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위해 재구성된 역사 드라마로 인해 대중들이 역사에 대해

 

갖게 되는 오개념들을 보면서 작가의 역사의식이 참 중요하다는 생

 

각을 했다.

 

  김진명의 소설을 고등학교때 읽었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다른 소설, 그리고 이 '하늘이여 땅이여'까지

 

세 작품인데 읽을때마다 월드컵에 한국 축구 경기 시작 전에 '애국

 

가'가 흘러나올때 느끼는 감정을 느끼곤 한다.

 

  공지영, 신경숙 작품처럼 우리 생활에서 느끼는 평범한, 하지만

 

소중한 내용들을 글로 표현하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끔 하는

 

작가도 소중하지만 김진명 작품처럼 나와 내 주변을 넘어 국가와

 

민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내가 현재 갖고 있는 역사, 안보,민족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가를 반성하게끔 만들어주는 작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어가면서 평소에 내가 안타까워했던 부분들에 대

 

한 언급들이 많이 나와서 누가 가려웠던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놀라웠다. 역사적인 사료가 극히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

 

일어났을법한 사건들을 엮어, 또 엮어서 이렇게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듯이 생생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니~

 

 이렇게 몰입해서 책을 읽어본 것도, 읽어가면서 읽을 페이지가

 

점점 줄어든다는데 이렇게 안타까웠던 적도 진정 오랜만인 것 같다.

 

 '살수대첩-을지문덕' 이라도만 달달 외워왔던, 국사책 한, 두줄에

 

갇혀있던 역사적인 영웅이 비로서 봉인에서 풀려나 우리 곁에 생

 

생하게 등장한 느낌이 들었다. 제갈양을 뛰어넘을 지략과 용맹함,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고구려의 긍지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작품

 

이다.

어둠속에서 세 개비의 성냔에 불을 붙인다.

첫번째 성냥은 너의 얼굴을 보려고

두번째 성냥은 너의 두 눈을 보려고

마지막 성냥은 너의 입을 보려고

그리고 오는 송두리째 어둠을

너를 내 품에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서

                                                -자끄 프레베르 '밤의 파리'-

 

그는 그렇게 장애아동들 속으로 들어갔다. 비록 아내가 6개월째 실업자로 지내고 있는 그를 보다못해 찾아준 기간제 자리였고, 안개에 쌓인 시골 도시의 장애아동을 위한 학교, 그것도 분위기가 매우 묘한 학교였지만...

 

 학교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갈때마다 그는 놀랍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된다. 장애아동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성추행하는 교장, 행정실장, 몇명의 교사, 그리고 장애인 사립학교라는 특성에 철처히 묵인되는 비밀들. 그리고 고발하려해도 재단과 얽혀있는 감독관 및 경찰들.... 방송의 힘을 빌어 재판이 시작되지만 그것 역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아내와 아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굳이 내가 왜 그들을 위해 이렇게 뛰고 고생해야하는가 하는 이상적인 문제들 속에서 고민하는 그. 책을 읽으면서 그가 영웅이 되기를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결국은 용기가 조금 부족한 소시민으로 다시 돌아온 그. 그리고 조금씩 피어나는 희망들...

 

 저자의 서문을 보면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한 인턴기자가 쓴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라는 기사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장애인이라는 약자에게 불합리하게 행하여지는 정신적인, 신체적인 폭력. 그리고 항의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묵인.

  도움반 아동들을 6개월간 돌봐오면서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또는 일어날 수 있는 이런 사건들을 수면위로 나타날 수 있도록 작품을 완성한 작가가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어가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시원하게 해결해줄 수 있도록 제발 다음 장엔 주인공이 영웅이 되든, 아님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든 영웅이 나타나서 나쁜 짓 한 놈들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책장을 넘겼지만 결국엔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할 수 없었던  작가의 고뇌, 자신도 글을 쓰면서 현실엔 장애인들에게 불리하게 판결이 났지만 작품만큼은 해피엔딩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을까, 이런 결말을 쓰면서 자신의 글을 보며 작가 자신 역시 상당한 고뇌와 분노 속에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당연한것, 기본적인 것은 그냥 당연한것, 기본적인 것이였음 좋겠다. 괜히 사람들이 괴롭고 힘들지 않도록....

 

  ....그 이야기, 제가 들을 수 없게 된 이야기 말이에요. 초등학교 일학년이던 어느날, 저는 몸시 아팠어요. 밤새 많이 아팠어요. 엄마는 아빠와 함께 큰집 제사에 가시고 이웃집 할머니가 절 보고 계셨는데 혼자서 저녁때부너 막걸에 취해 제가 아무리 울어도 깨어나지 않으셨어요. 새벽녘에 엄마가 오셔서 제 이마에 찬 물수건을 올려주고 한참을 지나서야 저는 겨우겨우 잠이 들었죠. 잠에서 깬 아침, 이상하게 집 안이 조용했어요. 너무나도요. 묘했어요. 물속 깊이 잠긴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열이 다 내리지 않아서 눈을 뜰 수가 없는데 내가 너무 늦잠을 자서 식구들이 모두 나갔다보다 생각하고 졸린 채로 엄마를 불렀지요. 그런데 아무리 불러도 엄마가 대답을 안하는 거에요. 어무 화가나서 엄마! 하고 고함을 치며 일어났어요. 벌떡 얼어난 순간, 저는 알았어요. 식구들이 바로 제 곁 둥그런 상에 둘어앉아 밥을 먹다 말고 모두 저를 바라보고 있는 거에요. 제 고함소리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말이지요.

  그러니까 아픈 저를 아랫목에 뉘어놓고 식구들이 바로 옆에서 밥을 먹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뭐라고 말을 했어요. 아니 , 한 것 같았어요. 입이 벙긋벙긋하더군요. 아무리 제가 어렸지만 가슴이 철렁했어요. 무엇가 아주 나쁜 일이,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되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만 들었어요.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얼른 다시 자리에 누웠어요. 식구들은 바로 지척에 있는데 돌아누우면 그들은 완전히 사라지고 저 혼자 텅 빈 집에 있는 것 같았어요. 겁이 나서 눈을뜨고 다시 쳐다보면 그들은 바로 옆에 있었어요. 눈을 감으면 사라지고 눈을 뜨면 바로 옆에 있는 식구들. 엄마가 저를 흔들며 무어라 말을 했어요. 밥을 먹자는 것 같았어요. 엄마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엄마의 입이 벙긋벙긋하더군요. 그런데 엄마에게 이 사실을 들키면 정말로 다시는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신경질을 부리는 척했어요.

  병원에 드나들고 좋다는 약을 다 먹었지만 이미 때가 늦었대요. 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글을 쓰고 읽을 줄 알았고 노래를 아주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선생님, 저는 그때부터 물속나라에 들어간 아이처럼 모든 사람이 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리를 걸 바라보며 완벽한 고독 속으로 쫓겨나버린 거에요. 저보다 노래를 못하던 아이들이 교단에 서서 노래하는 것을 볼 땐 가슴이 찢어져내리는 것만 같았죠.

  어느날부터 저는 밥을 먹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고 울기만 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죽고 싶었어요. 엄마가 저를 붙들고 글자로 말을 했어요. 조금만 기다리라고, 나이를 먹어서 어린이 되면 들을 수 있을 것라고. 그러니까 밥을 먹고 얼른 키가 커야 한다고 믿었죠. 어서 크기 위해 정말 열심히 밥을 먹었어요. 하루이틀,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났는데 여전히 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저는 기다렸어요. 새해 네 해가 더 지나갔어요. 그래도 들리지 않았어요. 어느날 제 방에 있는 물건을 다 집어던지며 엄마에게 고함을 쳤지요. 왜! 이렇게 컸는데, 이만큼 자랐는데, 들리지 않느냐고! 엄마는 미안하다면서 저를 붙들고 울기만 하셨어요. 제가 던지는 공책이랑 책이랑 다 맞으시면서... 선생님, 저 참 나쁜 아이죠?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