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열의가 넘치는 젊은이였을 때, 그래서 글쓰기가 뭔가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던 때에 고문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소. 제네바에서 돌아온 참이었는데, 그때 포르투갈은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지 잘 아는 정치경찰이 지배하던 독재국가였지. 내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군요. 포르투갈에는 내가 마음껏 연구할 수 있을 만큼의 훌륭한 사례가 넘쳤소. 포르투갈 종교재판 말이오. 그래서 나는 토흐 두 톰부 국립도서관 자료실에 드나들기 시작했어요. 수세기 동안 사람들을 고문했던 자들의 치밀한 방법은 특히 흥미롭더군. 고문하는 사람들은...완벽한 해부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일을 근본규범의 이름으로 행한 거요. 일반적인 근본규범보다 더 큰 근본규범, 완벽한 규범의 이름으로 말이오. 내말 이해하겠소?"

"무슨 뜻입니까?" ...

..."하느님이오."..."부지런하고 너무나 치밀했던 그 고문기술자들은 하느님을 대신해서 일한 거요. 하느님으로부터 명령을 받았다는 거지요. 개념은 사실 똑같소. 나는 책임이 없다. 나는 보잘것없는 하사관일 뿐이다. 난 대위에게서 명령을 받았다. 난 장군 혹은 국가에게 명령을 받았다. 아니면 하느님은 제일 거역할 수 없는 대상이죠."...

...표지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작품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현재 뉴잉글랜드의 남서부에 해당하는 곳과 허드슨 강 동쪽의 뉴욕, 남쪽으로 훨씬 더 내려간 곳을 소유한 부족은 <마히카니>, 혹은 흔히 <모히칸족>이라고 부르는 강성한 민족이었다...

...모히칸족은 다시 갈라졌다. 집단적인 역량이라는 문제에 있어서 그들은 <긴 집>을 소유한 이웃 부족과 어느 쪽이 더 오래되었는지를 놓고 분쟁하기도 했지만, 그들 자신의 <조상>의 <장남>이라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졌다. 물론 그 땅의 원래 주인 중 그들이 가장 먼저 백인들에게 쫓겨났다...

...한쪽에서는 네덜란드가, 또 한쪽에서는 멩위족이 레나페족에게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말하며 멩위족에게 방어를 전적으로 맡기고, 원주민의 비유법을 써서 간단히 말하면 <여자>가 되라고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치욕적인 사실이 잘 기록되어 있다...그 순간부터 현재의 미국 국경 안에 살았던 가장 위대하고 가장 문명화한 인디언 민족의 멸망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백인에게 약탈당하고, 야만인들에게 학살과 억압을 당한 그들은 한동안 평의회의 모닥불 주위에서 머루르다가 결국 무리를 지어 떠났고, 서부 미개척 지대에 은신처를 찾았다. 꺼져가는 등불의 희미한 불빛처럼, 그들의 영광은 소멸하는 순간 가장 밝게 빛났던 것이다...

...아이오와를 지나갈 때 타는 듯이 뜨겁던 그날, 우리의 대화는 그 옛날 우리 둘이 함께 알고 지냈던 보헤미아 여자아이에 관한 이야기로 자꾸만 되돌아갔다. 우리가 기억하는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에게는 그 여자아이가 바로 그 시골이고 그 상황이고 그 시절의 모든 모험을 의미했다...

..."이따금 안토니아에 대해 기억나는 것들을 적어, 중서부를 지나는 긴 여행에서는 객실에서 그런 걸 쓰면 기분이 좋아".

읽어 보고 싶다고 했더니 꼭 보여 주겠다고 했다. 언제고 끝나기만 하면...

...몇 달 후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느 날 오후, 짐이 서류철을 들고 내 집에 나타났다. 거실로 들어와 손을 녹이면서 선 채로 말했다. 

"여기 있어 아직도 읽고 싶어? 어젯밤에 끝냈어. 시간을 들여 정리하면서 쓴 게 아니라 그 이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그냥 그대로 적어 놓은 거야. 일정한 형식도 없을걸. 아직 제목도 없는걸"

그러고는 옆방으로 가서 내 책상에 앉아 서류철 겉장에 <안토니아>라고 썼다. 순간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름 앞에 한 자를 첨가했다. <나의 안토니아>. 그러고는 비로소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