 봤다. 한참 동안 ‘왜 용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실은 나도 ”개천에서 용났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 경북 영천 촌동네 개구쟁이에서 tv에 나오는 사람이 됐으니 왜 아니겠나. 그런데 왜 다들 용꿈만 꿀까. 송사리로 남아서 함께 어깨동무하고 개천을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모든 송사리가 용을 꿈꾸면 그 개천은 뭐가 되나.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과 희망을 나누는 것이 송사리가 되어 개천을 지키는 것 아닌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히 해본다.” -p70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총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중에서 “  -p216

 

 

"좁은 독방에 해가 삐뚤게 들어오기 시작한다. 처음엔 점 하나 찍어놓은 크기였지만 그것이 점점 커지기 시작해 나중엔 신문지 크기로 커진다. 신문지크기만 한 햇빛을 맞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두 시간 정도다. 그러나 이 한 점의 햇살만으로도, 그 햇빛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게 손해는 아니다. 그 햇살이 없었으면 나도 숨을 끝었을지 모른다.  -신영복 강연중“   -p286

 

가끔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삶을 살수록 즐겁고 좋은 일만을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견뎌야 하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늘 핑크빛일 수는 없지만, 늘 핑크빛을 꿈꾸는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김제동과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덕분에 많은 생각에 잠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