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전사들>! 제목과 표지의 그림 그리고 소개하는 글을 통해 고양이들이 주인공인 판타지라는 것을 알았지만, ‘전 세계 1천만 독자가 열광한 판타지 소설’이라는 문구는 좀 과장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여러 고양이 종족간의 팽팽한 대결, 그리고 애완 고양이라는 놀림 속에서 당당한 종족의 전사로 성장하는 파이어포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어 단숨에 책을 읽었다. 과연 많은 사람들이 찾고 읽는 책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아마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가 무슨 재미가 있겠냐고 하던 사람들도 이 소설을 읽으면 절로 소설을 읽는 재미에 빠져들 것이라 생각한다.

자유로움을 꿈꾸던 애완 고양이 러스티는 정원의 울타리를 넘어갔다가, 천둥족의 야생고양이들을 만나 전사로서의 삶에 대해 듣게 된다. 결국 두 발 달린 동물들을 떠나 숲으로 간 러스티는 천둥족 고양이의 훈련병 파이어포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데, 주위의 고양이들에게 애완고양이라는 놀림을 들으면서도 점점 한 마리의 천둥족 전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고양이들보다 많은 생각을 하는 파이어포를 천둥족의 지도자인 블루스타는 애정과 기대를 갖고 바라보는데, 부지도자인 레드 테일이 강족과의 전투에서 죽음을 맞은 뒤 새로 지명된 라이언하트마저 그림자족과의 전투에서 숨을 거두는 일이 발생한다. 이제 파이어포는 훈련병이 아닌 당당한 전사 파이어하트로 인정받게 되지만, 새롭게 부지도자가 된 타이거클로가 자신의 야심 때문에 레드 테일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그와 맞설 운명이라면 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을 결심한다.

<고양이 전사들>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들의 습성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판타지소설이지만, 실제로는 자유와 평화를 꿈꾸는 용감한 영혼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가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 애완고양이로서의 안락한 삶과 야생고양이로서의 자유로운 삶을 둘러싼 선택은, 실상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순간 느끼고 겪어야 하는 수많은 질문과 선택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거친 음식을 먹으며 불편한 잠자리를 감수하고 심지어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야 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일까에 대해 우리는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러스티는 자신에게 던져진 그 질문에 대해, 안락함보다는 자유로움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을 선택하고 그 운명 속으로 뛰어든다.

천둥족의 훈련병이 된 파이어포는 사냥이나 전투에서 타고난 감각과 뛰어난 머리를 이용해서 점점 훌륭한 전사로 성장해 간다. 그는 과연 종족들 간에 평화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일까에 대해 고민하고, 종족의 전사로서 부여받은 임무에 충실하지만 단순히 따르기만 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을 위협하는 그림자족의 치료사인 옐로팽을 믿고 그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앞으로 천둥족과 다른 종족간의 갈등을 넘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작은 실마리를 보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마도 이와 같은 점이 블루스타가 그를 주목하는 이유일 것이고, 파이어포는 용기를 내어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다른 고양이들에 맞서는 용기를 발휘한다. 그리고 그림자족에게 잡혀간 새끼 고양이를 구출해 내고 옐로팽이 뒤집어쓴 누명을 벗김으로써, 당당한 천둥족의 전사 파이어하트(불꽃 심장)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러스티에서 파이어포 그리고 파이어하트라는 변화는 단순히 이름의 변화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며 자유롭고 지혜로우며 용기를 지닌 위대한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