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2주만에 뒤태를 만들 수 있을까? 지난 1년간 음식을 조절하고 집에서 혼자 youtube 동영상을 틀어놓고 운동해서 12kg를 감량해본 나로서는 ‘만들 수 있다’라고 대답하기가 조금 어렵다. 과연 ‘뒤태를 만든다’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까지를 말하는 건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축 쳐진 엉덩이, 힘없어 뵈는 등근육, 그저 물렁하게만 보이는 팔뚝 살이 고민이라면 2주 정도 운동하면 살짝 힙이 업된 느낌, 등근육이 탄탄해진 느낌, 약간 힘있어 뵈는 팔뚝을 가질 수 있다. 식이조절이 함께 들어가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2주만에 이정도가 되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여자치고 자기만의 다이어트 흑역사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대학교 들어가서 첫사랑에 빠질 무렵, 내 인생의 첫 번째 다이어트는 ‘단식’이었다. 그것도 혼자 무작정 굶는 게 아니라 단식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관장과 그 당시 흔치 않는 야채 효소까지 먹으며 제법 제대로 단식을 했다. 그 사람은 나에게 1주일 단식하고 그만두라고 했지만, 살이 쭉쭉 빠지는 것을 본 나는 눈이 돌아가 몰래 1달을 더 했더랬다.
결과는? 10kg 감량. 한 달 만에 10kg 감량했다. 그 뒤에 폭풍 요요가 왔냐고? 글쎄,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그 뒤로 5년에 걸려 10kg가 도로 쪘으니 요요가 왔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오지 않았다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면 다이어트 성공한 거 아니냐고? 글쎄... 꼭 그렇게 말하기도 어려운 게 1달을 단식하고 나니 당장 배변을 못보겠더라. 왜? 너무 오랫동안 뭘 먹지 않아서 장에 힘을 줘서 먹은 걸(?) 밀어내는 감각을 잊어버렸더라고. 몸이. 힘을 어디다 어떻게 줘야 할지 몰라서 꽤 오랫동안 배변에 어려움이 있었다.
거기서 끝이면 다행이련만 두 번째 마이너스 된 것은 바로 체질. 어릴 때부터 더위 잘 타고 추위를 안 타는 체질인데다 다리에 힘이 좋아서 장거리를 걷거나 일을 하는데 짱짱하니 잘 버티는 편이었다. 하지만 1달 단식 후 몸은 겨울은 물론이요 여름에도 한기를 느끼는 체질로 변해버렸고 특히 다리 뼈에 힘이 다 빠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장거리 걷기는 물론이요, 2시간 이상 서서 무언가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게 과연 얻은 것일까? 잃은 것일까?
그 뒤로 굶어서 빼는 건 아니구나, 뼈저리게 느끼고 두 번째 다이어트에 돌입했는데 이번엔 오로지 운동만 했다. 최근에 유행하는 ‘홈 트레이닝’을 그 때 시도했는데 한때 일본에서 아주 유명했던 흑인 트레이너가 나와 1시간 동안 죽도록 맨몸 운동을 시키는 비디오(동영상)을 보면서 하루에 2시간씩 운동했다. 결과는? 두 달 하니 5kg 빠지더라. 근데 너무 힘들어서 운동을 쉬니 1달만에 다시 리바운드. 으... 이것도 아니구나.
해서 시도했던 게 식이조절과 운동 병행법이었다. 이 방법이 뭐 대단할 게 있겠는가? 누구나 다 아는 거 아닌가? 식이조절과 적절한 운동을 함께 해야 살이 빠진다는 거, 그 평범한 진리를 나는 두 번이나 삽질을 한 끝에 인정하게 된 것이다.(내 스스로 인정하지만, 하여튼 남의 말 되게 안 듣는다) 그렇게 식이조절과 운동 병행으로 12kg를 뺐다. 식이조절을 했기 때문에 내 몸을 뒤덮고 있던 지방이 빨리 빠졌고, 운동을 빠지지 않고 했기 때문에 단시간이 근육을 키울 수 있었다.
사실 먹는 걸 줄이는 것만 생각했지 집에서 혼자 운동해서 살을 빼거나 멋진 근육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혼자 들고 뛰게 된 계기가 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들 중 바로 이 사연을 읽고.
다니는 헬스클럽에 몸무게가 좀 나가는 남학생이 있어요.
7월쯤 부터 봤으니까 벌써 3개월 정도 됐을 거에요.
열심히 꾸준히 나와서 다들 칭찬 많이해주는 친군데,
그 친구가 수첩 앞 장에다가 이렇게 써 놨더라고요
"열달이면 사람도 만든다"
ㅋㅋㅋㅋㅋㅋ
10개월이면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는 기간인데
그 열달 동안 운동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 정도는
자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썼다는군요.
진짜 기특하고 귀엽고~ ㅋㅋㅋㅋㅋㅋ
진우야, 아줌마가 니 얘기 썼다 !
오늘도 헬스장에서 보자꾸나~ㅋㅋㅋ
와...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 충격이란... 사람 머릿속에서 뎅~ 하고 종소리가 울린다는 게 뭔지 실감이 나더라. 이거 정말 맞는 소리잖은가? 열달 동안 뱃속에서 사람도 만들어내는데, 습관 하나 기르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어렵다, 힘들다, 내가 될까... 징징거리고만 있었지? 컴퓨터 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체조 한판 했던 기억이 난다. 국민체조라도 하고 났더니 조금 혈액순환이 되는 것도 같으면서 몸도 좀 가볍고, 뭔가 그래도 했다는 것에 기분도 좋고... 그러다 전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찾아놓았던 이소라 다이어트 비디오도 한번 해보고, 그러다 유튜브에 들어가 이 운동도 해보고 저 운동도 해보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강하나 전신, 하체 스트레칭 비디오 소개글을 보고 그 뒤로 5개월간 쭉 하고... 5개월 동안 하니 어느 정도 체력이 붙는 것 같아 그것보다 조금 더 강도가 쎈 홈 트레이닝 비디오를 찾아 몇 달 해보고, 익숙해지면 시간을 더 늘리고, 강도를 더 높이고... 그렇게 1년간 쭉 해보니 12kg가 빠져있더라. 상의는 77에서 55로, 하의는 32에서 28로.
체지방은 확 줄고 근육량은 확 늘고. 모든 것이 운동을 병행했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과거 단식만으로 살을 뺐을 때는 체형이 변하질 않았었다. 하체비만이었는데 먹는 걸 줄이는 걸로만 살을 빼니 전체적으로 사이즈는 줄었지만 여전히 하체살은 물렁하고 상체에 비해 부해 보이는 인상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운동만으로 살을 뺐을 때는 먹는 걸 조절하지 않으니 운동으로 만들어진 근육이 도드라져 보이기 전에 먹는 거(지방)으로 덮어버리니 힘든 거에 비해 효과가 너무 더뎠다. 식이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량했고 근육도 키우면서 ‘들어간 덴 들어가고 나올 덴 나오는’ 몸을 만들 수 있었다. 솔직히 내 몸에 이런 근육이 있다는 것조차 나는 몰랐다.
(내 몸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팔 근육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그 위에 지방만 걷어내면)
간단한 서평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흑역사를 이렇게 길게 늘어놓은 것은, ‘2주만에’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고 ‘만들기’라는 단어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2주 운동해도 분명 몸은 변화한다. 하지만 2주만 하고 그만둔다면 그 몸이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건 당연한 이치다. 예를 들어 내가 25살이라면 25년을 그 체질, 체형으로 살아왔는데 2주 빠짝 운동한다고 완전히 다른 체질, 다른 체형으로 거듭나겠는가? 그건 말도 안 된다. 내가 무슨 지구인이 아니라 저기 머나먼 은하계의 우주인이라면 모를까 네 몸땡이 내 몸땡이 쌤쌤, 같은 신체 실체 메커니즘을 갖춘 지구인, 인간이라면 2주 운동해서 누구나 다 부러워할 TV속 몸매, 이 책 속의 트레이너 분과 같은 몸매가 되어 영원토록 그렇게 살기를 꿈꾼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만들기’라는 단어에 포커스를 둔다면 이 책 프로그램을 2주 돌려보고, 4주 돌려보고, 6주, 8주... 계속 돌리면서 정말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내 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은 분명하다.(프로 트레이너가 만든 책이니 당연하겠지만) 내가 인터넷 동영상에서 보고 따라했던 모든 동작들이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방법은 분명 맞다. 이대로 운동하면 멋진 뒤태, 같은 몸무게여도 훨씬 슬림하고 건강해 뵈는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
1. 날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도 강도도 만만한 운동을 골라
2. 실제로 매일 할 것
나의 운동 선택 기준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이 두 가지 기준으로 매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운동하고 있다. 날마다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운동 프로그램을 골라, 실제로(이게 제일 중요하다) 매일 하는 것! 정말 매일 해야 하는데 (과거의 나도 그랬지만)사람들은 생각만 하면서 자기가 매일 운동을 했다고 여긴다. 월요일 하루 나가고 화, 수는 피곤해서 쉬고 목요일 나가서 운동하고 금요일은 불금이라 쉬고 토, 일은 주말이라 패스하고 다시 월요일 하루 빠짝 열심히 했으면서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이건 운동하는 게 아니다. 그냥 자기 위안일 뿐이지. 매일 해야 한다, 매일! 그리고 매일 할 수 있으려면 처음부터 너무 힘든 걸 고르면 당연히! 3일도 못 간다. 지쳐서. 피곤해서 회복한다고 약값이 더 든다. 그래서 나는 맨 처음 국민체조부터 시작했다. 그게 익숙해지니 강하나, 이소라 등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보면 나오는 비디오들로 운동 강도를 높였고...
<2주만에 뒤태 만들기> 이 책에 나오는 운동들, 하루에 딱 3가지만 하면 된다. 하려고 마음 먹으면 자기 전 10분? 15분이면 끝낼 수 있는 양이다. 물론 한 동작을 15회, 3~4세트씩 하는 건 있지만, 그것도 눈 딱 감고 하면 또 된다. 내가 운동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게 ‘하면 하게 된다’는 거다. 운동하기 전에는 진짜 무지하게 많은 생각이 든다. ‘오늘만 쉴까?’ ‘생리하는데...’ ‘오늘은 야근했는데...’ ‘술이 취했는데...’ ‘스트레스 많이 받은 날인데...’ 안 할 이유는 수백가지라도 댈 수 있다. 근데 딱 한가지 운동해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그 딱 한 가지 이유를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운동하면 당장 3분 안에 기분이 좋아진다. 몸을 움직이니 혈액순환이 되고 몸이 풀려서 기분 좋아지고, 정신적으로는 ‘내가 뭔가를 했다’ 하는 그 마음에 정신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워진다
그냥 하면 된다. 운동은 해야 할 이유가 단 한 가지라도 있으면 하면 된다. 안 할 이유 수백가지 찾지 말고. 이 책의 방법은 정말 정확하니까... 확실히 이렇게만 하면 그 부분의 쉐이프를 다듬을 수 있으니까... 믿고 따라 하기만 하면, 2주 뒤도 생각말고, 한달 뒤도 그리지 말고, 석달 뒤가 어떨지 상상도 말고 그저 매일하다 보면 몸매는 저절로 따라올테니... 이 책이든 저 책이든, 이 비디오든 저 비디오든 뭐든 상관없다. 그냥 따라서 하기만 하면 된다. 매일.
분명 내 몸땡이로 갖은 시도를 해본 경험으로 말하건데, 먹는 것만 조절해서도 살 뺄 수 있다. 하지만 체형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살빼기 전에 하비였다면 살 뺀 후에도 하비다. 운동만으로도 살 뺄 수 있다. 하지만 운동량에 비해 효과는 너무 더디게 나타날 거다. 그리고 운동을 스톱하는 순간 그 동안 흘린 땀과 참아낸 고통에 비해 살이 너무 빨리 다시 차오른다. 식이와 운동을 병행해야지만 빠른 시간에 감량함과 동시에 내 체형까지 바꿀 수 있다. 운동하는 거 말고 체형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글쎄... 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고대로 유지하면서 바뀐 체형을 1년간 유지하는 사람 있다면 만나보고 싶다. 전신성형을 한다해도 나로 하여금 전의 그 몸매, 그 체형으로 살게 만든 식습관,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다. 이번엔 건강을 잃은 채로. 그것이 여러 해 걸쳐 내 몸을 가지고 실험해 본 결과다.
그래서 나는 어떤 다이어트 약 광고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살을 빼준다는 운동기구 광고에도 혹하지 않는다. 그렇게 미라클한 다이어트 약이 있다면 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전성기 몸매를 회복하지 못하는가?(아직도 돈을 천문학적으로 버는데) 그렇게 획기적인 운동기구가 존재한다면 왜 연예인들은 그 운동기구를 쓰지 않을까?(마찬가지로 우리네보다 배로 돈을 버는데) 왜 8시간씩 등산을 할까? 왜 필라테스를 할까? 왜 요가를 하고 1:1 PT를 받고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별 짓 다 할까?
내가 경험해 봐야 한다. 내 몸으로. 내가 직접 경험해 본 것은 누구도 뺏어가지 못한다. 내 꺼니까. 그렇게 식이요법과 혼자 유튜브를 틀어놓고 운동한 내 몸은 물론 연예인 급은 아니다. 하지만 누가 나를 연예인 누구누구와 비교해서 뚱뚱하다 해도 기죽지 않는다. 스타 트레이너 누구누구와 비교해서 근육이 멋지지 않다 해도 내 자신이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금 내 몸은 바로 내가, 매일 매일 스스로 선택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운동했기 때문이다. 그건 '전지현 힙', '유이 허벅지', '가희 복근'이 아니라 바로 나의 힙, 나의 몸이니까.
즐겁게 운동하자.
즐겁게 건강을 되찾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