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 남부의 한 대형교회가 힘을 잃고 쇠락해 가다가 다시 새롭게 부흥하는 이야기다. 유럽에도 유서 깊은 교회들이 문을 닫고 음식점이나 술집으로 변화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미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어두운 상황에서 교회가 몸부림쳐서 새로운 희망을 전하는 내용이다.

 

캔자스시티에 있는 제일 갈보리 침례교회는 역사가 160년이나 된 교회다. 그런데 담임 목사는 계속 바뀌고 교인은 점점 줄어 교회 건물을 유지할 수도 없을 정도로 쇠락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임시 목사로 온 ‘마크 디바인’이란 목사의 리더십 아래에서 미주리주에 있는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저니 교회의 ‘대린 패트릭’ 목사와 협의해서 두 교회가 통합하게 되고, 그곳의 새로운 담당 목사로 ‘케빙 콜리’ 목사가 합류하고, 교회 이름은 ‘리디머 펠로우십 교회’로 개명하고 새롭게 시작한다. 새롭게 변신한지 6년 후 매주 1,600명이 모이는 교회로 재성장하였다.

 

이렇게 새롭게 성장한 교회가 되기까지는 하나님의 계획과 은혜가 있었고, 그 계획에서 도구가 되어줄 리더십들의 헌신과 순종이 있었다. 불론 방해 세력이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은 영적으로 깨어있는 리더에 의해 극복되면서 이겨나가는 이야기다. 그 극복 속에는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 처럼 160년 된 역사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기 부인이 있었고, 단순한 세력 확장이 아나라 진정한 복음 전파에 열정을 순종으로 들어낸 리더십들의 결단도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주제를 나타내는 단어로 하나님의 섭리, 인내, 충성, 희생, 겸손, 소망 이란 단어들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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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 자신을 들여다 보는 계기를 준 책이다. 십수년 전 한 교회에서 열심만으로 섬기던 교회가 있었다. 나는 그것이 충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빠져있었다. 열심으로 했기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소신을 가지고 개혁을 추진했고, 그래서 잡음도 일으켰었다. 하지만 그것이 발전이고 신실한 믿음의 행동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 속에서 제일 갈보리 침례교회의 문제 중심에 있던 네 명의 카르텔 이야기가 바로 예전 내 이야기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바로 회개했다. 지금 섬기는 교회는 섬김의 리더십으로 성장한 교회이기에 겸손과 섬김을 배웠는데,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지 새삼 깨닫는다.

 

책을 받아 들고 단숨에 읽었다. 이야기가 무슨 탐정 소설을 읽듯 박진감이 있었다. 그냥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몇 가지 명제들이 나를 깊은 상의 세계로 빠지게 하는 책이었다.

 

하나님의섭리, 인내, 충성, 희생, 겸손

얼마 전 나는 복잡한 서울 생활을 접고, 지방으로 이사를 했다. 아파트 거실에서 황금들녘이 내려다 보인다. 새로운 가을 정경이 그렇지 않아도 분주하게 살았던 나를 사유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데, 거기에 기름을 붓듯 김기석 목사님의 ‘일상순례자’라는 책이 내 손에 들렸다. 책 분량은 얼마 되지 않는데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다. 구절마다 잊고 살았던 모습과 생각을 되찾게 해주고, 내게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기도 하고, 날카롭게 나의 구린내 나는 곳을 헤쳐놓는다. 또 나를 사색가로 만들기도 하고, 시인을 흉내 내게도 하고, 현재 매 마음을 붙든 불편한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줘 포용할 수 있게도 한다. 분주함에 익숙한 나의 삶에 브레이크를 밟으며 진정 중요한 것들에 대해 다시 방향을 찾게 하면서 여유를 되찾아 준다.

“사람은 생(生)인 동시에 명(命)이다. 풀이 자라듯 주어진 조건 속에서 살아감이 생이라면, 그 의미를 묻고 그 의미에 따라 살아감이 명이다. (중략)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이 명을 자각함으로써 깨닫게 된다. (p.16) (중략) 하지만 지금은 불을 꺼야 할 때다. 밤이 어두울수록 별빛이 더욱 영롱한 것같이, 어둠을 배경으로 놓고 볼 때라야 예수가 또렷하게 보인다. 예수를 통해 이웃들이 보인다. 보는 사람이 더 이상 관성적인 일상을 계속할 수 없다. (p.20) 이 책의 본문 첫 문장이다. 이곳에서부터 나는 읽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일상을 멈추고 날 다시 되돌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의 중심은 결국 그 命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모든 내용이 命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다음으로 내 마음을 휘어잡았던 부분을 보면 그 命에 대한 한 예를 볼 수 있다. “우리의 병통은 무엇인가. 지갑을 잃어버리면 즉각 알아차리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본디 마음을 다 잃어버려도 잃은 줄 모른다는 것이다. 나를 잃어버리고 살았다는 자각은 아프지만 그것은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다. 회개란 부르짖는 게 아니라 일상의 초점을 바로잡는 일이다.” 마침 이 인용구절은 이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의 글이다. 즉 첫부분에서 命이란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면서 마지막 결론에서는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강요하지 않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한다. 그래서 저자의 文筆力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어휘를 참 많이 접할 수 있다. ‘부풋하다’ ‘부박하다’ ‘희떱다’ ‘부등깃’ ‘쓸레다’ ‘엄펑스럽다’ ‘허위허위’ ‘바사기’ 등 여럿이 있다. 한국 책을 읽으면서 사전을 찾은 적은 처음인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아름다운 우리의 단어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어서 기쁘다. 저자를 뵙고 사귀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과 비유 표현을 보면서, 명화를 접한 듯, 깊은 감동의 연주를 들은 듯하다. 나도 갑자기 이 가을 수필을 써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내 생각을 붙잡는 구절이 많아서, 밑줄 친 구절들을 아래에 몇 개 옮겨 적어 봤다. 그래야 좀 더 이 책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속되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 영혼이 텅 비어 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인간임을 잊지 않게 해 주는 가슴 따뜻한 이웃들이다. (p.24)

어느 시대든 집권자의 책무는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지만 그 질서는 배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포용을 통해서 수립되어야 한다.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질서는 회칠한 무덤과 다를 바 없다. (p.45)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고백은 다른 종교나 과학적 진실을 부정하기 위한 말이 아니다. 세상에 있는 어떤 것도 우리가 임의로 다룰 수 없다는 고백이자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 뿌리에서는 다 연결되어 있다는 고백이다. (p.58)

참으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가능성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 힘겨워도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p.61)

세상의 북소리에 발을 맞추느라 허덕이지 않으려면 ‘다른 북소리’를 들어야 한다. 하늘의 북소리다. (p.65)

마땅히 가야 할 곳을 알지 못하면 인생은 정처없는 나그네 길이 되고 만다. 하지만 갈 곳을 분명히 알고 갈 때 인생은 소명이 된다. (p.66)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요함은 우리 영혼을 하나님의 성품으로 이끌어준다는 사실이다. (p.83)

우연이든 필연이든 곤경에 처한 사람 앞에 서게 된 이는 인류 대표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다가가 멈춰서고, 부축해일으키고, 일상을 살아낼 용기를 북돋는 것이야말로 사람됨의 길이다. (p.117)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있음 그 자체로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 사람이 되기 위해 일상의 순례길을 걷는다. (p.135)

소통이란 나의 생각과 견해를 타자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아니다. 소통의 바탕은 신뢰고, 신뢰의 밑절미는 곁에 있어 줌이다. (p.140)

“죽음의 옷자락을 만졌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일상이었습니다. 아버지 노릇, 남편 노릇, 인간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공포에 떨었습니다.” 일상으로 그리는 이야기, 그게 생인가 보다. (p.145)

순례, 사색, 회개, 소통, 명

이 책을 읽으면서 故 하용조 목사님은 정말 큰 분이심과 그분이 큰 복음주의자이심을 다시 확인하였다. 그분이 그립다. 책장을 넘기면서 하 목사님께서 다시 살아오셔서 말씀하시는 것 같은 감동이 있다. 하 목사님의 설교나 글 중에서 주옥 같은 잠언들만 모아서 “나의 사랑하는 여러분에게”라는 제목으로 정리해서 출판된 책이다. 정말 나를 사랑하셔서 꼭 전해야 할 말씀을 내게 주시는 것 같았다. 책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이 책은 참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모두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속에는 소주제들로 글들이 정리되어 있다. 그 소주제들은 성부, 성자, 성령, 예배, 말씀, 기도, 믿음, 순종, 고난, 영적전쟁, 인생, 천국, 가정, 사랑, 겸손, 용서, 구제봉사, 전도, 선교, 비전, 리더십 이다. 모아진 모든 글은 총 365개다. 매일 하나씩 읽고 묵상한다면 꼭 1년 동안 묵상할 수 있는 글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모양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문장의 각각 의미들도 참 좋지만, 그 문장들이 참 잘 정제되었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이런 문장력은 참 부럽다. 감동을 주는 문장들이 참 많지만, 그 중 새롭고 깊은 느낌을 주는 문장을 몇 개 소개하고 싶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내미시는 손을 은혜의 손이라고 한다면, 인간이 하나님을 향하여 내미는 손은 믿음의 손입니다.” 얼마나 옳은 말씀인가! 복음주의의 핵심이다. 그분은 내게 은혜의 손을 내밀어 나를 붙드셨다. 나는 이제 그 손을 잡는다. 그렇게 내미는 손이 믿음의 손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손을 쭉 뻗어 주님께서 내미신 손을 잡는다.

“참된 리더십은 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보다 하나님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문장의 앞 부분은 많이들 공감하는 내용이다. 그렇게 살아보려고 애를 써왔다. 그런데 후반부의 ‘사람보다 하나님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은 머리로만 알았지. 가슴까지 내려오지 않았던 말씀이다. 그런데 이 문장을 접하는 순간, 그 말씀이 내 머리를 쾅 하고 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참 기쁨이 솟는다.

“고난의 의미를 모르면 그것이 고난입니다. 그러나 고난의 의미를 알면 복입니다.” 얼마나 복된 메시지인가! 그래서 내가 받은 고난은 복이다. 그래서 고난 중에서도 웃을 수 있다. 그게 복인 것을 아니까. 할렐루야! 하나님을 찬양한다.

정말 짧은 글모음이지만 그 무게감과 영향력은 태산 같다. 이 글을 통해서 하 목사님을 만나고, 성부, 성자, 성령을 만날 수 있다. 모두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하 목사님! 나의 사랑하는 목사님”하고 나도 외쳐본다. 그리고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 사랑합니다”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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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발췌]

하나님께 구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의 간구가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는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인가, 결과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것인가 등의 자기 점검입니다. 만일 우리의 기도가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p90)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내미시는 손을 은혜의 손이라고 한다면, 인간이 하나님을 향하여 내미는 손은 믿음의 손입니다. (p110)

 

우리는 하나님께 기적을 요구하지만, 그분은 우리에게 관계를 요구하십니다. 관계가 곧 믿음입니다. (p.117)

 

고난의 의미를 모르면 그것이 고난입니다. 그러나 고난의 의미를 알면 복입니다. (p.136)

 

하나님 앞에서는 모든 문제가 단순하고 쉽습니다. 단순한 사람, 쉬운 사람이 되십시오. 복잡한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그러면 영혼이 깨끗하고 순결한 사람이 됩니다. (p.194)

 

비전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데서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는 사람이 비전의 사람입니다. (p.264)

 

참된 리더십은 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보다 하나님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p.268)

 

 

하용조, 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