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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꼭 읽어야만 하는, \| 소설	2009.07.29 20:53:40

[ 도서 ] 도가니

창비(창작과비평사) | 200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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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좋은 것은 융통성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절대 안돼! 하였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그래도 그냥저냥 흘러가는구나..싶어지는 일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스트레스 받는 일도 줄어들고, 살기는 좀 좋아졌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다보니. 어쩌면 그건 비겁해지는 것의 다른 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다보니.. 제비같이 입 벌리고 나만 쳐다보는 처자식들 생각이 안날수가 없어, 성질껏 옳은 소리하고 싶어도 그 모습이 아른거려 비굴해지는 사람을 어찌 이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쩔수없이 이기적인 사람인지라ㅡ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고통은 당연히 상상하는데 한계가 있고, 당장에 겪을 자신의 불이익이 먼저 떠올라 고민했던 경험은 누구한테나 있을 수 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의 100의 아픔보다는 내가 아는 사람의 10의 아픔이 더 커보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목구멍까지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들 사이에도 이런 오락가락하는 마음이 있으니 또한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도, 불이익을 당할지라도.. 세상에는 꼭 해야하는 일이 있고,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일들이 분명 있다.. 먹고 싸고 먹을것을 구하기 위해 출근을 하고, 그렇게 또 소비하고, 지 몸뚱아리 아픈지만 안다면 그것이 한낱 짐승하고 무어가 다를까.. 그것과 그 너머의 무엇을 가르는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이 소설을 읽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생각이 난게, 얼마전에 썼던 박민규의 신작 리뷰에서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부러워하며 부끄러워하는 절대 다수야말로, 이 미친 스펙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었기 때문이라는 구절이었다.. 맞다.. 우리는 진정 부끄러워해야할 것을 외면한채, 다른 곳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부끄러워해야만 하는 것에 진정 부끄러워하는 일.. 그래서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미래를 바라보는 일, 이것이야말로 두발 걷는 자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의 취재를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이다.. 지난 2005년 시사고발 TV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된 바 있었던 <광주의 모 장애인학교에서 있었던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것이다.. 입에 담지도 못할 죄를 지은 자들의 입에서 뻔뻔한 거짓말이 나오고, 당연히 수사할줄 알았던 경찰은 그들을 오히려 감싸고, 그래서 방송의 힘을 빌었지만 그것을 본 사람들조차 그 믿기힘든 진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만다.. 이런 엄청난 사건앞에서도 이미 그 사람에게 가버린 내 축의금이 아깝고 곧있을 자기 자식의 결혼식에 돌아올 그의 축의금이 아쉽다.. 가진 자의 논리로 돌아가는 이 세계를 바꾼다는 것,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권선징악, 이런 불변의 정의가 지켜지는 통쾌한 결말에 대한 갈망이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하나, 이렇게 소수의 옳은 목소리편에 선다고 세상이 달라지기는 할까-하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선봉에서 깃발을 휘날리는 공지영 작가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아무리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진실이라도 받아들여야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아주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을 지켜나가는 일, 그런 당연한 세상을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일.. 이것은 우리 한사람의 힘만으로는 할 수는 없는 아주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한사람 한사람의 양심이 모이면 정말 세상은 바뀐다.. 당연한 소리다..

-연두야, 이제 네 차례야. 그래, 선생님이 솔직히 말할게, 이거 어려운 싸움이야.

진실은 말이야. 그걸 지키려고 누군가 몸을 던질 때 비로소 일어나 제 힘을 내는 거야.

우리가 그걸 하찮게 여기고 힘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정말 힘을 잃어.

연두야, 네가 용기를 주어야 해. 진실에게 그리고 유리에게.....넌 할 수 있어. <11쪽>

비록 불편한 진실일지라도, 평온한 일상에 찾아온 이 소설 한편으로 가슴 답답해지는 며칠을 보냈을지라도.. 분명 알고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감히 권한다.. 당신역시 내가 느꼈던 먹먹해지는 며칠을 보낼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무엇보다도 어떤 문제를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먼저이다.. 나는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선한 본성을 믿는다..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밝혀질거라고 믿는 것, 그 믿음.. 지켜져야만 한다.. 정말,꼭,그래야만 한다..

어둠속에서 세 개비의 성냥에 불을 붙인다.

첫번째 성냥은 너의 얼굴을 보려고

두번째 성냥은 너의 두 눈을 보려고

마지막 성냥은 너의 입을 보려고

그리고 오는 송두리째 어둠을

너를 내 품에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서

-자끄 프레베르 <밤의 파리>

덧붙이는 말>

리뷰를 쓸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또한 역시, 당연한 소리가 나올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소리가 당연하게 지켜지지 않는 세상이다..

그래서 이런 뻔한 리뷰라도 하나하나 더 모여 한번 더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울먹이며 리뷰를 썼지만, 쓰고나니 그래도 속이 후련하다..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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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박민규니까..!! \| 소설	2009.07.23 19:34:43

[ 도서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위즈덤하우스(예담) | 200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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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나는 남자 어때?"하고 내가 친구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다.. "어? 차안에 있을땐 참 좋아.." 당신은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당신이 어떻게 해석하든지 친구의 의도는 간단했다.. 일단!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목표는 확실한데, 이 남자 키도 작고 못생기고 뚱뚱하기까지 하단다.. 다행히 잘난척! 뻐기지도않고 성격은 좋은데, 한마디로 말하면 데리고 다니기 쪽 팔리다는 거였다.. 싫으면 잠시도 같이 있지 못하는 성격적 결함을 가진 나에 비해 꽤나 진화된 유전자를 가진 그녀는 그뒤로도 그런 비슷한 류의 남자를 만났고, 남자친구를 친구들에게 말하기 전에 꼭 젤 먼저.. "근데 못생겼어.."라고 미리 에둘러 방어하곤 했다.. 얼마나 세뇌?가 되었으면 그 사람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다른 친구가 "듣던 것보다는 인상이 좋으시네요."라고 하였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나마 남자들은 낫다.. 위에 말한 커플은 어쨋든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못생겼다고 사회 생활까지 지장있는 남자들은 없는데다, 능력이 뒷받침되면 그야말로 미인도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자들은 어떤가.. 좀더 불리한 사회인건 확실하다.. 이런 저런 시술덕에 여성의 외모는 갈수록 평균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능력있어 돈 좀 있는 여성들은 원하면 성형 미인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못생긴 여자들은 돈까지 없어 보일수 있는 현실이다.. 또한 사회가 미인을 위해 돌아가다보니 못생긴 여자들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힐 확률이 높아 성격까지 나쁘다고 말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얼마전 미스코리아 심사위원도 밝혔듯 성형 수술 자체가 감점 요인이 아니라고 하니 일단 이쁘고 보자는 생각을 어찌 나무랄수 있겠는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이제 막 박민규님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다 읽었기 때문이다..

소수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덩달아 쫓아가던 쥐들중 한마리에 불과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부러워하지 않는 당신 <자신>의 얼굴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을 통해서 더욱 빛나게 반짝일 수 있다고 말한다.. 400쪽에 달하는 장편 소설이었다.. 사실 전에 읽었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너무나 감동감동하여 열광하였던 나였기에 이미 콩깍지가 씌여진 상태에서 읽어나갔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나 전혀 웃기지 않는 이 소설에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었다.. 등장 인물 <요한>의 입을 통해서 매번 쏟아져나오는 세상은 그런것이다..라는 투의 말투가 결론없이 끝나고마는 술자리 푸념처럼 들려서 어? 삼미보다 완전 별로잖아, 불평불만하며 페이지를 넘기기도 하였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말이다.. 나는 소설 마지막장을 덮으며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전체적으로 이제와 살펴보면 다 괜찮은 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론부분에 해당하는 50페이지 정도의 분량은 그야말로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느낄만한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주었으니, 눈물과 흘러나온 콧물을 화장지로 팽 풀면서 역시 박민규!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삼미때 무거운 주제였음에도 시종일관 낄낄거리며 보았던 기억으로 박민규 = 웃기는 작가라는 공식이 어느 정도 있었나보다.. 웃기지 않았지만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자면 삼미슈퍼스타즈를 읽을 때 내내 느꼈던 전율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소설은 또다른 매력을 준다.. 그리고 너무나 맘에 들었던 이 소설의 결론은 감히 앞으로 읽을 사람들을 위해 내 마음속에만 담아두겠다..

혜성이 되기보다는 끊임없이 돌고 도는 위성이 되겠다던 박민규 작가의 인터뷰 말처럼, 그가 건재함을 다시한번 느껴 좋았다.. 그리고 소설만큼 좋아하는 작가의 말은 여전히 따뜻한 것이어서 팬으로서의 나는 여전히 더욱 강하게 존재한다.. 또한 삼미의 작가의 말을 읽으며 박민규의 아내와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이 불끈 들게하였던 그의 아내를 위한 글귀가 책의 맨 앞부분에 쓰여져 있어 더욱 좋았다.. <이런, 나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 준 아내에게..> <역시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해야 할 당신을 위해> 그런 당신이라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Ravel: Pav..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가 부끄러워하길 부러워하길 바라왔고,

또 여전히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인간이 되기를 강요할 것입니다.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절대 다수야말로 이, 미친 스펙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서로의 빛을, 서로를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

지금 곁에 있는 당신의 누군가를 위해, 당신의 손길이 닿을 수 있고... 그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말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빛을 밝혀가시기 바랍니다.

결국 이 세계는 당신과 나의 <상상력>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의 상상에 따라 우리를 불편하게 해온 모든 진리는 언젠가 곧 시시한 것으로 전락할 거라 저는 믿습니다."

-작가의 말중에서-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기 때문이다."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 결국 그게 평범한 여자들의 삶인 거야. 남자들도 마찬가지야. . 그게 인간이야. 모든 인간에게 완벽한 미모를 준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그때는 또 방바닥에 거울을 깔아놓고 내 항문의 주름은 왜 정확한 쌍방 대칭 데칼코마니가 아닐까, 머릴 쥐어뜯는게 인간이라구. . . ..(..).. 그녀를 만나기 전의 세계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아는 여자애들의 전부였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쉽고, 간편한 세계였다. 이뻐와 착해, 그리고 돈 있어로 모든 것이 해결되던 세계였으니까. .. 그것이 인생이다. 어떤 인간도 돈 있어, 만으로는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 질 수 없으며 어떤 여자도 오빠, 나 오늘 이뻐?로 평생을 버틸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내가 아는 어떤 여자와도 달랐고........나는 그런, 그녀를 만난 지극히 평범한 또래의 남자일 뿐이었다. . . 이상하네요? 아니, 당연한 거야. 인간은 대부분 자기(自己)와, 자신(自身)일 뿐이니까. 그래서 이익과 건강이 최고인거야. 하지만 좀처럼 자아(自我)는 가지려 들지 않아. 그렇게 견고한 자기, 자신을 가지고서도 늘 남과 비교를 하는 이유는 자아가 없기 때문이지. 그래서 끝없이 가지려 드는 거야. 끝없이 오래 살려 하고... 그래서 끝끝내 행복할 수 없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