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한지 벌써 5년이 넘었다. 꾸준히 써왔던 책에 대한 리뷰 외에는 보잘 것 없는 블로그지만 날을 더할수록 애정이 깊어간다. 아마도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꾸민 공간이고 그리고 단 몇 명이 되었더라도 나의 글에 나의 생각에 공감해주는 이웃들이 꾸준히 찾아주는 공간이어서일 거다. 나 또한 누군가의 이웃이 되어 그들이 내비치는 정보와 생각과 느낌에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의견도 나누며 아직까지는 블로그의 세계에 푹 빠져 있다.

많은 이웃들 중에 유독 자주 찾게 되는 블로그가 있는데 바로 그림을 주제로 한 블로그가 그것이다.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가 있다는 것이 자주 찾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게다가 조금 전문적인 눈을 가진 블로거들은 그림을 보는 방법까지 알려주니 찾을 때마다 내 교양이 조금씩 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자주 찾는 블로거 중 한 명이 바로 ‘아트톡톡’님이다. 다양한 그림과 화가를 소개해주는 것은 물론 지루하지 않게 그림을 보는 방법도 함께 알려주는 이웃이라 자주 찾았는데 드디어 이렇게 책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많은 그림들 중에서도 그녀가 이번에 책으로 엮은 그림의 주제는 바로 ‘여자’이다. 그림 속에 담겨있는 다양한 여인들을 여러 테마별로 나누어 짤막한 글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책에 실린 그림들을 찬찬히 보다 보니 여자만큼 그림의 모델로 완벽한 것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림 속 여자들은 매력 그 자체이다. 화가에 따라 그리고 재료에 따라 느낌은 천차만별이지만 그림 속 여인들은 주인공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제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모델이 되었을 여인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가 되어 감상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마 화가 중에 여자를 주제로 그림 한 점 그리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는 여자야말로 그림의 모델로써 완벽한 창조물이란 반증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있든 거리를 걷고 있든 빨래를 널고 있든 아이와 함께 있든 그림을 그리고 있든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든 여자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화가가 남자라면 더더욱 무언가에 열중하는 여자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았으리라.

아트톡톡님 덕분에 전혀 모르던 화가들을 알게 되었다. 여자를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그리는,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알고 있는 듯한 화가 ‘존 윌리엄 고드워드’, 파스텔톤 색채의 마술사와도 같은 아름다운 몽환을 맛보게 하는 화가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July night’라는 단 한 작품만으로 인상적인 느낌을 남긴 화가 ‘프레데릭 차일드 해섬’, 여자의 뒷모습이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화가 ‘빌헬름 함메르쇼이’ 등 앞으로 관심을 갖게 될 화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인상적인 그림 : 프레데릭 차일드 해섬의 ‘July night’

 

우선..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참 많단다. 그렇구나.. 이어지는 일상을 툭! 끊어내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 하다. 좋다. 어디든 좋다. 일단 올 상반기까진 이 나라에 묶여있어야 하는 몸, 6월까지만 참자 잘 참아보자고 가만히 마음을 쓸어본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도 마음에 품어본다.

음 그런데 샌프란시스코를 찾는 여행자들이 금문교니 케이블카니 하는 것에만 열광하고 싶어 열광하는 건 아닐 거다. 샌프란시스코 아닌 다른 곳을 여행해도 이런 건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사실 방문지의 眞맛을 속속들이 체험하기에는 그곳을 방문한 여행자의 여정은 너무 짧다. 체류기간을, 여정을 늘이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만큼 주머니 사정 또한 박해질 테니 어느 쪽이든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빌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렇게 짧은 일정에 쫓기다보면 자연 유명한 장소에 쏠리게 마련이고 홍세화의 말처럼 사진 찍기 바빠 정작 뒤통수로만 구경 아닌 구경하다 모처럼의 귀중한 여행을 뻔한 그것으로 마치고 말게 되는 경우가 허다해지는 것이다. 분명 여행을 떠났음에도 남는 건 사진이라며 부질없는 인증에 온 신경을 쏟느라 그만; 그래 어쩌다 그리된 것뿐, 그러니 진짜 운운하며 몰아붙여 너무 탓할 필요도 없겠다. 어찌되었든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여행자는 들뜨게 마련 아닌가?^^

자 그렇기는 해도 기왕이면 떠날 당시의 흥분된 감정을 여정 내내 만끽하고 돌아와서도 오래도록 곱씹을 수 있다면 그건 ‘진짜’ 좋은 일 아니겠나? 한정된 일정에 최대 만족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면 출발 전 방문 목적(여행의 6하 원칙이라고나 할까)을 분명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될 터. 천편일률의 여행 일정에서 벗어나 조금은 색다른 여정, 궤도에 오르고 싶은 여행자라면 여기『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종류의 책도 괜찮을 것 같다.

금문교와 케이블카 뒤에 가려있던 샌프란시스코의 색다른 아니 진짜 일상을 만나길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아요, 좋은 기회랍니다.^^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가수 이태원의 <솔개>라는 곡 첫 소절이다. 처음 듣게 된 건 어린 시절이지만 그때야 뭐 알고 들었겠나. 뭐가 뭔지도 모르고 얼마간 그냥 흥얼거리다 곧 잊었다. 아니 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정말이지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는 것인가에 대해 수없이 떠올렸던 것 같다. 물론 꼭 나만 이해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 어긋난 경우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서로가 상대에게 이해를 구하려 꺼낸 말이 오히려 화가 되어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 경험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그때마다 나는 정말이지 차라리 말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바람 역시 정말 말을 하지 않았으면 했던 건 아니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어차피 그래봐야 어긋나기 십상이니)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소망 같은 것이었을 뿐.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관계가 형성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가. 이렇게 말하는 나는 이제 겨우 서른 중반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는 이 가사를 얼마나 자주 떠올려야만 했던가’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하나 존재한다는 걸 나는 최근에야 깨달았다. 결국 그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내가 있다. 나를 지울 수는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과거의 그 모든 사건들은, 비록 나 자신이 문제의 발단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나라는 존재에 의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았을 뿐이다. 어쩌면 나는 그저 누군가를 가해자로만 몰고는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기며 자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러지 않았다면 그리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앞서는 말을 조금만 늦출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조금은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그럴 수 있었을지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란다면 비록 들리지 않았어도 먼저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리에, 어린 시절 뜻하지 않은 사고로 청력장애를 얻은 그녀. 때문에 평범한 성장기를 보내던 또래들보다 더 힘겨운 성장통을 앓아야만 했던 그녀. 접객업에 발을 들인 이후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필담(筆談)으로 긴자의 유명 호스티스가 되기까지의 일화를 읽는 동안 나는 나의 평범했던 과거와 그 시절의 모든 기억들을 더욱 소중하게 끌어안을 수 있었다. 그녀도 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우리의 남은 날들은 새로운 꿈으로 다시 한번 가슴 벅찬 하루하루가 되지 않을지. 아무쪼록 그녀가 새로이 품은 소중한 꿈이 꼭 실현되길 바라면서 조용히 응원해본다. 연탄재를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안도현 시인의 시 한 구절을 가만히 가슴에 새겨본다. 적어도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 되길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