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였다. 이 위도에서는 3월 초에도 아직 밤이 짧다. 아침 5시쯤이면 동이 트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해가 세상을 비추기 시작하면 '슬루기'호를 위협하고 있는 위험이 줄어들까? 이렇게 갸냘픈 배가 거친 파도 위에 언제까지나 떠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 파도가 잔잔해지고 바람이 가라앉지 않는 한, 이 배는 뭍에서 멀리 떨어진 망망대해 한복판에 버려진 채 끔찍한 조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육지에만 다다르면 그래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아까 돌은 "다른 아이들도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폭풍에 휩싸인 이 배에는 아이들밖에 없단 말인가? 그렇다. 이 배에는 아이들밖에 없다. 그럼 아이들은 몇 명이나 타고 있을까? 고든,브리앙,도니펀과 견습선원을 포함하여 모두 열다섯 명이었다. 아이들은 어떤 사정으로 이 배에 타게 되었을까?..

...그럼 이 배에는 어른이 한 명도 없나? 배를 지휘하는 선장도 없나? 배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선원도 하나 없나? 이 폭풍 속에서 키를 잡을 조타수도 없나? 없었다. 어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이야기꾼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그것은 시작과 끝에 관한 이야기.

그러나 나는 시작이나 끝에 관하여 말하지 않는다.

지금 있는 것 이상의 시작은 결코 없었고,

지금 이상의 젊음이나 늙음도 없었다.

또한 지금 이상의 완벽함은 없을 것이며,

지금 이상의 천국이나 지옥도 없을 것이다.

 

충동, 충동, 충동

변함없는 세계의 생식 충동...

 

...설명하는 것은 소용없다...배운 사람과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그것을 그러하다고 느낀다...

 

...부족한 하나는 둘 모두를 부족하게 한다...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으로 증명된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 되어 그 반대의 것으로 증명될 때까지...

 

...최상의 것을 드러내고 그것을 최악의 것으로부터 분리하는라 세월은 세월을 괴롭힌다.

완벽한 들어맞음과 사물들의 평등을 알면서도, 그들이 토론하는 동안 나는 침묵하며, 목욕을 하고, 나 자신을 숭배한다...

 

...그건 마음 때문이라고 그 여자는 결론지었다. 그 모든 것의 원인은 마음이었다. 마음은 그저 너무 영리해서 자신의 이익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행동을 했다. 그러한 무기들을 발명한 것이 바로 마음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동물이 자신의 파멸을 고안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녀가 행복할 때는 몇 시간이고 똑같은 자세로 잠을 잔다. 그 지겨운 밤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그녀를 살펴보면 까딱도 하지 않았음을 증언할 수 있다. 물론 뛰어난 소화 능력과 조용한 꿈 탓이라고 할 수 있을테지만 나는 그것을 행복의 표시라고 해석한다...

...내가 그녀를 숭배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매일 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잠자는 일을 나보다 훨씬 더 잘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낯선 공항에서도 위협을 전혀 받지 않는 세련된 여행자처럼 잠을 조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