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만 안하면 교사도 좋은 직업이야.. 기사만 안쓰면 기자도 좋은 직업이야.. 글만 안쓰면 작가도 좋은 직업이야.." 등등.. 이런 하나마나한 농담에 픽~하고 웃었었다.. 밥벌이의 힘겨움..지겨움이 그대로 담긴 농담들이다.. 그런데 이 제목 봐라.. 낭만적 밥벌이란다.. 밥벌이가 낭만적일 수 있을까.. 정말 좋아하던 일도 밥벌이와 연관이 되어지면 그때부터는 '진정으로 즐기기' 힘들어진다는데 말이다..

 

이 책은 제목을 보고 혹해서 잘못된 기대를 하기 쉽상이나, 나는 좋은 이웃님들 덕택에 이 책이 '좌충우돌 무대포 카페 창업 오답 기록'임을 알고 보게 되었다.. 눈물없이 쓰기 힘들었을 이 이야기는 그야말로 어느날 문득 뜬금없이 시작된다.. 애인없이 지루한 일상을 지내던 35살의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인 저자 [키키봉]과 회사원인 그의 베프 [곤]이 순대국밥을 먹다가였다.. 

 

우리 창업이나 한번 해볼까? 회사원이라면 지친 일상 속에서 더러워서 때려치우자며, 한번쯤은 꿈 꿔 보았을 그 일을 그들도 장난삼아 이야기해보다, 결국 카페 창업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건 그냥 멋져보여서였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글을 쓰고, 제법 폼나고 별로 힘들어보이지도 않았단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평소 카페에다 돈쓰는게 이해가 가지 않아 카페도 그닥 가보지 않았던 그들이 카페를 하게 된 것부터 힘겨움을 예고했다.. 어디 편의점 드나드는 것도 아니고 수천만원 공사를 담당할 인테리어 회사를 지나가다 들러서 정하게 되고.. 오픈일을 맞추기위해 발을 동동 구르며 온갖 삽질을 다 하게 된다..

 

이책의 생생한 무대포 에피소드들은 저자에게는 시련이었겠지만 저자의 입담덕에 나는 뭐 꽤나 재밌고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을 덮고나면 제목하고는 전혀 매치가 안되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내용일지라도 저자의 이야기는 가볍고 유쾌했다.. 역시나 밥벌이가 낭만적이긴 힘들긴하구나..씁쓸함이 조금 남긴 했지만 말이다..

 

특히나 그들의 노력의 결정체인 카페 [리앤키키봉]의 모습이 궁금하여 이리저리 검색하다보니.. 그들이 1년반만에 이 카페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는 이야기에 더욱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역시나 자영업이라는건 나도 해보니 절실히 깨닫게 된것이지만 보통 정성으로는 안된다.. 직장인일때보다도 더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각오가 아니라면 그야말로 금방 후회할 일이 된다..

 

그래도 나역시 카페의 로망에 여전히 빠져있다.. 약국같지않은 커피향이 나는 카페같은 약국.. 혹은 강아지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애견들이 뛰놀수 있는 야외 아기자기한 정원이 있는 커피숍.. 원없이 책을 볼수 있을것만 같은 분위기 좋은 북카페등등 그런 꿈은 여전하다.. 지금이야 머.. 머리카락은 물론 속옷까지 찌들은 한약냄새에 한숨이지만 말이다.. ㅜ.ㅜ 

 

 

 

 

"나이 먹기 전에 저질러야 한다.

현실감 없이 나이 든 후에 한다면 로망은 변질되어 노망이 된다."

[낭만적 밥벌이] 39쪽..

 

낭만적밥벌이

작년 봄쯤이었나보다.. 백영옥이란 이름과 늘씬한 여성의 뒤테가 그려진 이 책이 인터넷 서점 메인을 온통 장식했다.. 그리고 옆에 떡허니 붙은 '1억 원고료 제 4회 세계문학상 수상'이라는 휘황찬란한 타이틀까지..! 그야말로 듣도보도못한 이름이었는데 한순간에 스타 작가로 유명세를 치루는듯.. 베스트셀러 상위에도 당당히 올라와있었건만 이거 왠지 땡기지 않았다.. 그때쯔음 '칙릿'이란 장르에도 질려있었고, 저자가 예뻐보이는 얼짱 포즈로 비스듬하게 찍은 프로필 사진도 왠지 맘에 들지 않았다.. ^^;;;

 

1억원 고료에다가 데뷔하자마자 드라마나 영화쪽에서 15군데 이상 판권을 사려고 엄청난 경쟁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 정말 동명의 드라마화 되어 주말 안방 극장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어도 원작을 읽어야겠다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읽고싶어진 계기가 있었다.. 어느 기사에선가 그녀가 1993년부터 신춘문예에 매해 응모해서 13년간 낙방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았던 때였다.. 전직 패션 에디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 한편으로 운좋게 쉽게 등단한줄만 알았었건만..왠걸..!

 

그야말로 로또맞은 격인줄 알았으나,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되자 이 소설을 너무나 읽고싶어졌던 것.. 그리고 왠지 그동안 내 안에 있던 어떤 편견같은 것이 허물어지면서 작가 자체에 대해 신뢰도 생기게도 되었다.. 내가 최고로 치는 가치들 중에 하나가 '진득함'이었다.. 내게 너무나 부족한 자질이라 이렇듯 13년동안이나 꾸준히 한우물을 팔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그 어떤 나만의 또다른 편견이었던듯 하다..

 

이 책은 너무나 잘 알려졌듯, 한국형 칙릿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느낌은 대략비슷하나, 대한민국 서울에서 사는 31살 패션잡지 에디터 이서정의 캐릭터가 잘 살려져있다.. 8년차인 그녀의 일, 그리고 그 나이의 여성이 고민할 화제, 사랑과 연애가 잘 버무려져 있다.. 그리고 상대남이 되는 서우진이 쉐프이기에 유명 레스토랑 주방의 이야기도 맛보기로 나온다..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프라다에 끌리는 눈길과 굶어 죽는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 이 상반된 욕망은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었다..

"굶주려 뼈만 남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지고, 새로 나온 마놀로 블라닉을 보면 그게 갖고 싶어서 잠이 안돈다." 205

 

"이 소설을 나는 감히 '화해'에 관한 성장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와의 화해, 원수라 생각했던 사람들과의 화해, 진정한 자기 자신과의 화해, 세상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다양한 스타일들과의 화해...."  작가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그래서 다른 칙릿을 읽을때 가끔 들었던 시간 아깝다는 생각은 책을 덮고도 들지 않았었다.. 어지간히 감각적이고, 어지간히 과감하고 괜찮네.. "소설, 재미있고 통속적이고 상업적이면 안되나요?"라고 되물었던 백영옥 작가말처럼.. 일단 이만큼 재미있기만하면 됩니다.. 암.. 저는 일단 그렇습니다..ㅋㅋ

 

소설하고는 내용이 많이 달라 말 많은 스타일 담주부터는 한번 챙겨볼까도 생각해본다.. 패션지 최고 비만 에디터라고 첫소개부터 떡~하니 나왔던 56킬로그람의 이서정이 빼빼시 이지아가 연기했으니 당연 보지않았어도 짐작 가능한 불편한 부분이다.. 스키니진 체험기를 쓰기위해 고군분투하며 제니칼(섭취한 식사의 지방을 빼주는 다이어트약으로 부작용은 기름똥이 아무때나 흘러!나올 수 있다..)의 부작용이 소설에서 꽤 비중있는 에피소드로 다루어져있었으니 말이다.. 

스타일

내 청춘에게 묻는다. 터럭까지 전율하는 독서 체험이 언제였던가, 보고 싶음으로 심장이 터질 듯 한 달음박질을 한 게 언제였던가, 맨발로 뛰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빈 거리에서 마주앉아 노래불러본 적이 언제였던가,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고 동터오는 창가에 서서 몸서리 친 적이 언제였던가. 내 청춘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삶이 점점 간소해지고, 생략되어지고, 덤덤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초라한 평화가 싫어서, 비겁한 안주가 부끄러워서, 내가 얻은 자유가 +에서 -로 전환되려는 찰나,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정해진 길에서 벗어났다. 어지러운 새 길 위에서 조금 멋쩍게 손을 흔든다. ([청춘에게 미안한가요,고마운가요?]/ p.12)       내 청춘에게 묻는다 차류 소울 2009.08.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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