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은 다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타인들은 결코 그런 고통을 믿지 못하고 정신 나간 이야기로 치부할 뿐이다. 만약 누군가 그 고통에 대해서 묘사하거나 언급이라고 하게 되면, 사람들은 남들의 태도를 따라서, 혹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의심 섞인 경멸의 웃음을 지으며 무시해버리려고 한다. 아직 인간은 그런 고통을 치유할 만한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이라면 술을 마시고 망각해버리는 것, 혹은 아편이나 약물에 취해 인공적인 잠에 빠져드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 고통은 잦아드는 것이 아니라 잠시 후 더욱 격렬한 형태로 되돌아오고 만다...

...이제 나는 내가 실제로 겪은 그런 체험 중의 한 가지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너무도 깊고 현기증 나는 절망의 심연 속으로 나를 몰아넣었으므로 결코 잊을 수가 없는 체험이다...

...'독'이라고 나는 썼다. 하지만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그것은 내 안에 원래부터 있던 고통의 흉터이며, 그 흉터를 지닌 채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라고 말해야 하리라...

..."우라니타, 그건 과거의 시절이었어." 아델리나 고모가 눈물을 삼키면서 말을 머뭇거린다. "아버지를 용서해야 해. 네 아버지도 많은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어. 정말 끔찍한 시기였어, 우라니타. 그렇지만 그건 과거야. 아구스틴은 절망하고 있었어. 그는 감옥에 갈 수도 있었고, 살해될 수도 있었어. 네 아버지는 네게 고통을 주거나 상처를 입히고 싶어 하지 않았어. 아마도 그게 너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지금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곤 했잖니. 여기에서의 삶은 그랬어. 아구스틴은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널 사랑했어. 우라니타." 늙은 고모는 마음이 산란하여 손을 비틀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흔들의자에서 움직인다...

 ...그러니까 한 시간 내에 두 가지 일이 생긴 셈이었다. 오랫동안 두려워하며 기다리던 소식, 그리고 이 정찰, 또다른 통보. 기민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타난, 썩은 고기를 먹는 새들 중 첫번째. 얼마나 오랫동안 나는 저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할 수 있을까? 결코 수가 줄어들지 않는 케이프타운의 부식동물들. 벗고 다녀도 추위를 타지 않고, 술기운으로 속에서부터 따뜻해지고, 핏속에 든 전염병과 감염병도 술의 불길에 타버리는 사람들. 잔치가 끝난 후의 뒤처리꾼들. 마른 날개와 반들반들한 눈의 무시무시한 파리들. 나의 상속인들...

...오늘부터 내게 주어진 첫번째 과업. 나의 죽음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는 것. 너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살아 있는 사람을 용서하고 비통한 마음 없이 떠나는 것. 죽음을 나 자신의 것으로,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껴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