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메이지 유신 전 조선시대때까지 많은 문물과 문명을 받아왔다. 하지만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군사력은 물론 문화까지 바꾸었지만, 서양과 적대적이었던 조선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못해 결국 일본의 지배하에 놓인다. 나는 이렇게 알고 있다. 

 

일본 근대화의 시작은 메이지 유신이며, 근대사의 시작을 알린 메이지 유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고, 언론과 더불어 정치계에서도 여러 모로 이용하여 자국민들에게 나라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데,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게 묻다’는 메이지 유신을 찬양하는 책이 결코 아니다. 이 책에선 그 시대에 살아간 조선인들을 알아볼 수 있고, 일본이 흘러간 정세를 알아볼 수 있는 전문서적이란 점이 그동안 우리가 말로만 듣던 메이지 유신이 가져온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일본이 서양과의 무역교류를 하며 개항에 대해 고민에 빠졌을 시점, 17~18세기 가장 가치가 있었던 품목은 바로 도자기였다. 1598년 사기장들이 대거 일본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사기장 이삼평이 일본에 끼친 영향은 어마무시하다. 처음 머무른 가라쓰 부근서 도자기를 제작했지만, 조선의 흙과 달라 결국 아리타에 가게 됐고 이후 일본 최초의 백자 도자기를 만들게 된다. 함께 납치되어 일본으로 온 150여명의 사기장들은 번주로부터 관리를 받았으며, 일본 성씨로 개명을 하여 규슈의 근대화를 가져왔음을 알렸다. 일본이 사기장들을 데려갔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그 후손들이 아직도 재일교포로 살아간다는 건 들었지만, 사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일본이 말하지않고 지금 또한 재일교포를 조선인이라 무시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에 철저하게 우익단체의 적으로 살아가고 있어 사기장들의 아픔을 아직까지도 어루만져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또한 그 도자기를 팔아 증기선 군함과 암스트롱 포를 사들이며 조선의 침공의 발판을 만들었단 것이 얼마나 그동안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살아온 것에 대해 미안함도 느껴진다. 

 

병자수호조약으로 조선은 일부 개항을 하고 개항장서 일본인들의 치외법권과 무관세 및 일본 화폐통용을 하며 조선을 향해 조금씩 권력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결국 이 메이지 유신의 시대상에서 근대화를 이루고 강제 징용으로 끌려온 75,000여명의 한국인들의 한이 서린 기업 미쓰비시도 결국 메이지 유신의 수혜자 이와사키 야타로의 기업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사실 메이지 유신으로 하여금 조선과 조선인은 철저히 일본에게 당할 수 밖에 없었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심지어 그들이 모시는 일왕도 조선인의 후예라는 것을 알리지도 않은 채 신격화시켜 일본인들의 정신을 하나로 만들고자 하는 그들의 시스템에 정조준시킨 이 책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는 그동안 잊혀진 이름 모를 조선인들을 한 번 생각해보고 지금의 일본이 일제감정기의 악행을 사과하지않고도 버티는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책이라 추천한다. 다만 많은 이름과 사건들로 하여금 혼돈이 올 수 있어 기본적인 메이지 유신에 대한 흐름을 알고 있다면 더욱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듯 싶다. 

‘클래식’을 들어보란 말을 하면 다들 어렵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클래식은 고전적이며 형식에 맞춰서 만들어져있고, 그만큼 사전 지식을 요구하기에 클래식을 듣기 전부터 꺼리는 경향이 많다. 만약 이론적인 이야기를 뺀다면 클래식 자체를 어려워할까? ‘왠지 클래식한 사람’은 뮤지컬음악을 작곡하는 김드리 작가의 책으로 클래식을 그 흔한 지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곡마다 자신의 감정과 말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이런 기분일 때 이 음악을 한 번 들어보세요’라는 느낌의 권유를 한다. 이러한 음악 소개는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어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클래식한 사람’은 클래식을 말하면서도 현대의 감각으로 설명하고 있다. 1년 동안 작곡하며 12달의 자연을 주제로 만든 ‘차이콥스키의 사계’를 ‘월간 윤종신’과 비교한 점과 클래식 음악계의 BMW (브루크너, 말러, 바그너)라 표현한 후기 낭만시대의 3인방을 보면 음악적 지식과 더불어 젊은 감각이 책 곳곳마다 남겨져있어 책을 읽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사실 클래식에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굳이 ‘내가 이 정도의 지식까지 알아야할까?’라는 정도로 공부 아닌 공부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쇼팽의 흑건(etude)를 소개할 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나온 피아노 배틀곡이라 설명하며 음악을 듣지 않았음에도 어떤 곡인지 머리속에서 흥얼거릴 수 있다. 또한 모차르트를 주제로 한 영화 아마데우스나 베토벤을 말할 수 있는 영화 불멸의 연인과 같이 우리가 알만한 영화들을 말해주며, 클래식이 얼마나 우리 주위에 아직도 계속 남아있고 사랑받고 있는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클래식소개서를 보면 항상 작곡가의 얼굴을 자랑스레 소개한다. 기본적인 형식과 더불어 콩나물과 같은 음표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에선 이러한 것들이 생략되어있다. ‘왠지 클래식한 사람’은 일상이 클래식으로 특별한 지식보단 내 기분과 더불어 곡들마다의 특성보단 기억을 하고픈 것들을 만들어주고자 한다. 클래식에 대해 모르더라도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어렵게 생각하기보단 마트 전단지를 한 번 읽어보며 ‘내가 뭘 살까?’하는 기분으로 이 책에서 내가 Pick 할 ‘오늘의 클래식’을 한 번 들어보면 어떨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여러 사연으로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식장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파트너임을 만인들에게 알린다. 하지만 기대수명 80세가 넘는 시대에 1시간이란 초고속 결혼식을 마치고 살아가는 데에 있어 우린 얼마나 배우자를 많이 알고 배우자에게 힘을 줄 수 있을까? ‘아내수업’은 이와 같은 질문에 있어 해답을 주기 보단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난소 안에서 19cm나 되는 종양발견은 여느 부부에게나 큰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양성인지 악성인지 알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진단결과만을 기다리는 그 시간에서 배우자의 평생동반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얼마나 마음 아플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 또한 1년에 한 번씩 여러 병명으로 와이프를 입원시켰기에 진단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클지 느껴진다. 다행히 큰 병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작가의 부인은 ‘암’이라는 큰 아픔을 가지게 된다. 이 부분에서 나 또한 책을 놓고 하염없이 생각해볼 수 밖에 없었다. 수술을 재차 해야했고, 나에게 닥친 현실안에서 발버둥치면서도 애써 아내에게 내 감정을 보이지 말아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난소암을 제거하고자 자궁과 난소를 제거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산책을 가며 지금의 아내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을 감사하게 느끼고, 그 작은 일상 하나도 기억을 하고 기록한다는 걸 아픔이 있기 전부터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 또한 작가처럼 내 인생의 복덩이와 같은 여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강해보이던 그녀가 하염없이 약해보이게 된다면 나조차 중심을 잡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육군사관생도로 지내다 척수종양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들어야했던 작가였기에 아내의 아픔 또한 누구보다 이해하고 긴 투병기간을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힘냅시다’ 이 한 마디에 왜이렇게 크게 와닿는지 모르겠다. 내 곁에 누군가 함께 할 수 있는 반려자가 있다는 것.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라는 말을 아끼지말고,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부들이 서로의 동반자들에게 한 마디씩 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