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어른이 되어 가면서 종종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어질 때마다 이걸 꼭 기억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바꾸어야 할 것은 언제나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자신에 대한 생각 없이 뭔가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단다.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 혼란스러울 때마다 나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생각해 보렴. 뿌리가 빈약하고 가지만 많은 나무는 바람에 쉽게 뽑히지. 반면에 뿌리는 풍성한데 가지가 너무 적은 나무는 수액이 제대로 흐르기 힘들단다. 뿌리와 가지는 비슷하게 자라야 해. 넌 세상 모든 것을의 안에도 있어 보고, 바깥에도 있어 봐야 해. 그래야 그늘과 휴식처를 제공할 수 있고, 너 자신도 적당한 계절에 무성한 잎들, 풍성한 열매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네 앞에 수많은 길들이 열려 있을 때, 그리고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모를 때, 그냥 아무 길이나 들어서진 마. 내가 세상에 나오던 날 그랬듯이, 자신있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잠시 기다려 보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고 또 기다려. 네 마음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 그러다 네 마음이 말을 할 때, 그때 일어나 마음 가는 대로 가거라. 226

공지영 작가가 자신의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속에서 딸 위녕에게 권한 책이다.. 책속 감동 깊게 인용하였던 마지막 부분을 전부 옮겨보았다..

 

<마음 가는대로> 이 책은 먼저 하늘 나라로 가버린 딸 대신에 손녀딸을 기르던 할머니가 그녀에게 보내는 15통의 편지이다.. 다정하던 그들 사이에 어느날부터 금이 가기 시작하고, "우리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 완전히 다른 계절을 살고 있었던 거란다." 란 말처럼 여러가지 오해로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러던즈음 사춘기의 손녀딸은 미국으로 떠나고 추억 가득한 집에는 할머니만 덩그러니 남아 죽음을 예감하게 된다.. 그래서 후에 손녀딸이 꺼내 볼 수 있는, 몇 년이 지나도 그 곁에 머물 수 있는 글을 쓸 결심을 하게 된다.. 가슴과 가슴으로 나누는 대화, 그들이 서먹서먹해지기 전에 늘 하던 그런 대화를 다시 나누고자 한다..

 

책속에는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때 겪었던 부모님과의 갈등, 결혼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얻게된 (손녀딸에게는 엄마일) 자신의 딸과의 갈등의 반복에 대한 이야기, 시행 착오 속에 느끼게 된 후회의 이야기들, 그리고 지금껏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딸의 출생에 대한 비밀까지, 그리고 이런류의 책에서 기대할 수 있듯, 인생에 대한 여러 조언들이 나오고 있다..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을 진솔하게 비추는 이 소설은 읽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는 대단한 감정 이입과 함께 치유의 감동을 느낄수도 있겠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비추어서도 그렇지만 먼저 살아낸 여자가 후에 그 길을 갈 여자에게 전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책을 읽다보면 나에게는 너무 좋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선뜻 권하기 힘든 책이 있는가하면, 나는 그럭저럭이었지만 무난하게 권해주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나에게는 후자이다.. 이 책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고, 다른 사람들의 대단히 좋은 평을 담보삼아 권해줄만 하다.. 특별히 나쁘다는 평을 듣기는 힘들테니까.. 그동안 읽었던 서간체 소설들(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클럽)은 정말 감탄하고 강력추천할만큼 좋았던반면, 이 책은 주거니 받는 편지가 아니라 나중에 볼 것을 염두해 둔 할머니만의 편지로 일방적 형식을 띄어 흥미면에서 조금 반감된 면도 있었다..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면서 전하는 그 메세지는 감동적일수도 있었으나, 내게는 여느 자기계발서나 인생 에세이에서 볼 수 있는 무난한 이야기로만 읽혔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밑줄 긋고 옮겨 놓은 구절은 무수히 많았으나 마음속 울림은 그저 잔잔할 뿐이라서 스스로도 조금 의아했던 책이었다..

	사람들이 항상 저지르는 실수가 뭔지 아니? 삶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일단 어떤 트랙에 들어서면 그 라인을 끝까지 따라갈 거라고 믿는 거란다. 하지만 운명은 때로 우리 자신보다 상상력이 풍부하지. 더 이상 도망갈 데가 없다고 생각될 때, 가장 깊이 절망했다고 느낄 때, 모든 것이 돌풍처럼 빠르게 변해 버리거든. 모든 것이 뒤집히고, 우리 앞엔 새로운 삶이 펼쳐진단다. 153

마음가는대로

	물론 내가 딸이라도 하느님이 내 기도를 다 들어주시는 건 아니다. 그럴 리가 있나. 철부지가 밥은 안 먹고 만날 과자만 달란다고 그런 걸 받아주는 부모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아무리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해도 하느님의 응답이 없으면 내 기도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이기 때문은 아닐까 의심해본다.  첫째, 내 기도가 터무니없기 때문에.  예를 들어 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내일 시험에 백 점 맞게 해주세요’하는 식의 기도 말이다. 이런 기도가 응답될 리 만무다. 진인사후 대천명이다. 사람의 할 바를 다하고 나서야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는 게 순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둘째, 내 기도보다 다른 사람의 기도가 더 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놀러 가려고 좋은 날씨를 달라고 기도하고 농부가 씨를 뿌리기 위해 비를 달라고 기도하면 하느님은 당연히 농부의 기도를 들어주시겠지. 나라도 그렇게 하겠다.  셋째, 내 기도를 들어줄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한겨울에 수박을 달라거나 기지도 못하면서 뛰게 해달라는 식의 때 이른 기도 말이다. 내가 아무리 신앙의 유아기에 있다고 해도 인간의 때와 하느님의 때가 다르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내 기도가 응답이 되지 않아 애가 타들어가도 나는 굳게 믿는 구석이 있다. 결국에는, 종국에는, 끝에 가서는 하느님이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리라는 믿음이다.  나의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고 내 아버지인데, 그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내게 주시지 않을 리가 없다. 어느 때에, 어느 곳에서, 어떤 방법으로 주실지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것이고, 우리는 그분을 굳게 믿고 기쁜 마음으로 노력하며 기다리면 되는 거다.
페이지 :  87쪽 내내 멈춰있다..

 

종교와 관계없이 이런 마음으로 살수만 있다면 잘 살 수 있다..

둘째 부분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내 기도만 중요하다고 떼 쓰지 말자..

그리고 그럴만큼 가치있는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 되자..

한비야가 책속 다음 구절로 함께 올렸던 말씀은 전에 내가 포스팅한 적도 있었던 글이라 엮임글로 이어놨다..

그때도 닭살이 돋을만치 감동적이었는데, 금새 잊고 있었다..

순간순간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책을 이렇게나마 만날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조금만 더 멈춰있자.. 조금더 오래 잊지 않게,

 
+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그녀의 신간을 예약 구매로 모셔와서, 아껴서 읽고 있다..

 

아.. 이 묘한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나누고자 그녀가 추천하는 책을 정리하였다..

 

원래는 나만 보게 손쉽게 목록만 적어놓을까 하였다가 한비야 그녀역시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책을 권하는 걸 너무나 좋아한다고 하니,

이렇게 나누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졌다..

책 사진 밑 책에 관한 설명들은 모두밖에 읽지 않았다.. <살아 있음이 행복해지는 행복 편지..>

읽고 싶은 책들이 넘쳐나서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또한 너무나 행복한 밤이다..

 

그녀의 즐거운 상상처럼 전국민이 <일년에 백권 읽기>하여 길 가는 사람에게

"이게 몇권 째에요?"

"어. 저거 작년에 내가 열두번째로 읽은 책인데.."

"올해 읽으려고 한 책인데.."

"내년 목록에 넣어야지.."

하는 스스럼 없는 말걸기가 가능해졌으면 좋겠다..

또한 주위에 책 좋아하는 사람이 넘쳐나 해도해도 끝나지 않을 수다를 떨고 싶은

그런 밤이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만 현실적 한계에 씁쓸해하며 여기에라도 이렇게 수다 떨어본다..

 

하지만, 역시나..

책이 있어 너무나 풍요로운 삶이 되었다는 그녀의 말에 너무나 공감할 수 있어서

제법 뿌듯한 밤이기도 하다..

 

하루를 그녀의 책과 함께하니, 덩달아 매사 감사하는 마음이 되고 있다..

한비야, 그녀 참 멋진 사람이다.. 


<원문>
http://blog.naver.com/kkkong602/120073704083

http://blog.naver.com/kkkong602/120073458435

한비야

	조제가 그에게 사랑의 짧음에 대해 말했다.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오직 그녀, 조제만이 시간에 대한 온전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격렬한 본능에 떠밀려 시간의 지속성을, 고독의 완전한 중지를 믿으려고 애썼다. (136p)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질 거예요.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조제가 대답했다. “나도 알아요.”  그녀는 어둠 속에서 그의 손을 잡고 잠시 힘을 주었다. 그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그가 말했다. “조제, 이건 말이 안 돼요. 우리 모두 무슨 짓을 한 거죠?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죠?” 조제가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러면 미쳐버리게 돼요.” (187p)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조제가 좋아했던 작품 : 달콤한 사랑의 환상에 대한 이면을 이야기하다..

내내 변치 않은 사랑과, 사랑의 위대함을 일깨우는 글을 읽고 있었다.. 그런 사랑도 존재함을 믿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불쑥불쑥 드는 쓸쓸함은 어쩔수가 없다.. '사랑은 움직이는거야.'라는 제법 당돌한 카피도 이제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시간이 갈수록 행복에 가까운 사랑보다는, 철저히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사랑의 잔인함을 더 잘 알게된다..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둘이 행복함으로 다른 3자의 눈에 눈물이 고일수도 있다.. 그래.. 3자까지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 너와 나에 머무는 사랑이라는 것도 더 강한 것.. '시간'이라는 넘 앞에서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외침처럼 공허해지기도 하다..

 

그래서 또한 안도하게도 한다.. 내 마음을 가득 차오르는 이 열정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옅어질 것이므로, 얼마나 다행인가.. 내 생각이 미치는 모든 곳에 있는 너에 대한 그리움조차 점점 희미해질 것이 분명하므로.. 참으로 다행이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내내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달후, 일년후.. 변치않을 사랑을 약속하는 내용이 아닌, 사랑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는 차갑고 예리한 이 책이 위로가 되기도 하는구나.. 책속 베르나르처럼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죠"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미치지 않기위해 매달리듯 사랑의 희망을 읽고 있지만, 또한 미치지 않기위해 이런 책도 필요함을 생각한다..

 

	그때까지 파리는 그에게 두 개의 길로 요약되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에서 극장으로 가는 길, 그리고 극장에서 베아트리스의 아파트로 가는 길이 그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열정이 대도시의 한가운데에 만들어내는 이런 조그마한 구역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에두아르는 길을 잃었다. (143p)

 

 

책속 등장하는 9명의 남녀의 어긋난 사랑 이야기는 사랑의 열정에 들떴던 언젠가의 나의 모습이고, 사랑을 잃고 길을 잃은 아픈 모습 역시도 또 언젠가의 너의 모습이었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그 사람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사람임을 알면서도 다른 곳을 향하는 자신의 모습에 방황하는 사람, 혹은 그 사람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어떤 이의 모습은 또한 앞으로의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의 희망에 부풀어 우리만의 이런 조그마한 구역들에 소소한 행복을 떠올리는 그런 어리석음 또한 참으로 다행이다.. 시간 앞에서 충분히 변할수 있는 사랑이기에, 지켜가는 사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에, 그곳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값진 것이다..

 

정말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시간이 있는 사람은 결코,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눈(目)을 찾는다.

그것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77p)

프랑수아즈사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