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보는 만화 우리 고전 강의 -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교과서 속 핵심 고전>는 이제 중학생이 된 큰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된다. 아무래도 초등학교 시절에 본격적인 고전문학은 접하지를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고전과 좀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만화로 우리 고전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일단 발상 자체가 흥미롭고 신선하다. 고전을 다룬 학습만화라기에 과연 어떤 내용을 다루었을까 궁금했는데, 읽고 난 지금은 대만족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우리 고전 만화를 만나러 가 볼까?

이 책은 1장 고대 가요 ․ 향가, 2장 고려 가요, 3장 시조, 4장 가사, 5장 무가 ․ 민요, 6장 설화, 7장 고소설 ․ 고수필, 8장 판소리 ․ 민속극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각 장의 첫 부분에는 고전문학의 갈래에 대한 설명을 실어 놓아 이해를 돕고 있다. 가사를 예를 들어 본다면 가사의 개념부터 시작해 형식과 종류, 발전과정 등을 다루고 있어 고등학생이 읽는다고 해도 별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한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작가와 작품이 창작된 시대적 배경을 살피고, 다음으로 줄거리와 중심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작품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길이가 짧은 노래를 제외하고는 전문을 읽을 수 없어 아쉽지만,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교과서 속 핵심 고전’이라는 부제를 감안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고전문학을 배우고, 중학교에서는 처음 고전을 접하게 될 텐데, 낯선 형식에 잘 모르는 내용이 나오기에 아무래도 고전을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선입견에 사로잡혀 고전은 힘들고 어려우면서도 재미없는 것이란 생각에 공부를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권으로 보는 만화 우리 고전 강의>는 고전문학의 갈래와 지은이, 작품의 줄거리와 전하고자 하는 중심내용을 알기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정리해 주고 있어 고전에 대해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한 권으로 보는 만화 우리 고전 강의>는 학습만화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외 선생님과 학생이 좌충우돌하며 고전문학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알콩달콩 재미있고, 만화의 그림도 고전 작품이나 그것을 설명하는 글과 대체로 잘 어울리고 있다. 모두 28편의 고전 작품이 실린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고전이 재미없다거나 어렵다는 선입견 없이 고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내용이 알차면서도 설명은 쉽게 하고 있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은 제목 그대로 핵 폭발이 있은 뒤, 생존한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통해 막연한 두려움으로만 알고 있던, 아니 우리와는 상관없는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핵 폭발의 무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전쟁을 직접적으로 체험해 보지 못한 우리 세대에게 있어 전쟁이란 너무나 낯선 개념일 뿐이다. 그런데 전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은 바꾸어 생각하면 평화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말과 통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전쟁의 아픔과 두려움,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 평화란 그냥 주어진 평범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는 일상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평화가 우리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내고 지켜야 하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할 테니까…. 그러나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왜 전쟁을 반대해야 하는지, 핵을 통해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뜸을 들일 만도 한데, 소설은 단번에 핵이 폭발하는 장면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 외할아버지 댁을 방문하러 가던 길에 핵 폭발이 일어나고, 곧 열세 살이 될 무렵의 롤란트는 아빠, 엄마, 누나인 유디트, 동생 케르스틴은 외할아버지 댁에 남게 된다. 폭발로 모든 것이 무너지고 외부와의 통신은 물론이고 자동차 그리고 온갖 전자제품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아, 인간이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 원자병과 굶주림, 추위, 전염병 그리고 사람들의 이기적 욕망과 맞서지만 유디트, 케르스틴, 엄마가 차례로 세상을 떠난다. 몇 차례의 추위와 전염병을 이기고 살아남은 사람들, 이제 열일곱 살이 된 롤란트는 학교를 열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나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읽고, 쓰고,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너희들은 빼앗거나, 도둑질하거나, 죽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너희들은 다시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도움을 줄줄 알아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 당장 치고 박고 싸우기보다는,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함께 어울려 찾아내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 너희들의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비록 그 세상이 오래 가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핵 폭발의 무서움에 대해서는 책이나 이야기를 통해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을 뿐이고 실감이 나지 않는 박제된 정보였다. 이 책에 나오는 롤란트와 그 외의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폭발이 일어나 지금까지 누렸던 모든 것이 폐허 속으로 사라지자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오염되었을지 모를 물이라도 마셔야 하고,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땔나무를 쌓아두어야 하고, 감자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감시해야 한다. 게다가 교통이나 통신이 두절되고 의약품이나 생필품의 지원마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핵 폭발에 노출되었던 사람들과 그 이후에 태어난 아기들은 원자병으로 하나씩 죽어간다.

 

“선생님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했죠?”

 

아빠 학급의 여학생이 아빠에게 던진 질문에 아빠는 그저 고개만 저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편리함과 안락함에 젖어 위험이 커져가는 것을 방치했을 때, 우리에게 던져질 준엄한 질문에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이 지구를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것이 핵 폭발이 되었든, 환경 오염이 되었든 아름다운 초록별을 지키는 일에 나와 남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도….

<차일드 폴 (미래의 고전 22)>은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동화이다. ‘차일드 폴(Child-Pol)’이라는 말은 어린이라는 뜻의 차일드(Child)와 정치라는 뜻의 폴리틱스(Politics)를 합친 말로 각 나라의 대통령과 수상은 반드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법을 말한다. 갓 10살을 넘은 11, 12살 어린이가 나라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다니, 처음에는 너무 황당한 설정에 말문이 막혔고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차츰 생각이 바뀌어 어린이 대통령이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연 나만 그런 걸까?

2019년 홍수와 허리케인, 해수면 상승, 폭설, 폭염 등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지구가 대재앙을 맞은 뒤, 세계 각국의 정치, 종교, 경제 지도자들이 모여 긴급 대책 회의를 연다. 그 결과 각 나라의 대통령과 수상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어린이가 맡아야 한다는 ‘차일드 폴(Child-Pol)’이 제정되고, 초등학교 5학년인 안현웅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다. 반장도 못해 본 처지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 현웅은, 중국집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이름처럼 찬 바람이 쌩쌩 도는 차가운 비서실장, 무뚝뚝하기만 한 강찬 경호팀장을 따라 청와대에 들어간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실컷 늦잠을 잘 수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만날 사람도 많고 사인을 해야 할 서류들도 너무나 많아 고생의 연속이다.

현웅은 차 실장님이 한때 녹비소녀(초록 비둘기 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환경운동가였지만, 인간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어 희망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강 팀장님은 전직 공군 조종사로 대통령 앞에서 공중 폭격 시범을 보여야 했지만 숲이 불바다가 되는 것을 볼 수 없어 폭격을 거부했고, 이후 자신을 믿어준 대통령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 했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이용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람들을 대할 때 늘 검은 안경을 낀다. 그러나 아직 어리지만 순순한 마음과 용기로 개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고,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는 현웅의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의 마음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현웅은 진심어린 태도와 작은 실천으로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목석같던 미래제약 황돈만 회장과 현기자동차 이산화 회장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나라와 나라를 없애 전쟁을 없앤다면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이용해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의 정상들에게 연락을 한다. 그러나 이트(Eat)라는 비밀 조직이 차일드 폴을 제정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들을 이용해 세상을 마음껏 지배하려고 했다는 것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트는 각국의 전쟁을 부추기고 회담에 참석하려는 정상들의 목숨을 노리는데, 현웅은 차 실장님과 강 팀장님의 희생으로 무사히 회담에 참석한다. 마침내 97개국 정상들은 전 세계를 하나의 국가로 만들고 너와 내가 함께 하는 나라라는 뜻으로 ‘유 앤 아이(You & I)’라는 이름을 정한 뒤, 의견의 제안자인 현웅을 세계 대통령으로 뽑는다.

<차일드 폴>은 한편으로 유쾌하고 또 가슴 아프고 부끄럽기도 한 동화였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상 이변의 피해가 매년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동화는 다가올 미래의 어두운 모습을 암시하는 것 같아 마음이 어두웠다. 그러나 어른들이 초래한 위기를 아이들에 의지해 해결하려는 발상에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도대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런 한편 아무것도 모르던 아이들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트로 대변되는, 전쟁과 인간의 탐욕을 먹고 성장하는 괴물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아이들의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이 가진 엄청난 힘이었다. 아이들이 한 일은 무엇인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개를 구하고, 비를 막기 위해 우산을 씌워 주고, 황폐화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것 그리고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아주 작은 실천이었다. 진심어린 실천이야말로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동화를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고, 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이야말로 환경오염을 막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 속 현웅에게는 그를 지지해 주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다. 힘들고 지쳐 용기를 잃으려 할 때마다 아빠는 말로 때로는 행동으로 어떤 결정을 해야 할 것인지를 깨우쳐 준다. 그리고 차 실장님과 강 팀장님은 언제나 든든하게 현웅을 지켜주며, 자신들에게 희망을 찾아준 현웅을 위해 자신들을 희생한다. 그와 같은 사람들의 헌신 속에서 진정한 대통령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깨우쳐 나가는 현웅이 참으로 대견해 보이며, 이 책이 어린이와 어른 독자뿐만 아니라 기존의 흠집난 정치인들,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인간이 완전히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야만 비로소 지구가 행복해질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어쩌면 차일드 폴이 지구와 인류를 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차일드 폴을 만들었지만 대통령님은 오히려 그것을 미래의 희망으로 바꿔 놓은 것처럼! 산에 우산을 꽂고, 맨발로 걷고, 홀로 나무를 심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어쩌면 이 꼬맹이가 정말 뭔가 큰일을 해낼지도 모른다고…그리고 이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