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일기장에 적힌 토막글들은 그간 그 자신의 마음의 어수선한 그림이다. 내용이야 무엇이든...

...모든 인간이 양반이 되고자 하는 것.

또는 양반이 되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

(민주주의!)

그런데 결국 그들은 양반이 될 수 없다는 것(족보가 없으므로)

바로 현대의 골치 아픔의 까닭...

...알면서 입을 다무는 것과 몰라서 그러는 것은 다르다. 이 비약을 서양인은 영원히 구별 못 한다. 그들은 생략법을 모른다. 이 까닭에 서양인에겐 동양의 달관은 영원히 이그조틱한 스핑크스일 뿐이다...

...현대인에게 정공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에게 무엇을 설득하려면 궤계를 써야 한다. 정공법은 그에게 경계심을 일이키므로...

...광학에는 한 가지 백색만 있다.

마음에는 두 가지 백색이 있다.

원래부터가 백색인 경우와

흡수해서 백색인 경우와...

...마이클 K에 대해 알게 된 첫번째 사실은 그가 구순열이라는 것이었다...

...아기는 젖을 빨지 못해 배가 고파 울었다...

..."좀 자라면 입술이 다물릴 거예요." 산파가 장담했다. 그러나 입술은 다물리지 않았다. 충분히 다물리지 않았다...

...그녀는 일터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사람들이 비웃으며 수군거리는 게 속상해 아이를 다른 아이들에게서 떼어놓았다. 여러 해 동안 마이클 K는 남의 집 마루를 닦는 어머니를 담요 위에 앉아 지켜보며 조용히 있는 법을 배웠다...

...얼굴에 그런 흠이 있고 두뇌 회전이 빠르지 않았던 마이클은 학교를 아주 잠깐밖에 못 다니고 포러에 있는 노리니어스에 맡겨졌다. 국고 지원을 받는 그곳에서 그는 다양한 신체장애가 있는 불운한 아이들과 함께 초보적인 읽기, 쓰기, 셈, 쓸기, 닦기, 침대 정리, 접시 닦기, 바구니 짜기, 목공, 땅파기 등을 배우며 나머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얼굴 때문에 K는 여자 친구들이 없었다. 그는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했다. 두 일자리 모두 혼자 있는 시간이 꽤 많았다...

...고양이는 연습했다. 말케는 잠들었거나 혹은 그런 듯 보였다. 그 옆에서 나는 이를 앓았다. 고양이는 연습하며 다가왔다. 말케의 울대뼈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크고, 쉴새없이 움직이며 , 그림자를 드리웠으므로. 관리인의 검은 고양이는 나와 말케 사이에서 몸을 웅크려 뛸 자세를 취했다. 우리는 삼각구도를 이뤘다. 내 이는 침묵했고, 더이상 아프지 않았다. 말케의 울대뼈가 고양이에게 쥐가 되었으므로. 고양이는 그처럼 어렸고, 말케의 것은 그처럼 잘 움직였다. 어쨌든 고양이는 말케의 후두에 뛰어올랐다. 아니면 이가 아팠거나 그렇지 않았던 내가, 고양이를 들어올려 말케의 쥐를 보여주었던가. 그리고 요하임 말케는 비명을 질렀으나, 대수롭지 않는 찰과상을 입었을 뿐이다.

그러나 나, 너의 쥐를 한 마리의 그리고 모든 고양이의 눈에 띄게 했던 나는 이제 써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