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이 이어져 있는 소설집이다. 어떤 단편에는 자살한 혜림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조금씩 들어가 각 단편이 연관성이 있나 싶으면서도 인물이나 사건이 전혀 연관이 없는 단편도 있어 그 구성이 헛갈렸다. 각각을 독립된 단편으로 생각하되 관련이 있는 단편들끼리 그 연관성을 생각하면서 읽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지만 어느 단편이든 벼랑 끝에 몰린 듯한 청소년들의 심리를 그리려는 시도가 드러나 마음을 울린다.
각 단편에 나타난 내용들은 다소 충격적인 내용들이 아닐 수 없다. 미래에 대한 특별한 계획이나 비전 없이 학교를 그만 두는 아이, 원조교제하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다가 원치 않은 살인을 저지른 아이, 외고에 다니고 남부럽지 않은 형편이면서 자살을 선택한 아이, 그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로 지냈으면서도 그 아이를 미워했던 만년 2등이었던 아이, 좋아하는 아이가 고아이고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만나지 않는 마마보이 아이, 애지중지하던 늑대 거북을 만나기 위해 하루를 온전히 자기에게 쓰기로 결심한 아이 등 각 단편이 내용들은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들을 문제아들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겪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서술하여 아이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도록 해준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단편은 '벼랑'이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요즘, 청소년들이라고 그 영향을 받지 않을 리가 없다. 놀고 싶고 꾸미고 싶고 남자친구도 만나고 싶고 하다보니 돈이 필요했고 큰 죄책감 없이 난주는 원조교제를 한다. 그것을 알아 차리고 협박하는 남자친구의 친구에게 돈을 주고 입막음을 하려다가 원치 않는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끔찍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 난주가 벼랑에서 한 아이를 밀어버린 사건 만으로는 난주가 인간 이하의 행동을 저질렀지만 그렇게 이르게 된 데는 난주와 같은 아이를 그저 '노는 애'로 취급하고 그 개성을 존중해주지 않는 교육의 문제와 돈이 필요한 아이에게 관계를 요구하며 자신의 욕심을 챙기는 어른, 그리고 그러한 것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려는 남학생의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그리고 단편들에 대체로 학업에 대한 문제들이 많이 나온다. 특별한, 그리고 원대하고 거창한 포부 없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아이, 하고 싶은 일은 다른 일이지만 부모의 뜻을 어기지 못하고 부모가 정해준 길을 가는 아이, 공부를 잘 하지만 마음이 공허한 아이, 그리고 그 아이 때문에 매번 1등을 놓쳐 속으로 이를 갈고 있는 아이 등. 그만큼 청소년들에게 학업의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획일화된 성적 위주의 줄 세우기와 무한 경쟁들에서 청소년의 꿈이 어그러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