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푸근한 파스텔톤 색체속에 얼굴 가득 천진난만한 웃음을 머금은채 악동기질을 맘껏 펼치는 개구쟁이 꼬마 니콜라를 주인공으로 어른 아이 모두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물한 작가의 그림을 책으로 만나게 되어 무척 설레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며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맘껏 누리는 그림들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슬프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모두 잊을만큼 따듯하고 생기넘치는 그림 속 인물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면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을것 같은데..이외로 작가의 어린시절은 생각하기 조차 싫은 암울한 나날의 연속이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림 속 풍경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어린시절을 보냇음에도 어떻게 이렇게 따뜻한 그림들이 나올 수 있었는지..이 책에 담겨진 200여장의 그림과 작가의 인터뷰 내용글을 보면서 감탄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가정폭력이 늘상 벌어지는 집안..술만 드시면 폭군으로 변하는 아빠. 무능력한 아빠의 화를 돋우는 엄마, 두려우에 떨고 있는 동생들...생각만해도 끔찍할 정도로 몸서리가 쳐지는 어린시절을 보냈음에도 작가의 그림은 늘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이었다. 내가 전혀 가져보지 못했기에 그림속에서나마 행복한 가족의 모습, 평온하고 기쁨으로 넘쳐나는 가족의 모습을 작가는 꿈꾸었던 것 같다.

 

그림을 통해 마음을 상처를 치유하는 작가는 부모님을 한번도 원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는 집에서는 공포와 두려움속에서 조용히 지냈지만 집 밖을 나오기만 하면 거짓말을 밥 먹듯하고, 친구들 보다 더 활발하고 개구쟁이처럼 생활했으며, 궂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정경제를 책임져야했던 학창시절이야기 등등.. 그림과 상뻬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대조를 이루다보니 밝게 활기차게만 보였던 그림들속의 사연이 웬지 모르게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기도 한다.

 

천진난만한 꼬마 니콜라속의 그림과 이야기처럼 활기찬 웃음을 선사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 담긴 그림 또한 사람들에게 아련한 어릴적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니나 보르시리즈 1.2권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통해 3권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니나 보르시리즈라 니나 보르의 역할이 탐정이나 강력계 형사인 줄 알았는데 적십자 센터에 근무하는 간호사였다. 간호사가 스릴러 소설의 주인공이라고..오히려 경찰이나 탐정보다 더 스릴넘치는 스토리가 전개될 것 같아 기대가 컸었는데 아쉽게도 뛰어난 활약상은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니나 보르가 보호하고 있는 8살 카테리나의 엄마인 나탸샤 도로셴코와 니나 보르의 부탁을 받고 나타샤 도로셴코의 사건에 뛰어든 쇠렌 키르케고르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2권에서 그녀의 활약이 어떻했는지 모르지만 소신과 뚝심 그리고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고자 무대뽀로 달려드는 니나 보르라는 캐릭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을 덮었을때 니나의 가슴속 깊은곳에 숨겨둔 아픔이 짠하게 전혀져오면서 그녀가 왜~그토록 남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책은 스탈린 지배하에 있던 우크라이나의 1930년대와 덴마크의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1934~1935년 우크라이나에는 스탈린의 집단농장제도와 대기근이 맞물려 발생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사하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민심까지 흉흉해진다. 옥사나와 올가는 자매지간으로 1930년대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스탈린을 추종하며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며 인민의 나이팅게일이라 불리우는 옥사나, 그런 언니때문에 친척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자 언니의 행동이 불만스러웠던 올가. 어느날 언니와 동생이 피살되면서 또다시 마을에 피바람이 불어오고..언니의 죽음은 공산당에게 영웅으로 떠오르게 된다.

 

덴마크에서는 우크라이나 출신 나타샤 도로셴코는 약혼자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살인을 계획했지만 미수에 그치고 감옥에 수감된다. 그녀는 수감생활동안 천식을 앓고 있는 딸을 적십자센터에서 일하는 간호사 니나에게 맡긴 상황..딸과 다시 재회할 날만을 기다리며 모범수로 생활하고 있던 중 우크라이나 경찰에서 그녀의 전남편 파벨 도로셴코 피살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나타샤에게 면담 요청이 들어온다. 경찰청으로 호송 중 딸을 만나기 위해 도주를 감행하면서 그녀 뿐만 아니라 그녀의 딸까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나탸샤는 오로지 딸을 찾기위해 적십자 센타에서 기회를 엿보던 중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나고 그 순간 범인의 얼굴을 보게 된다. 첫번째 남편 '파벨 도르셴코'를 죽음으로 몰고 간 '마녀'가 나타난 것이다. 마녀가 덴마크까지 그녀를 찾아 온 이유는 단 하나! '파벨 도르셴코'가 가지고 있었던 증거물을 손에 넣기 위한것...마녀의 등장으로 나탸샤는 전남편의 수상쩍었던 행동과 죽음이 이해되기 시작했고, 자신의 목표 또한 변경한다.

 

이혼녀 니나 또한 아이 엄마이기에 카테리나를 걱정하는 나타샤의 마음을 헤아려 살인범으로 쫓기고 있는 나타샤를 도와주고자 덴마크 경찰 쇠렌에게 도움을 청한다. 처음에는 거북이처럼 느리게 전개되던 스토리가 나타샤를 찾기 위한 추격전 시작과 연이은 사건들이 터지면서 스토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마녀의 등장으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면서 오로지 딸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나탸샤를 많은 사람들이 쫓는 이유가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두 시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전혀 다르기에 결말이 다가올때까지 두 시대의 연관성을 찾으려고 반복해서 읽기도 했는데 찾지 못하고 결말을 맞이하는 순간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놀라운 반전에 반전이 그려진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작가만의 설정..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요즘 핫이슈가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 책의 발간이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것 같다. 우크라이나의 역사에 대해서는 솔직히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게 된 과거의 역사까지 지식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고종의 외동딸이자 조선의 마지막 황녀였던 '덕혜옹주'는 무너져가는 조선을 지키기 위해 일본의 볼모로 끌려가 평생을 외롭고 비참한 삶을 살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었다.  작가의 [덕혜옹주]는 자칫 우리의 기억속에서 잊혀질뻔했던 소중한 역사 속 인물을 세상에 알려준 책이었으며, 지금도 그때의 감동은 잊을수가 없는데 작가의 새로운 신작 [은주] 또한 표지부터 서글푼 느낌이 전해져온다.

 

'진주를 품은 여자'라는 부제목을 단 이 책은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다. 제목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은주의 어머니가 은주의 친구 성희의 엄마 지숙을 찾아와 다짜고짜 은주를 어디다 숨겼냐며..당장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며 집 안을 헤집어 놓는다. 누구보다 은주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지숙은 자신에게조차 한마디 말도없이 급하게 도망친 은주의 가출이 걱정되어 마음이 심란하다. 오랫동안 이어진 아버지의 가정폭력과 어머니의 심한 언어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논술학원을 운영하며 집안 생계까지 책임졌던 마음 곱고 착한 은주였기때문이다.

 

다문화센터에서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지숙을 도와주는 은주는 인기만점의 한글 선생님이었다. 은주는 이곳에서 한글을 배우는 터키 청년 에민과는 연인사이인데 은주엄마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다. 부모의 지긋지긋한 폭력과 폭언으로부터 도망쳤지만 부모에게 발각되어 심한 폭행에 병원에 입원하게 된 은주

 

두번째 가출을 감행한 은주는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사랑하는 연인 에민의 나라 터키에 도착한다. 은주는 에민의 아버지 파샤와 몇일을 함께 지내면서 파샤의 아버지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아버지의 입원소식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은주, 그토록 증오하고 미워했던 가족이었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정때문이 아니었을까? 가족이란 이런것인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픈 가족사를 온 마음으로 품으면서 비로서 밝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된 은주.. 

 

다문화센타에는 한국인 남자를 따라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들 모두 삶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은주처럼 각자 아픈 사연들이 있었으며, 동변상련이라고..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토닥이며 어떻게든 한국에서 정을 붙이며 살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주여성들이었다. 그들에게 지숙과 은주는 한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가족처럼 껴안아주고 위로해주며 함께 나누는 엄마, 언니, 동생 사이였다.

 

이 책은 은주뿐만 아니라 지숙, 지숙의 딸 성희, 은주의 연인 에민, 그리고 은주의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 다문화센타의 학생들 모두가 주인공이엇다. 제목의 인물이야기보다는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등장인물들의 내면속에 꼭꼭 숨겨두고 싶었던 아프고 시린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또한 문화적 갈등과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이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가슴시리면서도 따듯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