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그동안 역사기록으로만 알고있던 장옥정과 인현왕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작가의 혜안에 감명을 받았기에 두번째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미궁]은 광해군을 소재로하였다는데 폭군에 패륜아로 알려진 광해군이 이 책에서는 어떤 인물로 그려졌을지 무척 궁금했다.

 

[미궁]은 인조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 19년에 궁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추리소설이다. 사포직 별감으로 궁에 재직중인 진현은 인조의 총애를 받는 소용 조씨의 궁녀와 연애하다 발각되어 목숨을 잃을 순간 소용 조씨의 은혜로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그 사건을 빌미로 소용 조씨는 자신의 아들 '숭선군'을 독살하려했던 범인을 보름안에 찾아내라는 불호령이 내려진다.

 

기간내에 찾지 못할시에는 자신의 목숨 또한 위태로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감히 누가 인조의 사랑을 받는 소용 조씨의 아들 '숭선군'을 독초로 살해하려했을지..진현은 몇해전 그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던 독살사건의 진범을 찾아냈던 경험을 되살려 동분서주 범인의 흔적을 쫓는다. 

 

진현이 사건을 추리하던중에 궁내에서 세건의 살인사건과 궁밖에서 또 한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모두 인조가 가장 아끼는 최측근 인물들이었다. 때마침 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9년동안 제주도에 유배되었던 광해군의 승하 소식도 들려온다. 또 다시 광해군 복위를 꿈꾸는 반란이라도 일어날까봐 노심초사했던 인조..광해군의 죽음으로 이제야 걱정에서 해방되나 싶었는데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궁궐에서 자신의 측근들이 하나씩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광해군의 망령이 저지른 살인이란 소문까지 돌면서 인조를 두렵게 만든다.

 

승선군이 죽게되면 가장 유리한 위치에 놓일 인평대군도 진현의 용의선상에 있을때 수상한 인평대군의 행적이 눈에 띄자 직접 인평대군을 대면한 진현, 인평대군 또한 살인범을 찾기위해 나름대로 수사를 진행중이었던것, 의기투합한 두사람은 함께 살인사건의 단서를 쫓게 된다. 진현은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광해군과의 연관성에 의문을 품고 피해자들의 과거행적을 추적하게 되면서 인조의 왕위를 위협할만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범인은 궁궐안에 있는 것인지..예리한 관찰력과 뛰어난 추리력, 명석한 두뇌로 명탐정의 기질을 톡톡히 보여주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주인공 진현..가끔씩 어설픈 행동들때문에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위기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도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작가는 인조반정으로 쫓겨난 광해군이 19년이란 유배생활을 참고 견딜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팩션역사소설이지만 한가지 의문을 가지고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광해군의 놀라운 비밀...풀리지 않고 점점 꼬여만가던 실타래의 매듭이 한순간에 풀어져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쉬움과 씁쓸함이 많이 남는 작품이기도 했다. 역사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어야하는데 슬픈 이면들이 더 많은것 같아 마음이 찹착해진다. 이 책 또한 폭군에 패륜아로만 기억하고 있던 광해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역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걸 다시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영화가 개봉되기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고, 개봉되자마자 흥행1순위에 올라와 있던 [우아한 거짓말]

작가의 전작인 [완득이]가 책과 영화 모두 흥행을 모았기에 더욱더 기대되었던 작품이었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은 걱정되고 고민해봤을법한 '왕따'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시작부터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이제 중학생이 된 열네살의 천지는 남편을 여의고 억척같이 살아가는 엄마를 위해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낼 줄 아는 마음 고운 천사딸이다. 그런 딸이 느닷없이 생일선물로 MP3를 사달라며 조르더니..그 날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그것도 자살로...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천지의 자살에..언니 만지와 엄마는 넋을 잃고 만다. 천지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시작부터 너무 큰 충격에 멍~해진다. 천지가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가는 그 과정이 가슴을 아려오게 만든다. 새학기만 되면 늘 불안하다. 혹여~ 새로운 친구들 중에 나쁜 아이는 없을지..내 아이가 왕따, 은따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요즘 아이들은 누군가를 지목해 이유없이 왕따를 시키는 일들이 많다고 하니 더더욱 걱정이었는데 이 책을 보니 천지처럼 착하고 여리고 마음씀씀이까지 고운 아이의 창창한 미래를 끊어버린 그 이유가 너무도 어이없어 울컥~하게 된다.

 

'항상 부러웠던 우리 언니

내가 멀리 떠나도 잊으면 안 돼. 사랑해, 언니.

다섯 개의 봉인 실 중 그 두 번째'

 

'먼저 가서 미안해요.

그래도 씩씩하게 잘 지내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안 그러면 내가 속상하니까. 사랑해요. 엄마

다섯 개의 봉인 실 중 그 첫 번째.'

 

이 글에서 엉엉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열네살이면 한창 꿈에 부풀어 상상속 나래를 펼치며 행복해야 할 나이인데..아직도 부모품, 가족들속에서 어리광 피우기도 하고, 친구들과 놀기에도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행복할 나이인데..이 어린 생명을 더 이상 이 땅에 발을 디딜 수 없게 만든 건 누구일까?

그 누구에게 원망의 화살을 쏟아내야할지 모르겠다.

 

우아한 말 뒤에 숨겨진 진실..교묘한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를 주고..수 많은 군중사이에서 홀로 남겨진 느낌이 어떤것인지..버림받는다는게 어떤 기분이었는지..원상복귀할 수 없는 너무도 센 강풍에 결국 멀리 떠나버리기로 마음먹은 천지의 견디기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들이 이해되었기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착한 동생을 잃은 만지는 천지의 친구들을 만나보면서 그동안 천지의 학교생활과 친구관계의 진실을 알게 된다. 늘 밝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천지가 왕따였다니..그것도 가장 친하다는 친구가 가해자였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천지의 이상한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만지와 엄마의 고통은 커져만 간다. 일찍 알았더라면...천지가 세상을 등질 일은 없었을걸... 천지의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왕따가 탄생될 수도 있었는데 만지와 엄마는 그들의 잘못은 용서하지 못하지만 천지처럼 새로운 왕따가 만들어지는 것은 원치않았기에 그들을 포용하기로 한다.

 

엄마는 천지가 화연이란 친구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대책을 세우지 못했을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얼마나 외로웠을까..착한 천지..

이 책을 읽으면서 학교에 만연해 있는 왕따문제를작가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내아이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또다시 그런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가해자를 보듬어 안는 천지 가족들의 행동에 가슴이 뭉클했다. 피해자를 원망하기보다는 천지의 아픈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가족들의 미안함과 후회를 더 크게 부각시켯다. 비슷한 소재의 책들과는 색다른 방향으로 왕따문제를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이었다.

책표지 뒷면의 소갯글을 읽고 외국작가의 추리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이외로 우리나라 작가였다. 아홉살때부터 일기숙제로 탐정소설을 쓸 정도로 범죄심리학과 추리소설에 관심이 높았으며 [후견인]을 통해 본격 추리소설 작가로 입문했다는 작가의 이력에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부잣집의 외동딸로 태어난 스칼렛 에이들은 사회성 부족으로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자 그녀의 부모는 가정교사 테이트 다우닝을 고용한다. 스칼렛 에이들은 부모님보다 테이트 다우닝을 더 믿고 따르며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의문의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정교사마저 떠나버리면서 큰 저택에 홀로 남겨지게 된다.

 

에이들씨가 살아생전 작성한 유서가 발견되면서 친구인 서더랜드씨가 후견인으로 선정되고 스칼렛 에이들과 한집에서 살게 된다. 서더랜드씨는 한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잃은 에이들을 따뜻한 가족애로 품어 안으려고 했지만 그것도 잠시 스칼렛 에이들의 가정교사였던 테이트 다우닝으로 후견인을 내세운 새로운 유서가 발견된다. 서더랜드 일가는 가짜 유서조작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사람들의 질타를 받게 되고, 먼곳으로 떠나버린 후 소식이 끊긴다.

 

후견인으로 지정된 가정교사 테이트 다우닝은 스칼렛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일념으로 스칼렛에게 친구가 되어 줄 소년 노엘과 함께 대저택에 다시 들어온다. 저택에서 함께 살게 된 세사람..가장 힘들때 곁에 있어주지 않은 테이트 다우닝에게 실망한 스칼렛은 두눈을 붕대로 가리고 지하에서 생활하는 노엘에게 더 많은 애정과 신뢰를 보낸다. 어느날 노엘로부터 자신의 부모님을 살해한 범인이 서더랜드 가족이란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되고, 복수심으로 칠년에 걸쳐 서더랜드 일가를 차례로 살해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서더랜드의 아이들 오스틴과 스칼렛보다 더 어린 에밀리까지 살해할때는 아주 조금 양심의 가책은 느꼈지만 부모님에 대한 복수라면 자신을 위로한다. 모든것이 끝났고 지금부터는 노엘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려는 순간 자신의 범죄를 알고 있는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면서 범죄여부가 들통날까봐 두려움에 또다시 살인충동을 일으킨다.

 

새로운 인물은 다름아닌 열일곱살의 탐정 루카스 튜터..천재적 지능을 소유한 소년 루카스는 사랑하는 애인을 잃고 은둔생활을 하는 전직경찰 제라드와 함께 행방불명된 의뢰인 오스틴 서더랜드의 사건과 할로윈 해커를 추적하던 중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스칼렛 에이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스칼렛 에이들 또한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루카스 튜터와 제라드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하고 열일곱살의 소녀와 소년은 대면하게 된다. 루카스 튜터를 통해 그동안의 사건들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 스칼렛 에이들은 자신이 그동안 테이트 다우닝과 노엘에게 이용당하고 있었음을 알게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었으며 범인의 행동을 유추할 수 있는 스토리 전개로 추리소설의 묘미인 반전이나 긴장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후천적 인격장애 '소시오패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시오패스' 장애하면 대체로 범죄자를 떠올리는데 이책에는 천재 탐정가와 범죄자로 등장시키면서 뛰어난 두뇌 싸움을 벌이는 장면들이 흥미로웠다. 최근 인기몰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소시오패스' 인물이 등장해 볼때마다 오싹함을 느꼈는데 이 책의 주인공들은 글로 읽어서 그런지 섬뜩할 정도는 아니었다. 두사람 모두 범죄자로 등장시켜 서로 맞대결을 펼쳤다면 섬뜩함에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최고의 추리소설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앞으로 더욱더 탄탄한 추리소설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