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는 70-80년대 우리나라 사진들을 보면 왠지모를 향수에 젖고, 또한 그런 것을 즐기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이 책도 좀 이보다는 먼 과거이기는 하지만 그런 내가 살아보지도 않은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을지, 그리고 당시 서울역, 종로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등이 궁금하여 주문해서 보았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고나니 저의 그런 기대나 생각은 참으로 어린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일제 치하에서의 한국인들의 땀, 모욕, 피를 통해 대륙 진출 교두보로써의 한국에서의 당시 사진 상의 도로, 교량, 철로가 완성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8년을 사는 입장에서 편안히 사진을 감상할 수는 있어도, 당시 한국의 신작로, 철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되면 절대 편하게 감상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제 할아버지께서 올해 96세이십니다. 작년까지 멀쩡하셨는데 금년들어 치매기운이 있으신지 사람을 잘 못 알아 보십니다. 예전에 옛날 얘기를 듣곤 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하군요. 이 책을 보니, 더 질문할 것이 있는데....

충무로와 명동에 있던 일본상가가 당시에 얼마나 화려해서 충격적이었던 것인지, 서울역의 시계와 새로 생긴 시간 맞추어 운행하는 전차의 등장으로 서울 시민이 드디어 시간을 정확하게 나누어 하루를 사는 생활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런 생활패턴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무슨 문제는 없었는지, 남촌과 북촌으로 나뉜 일본인과 한국인들 사이에서의 알력과 긴장감은 어느 정도 였는지 등등..이제는 여쭤 볼 수가 없네요.

시골의사. 금융쪽 어느 조직에도 속해 있지 않기에 소신있는 시장분석을 거침없이 해대는 증권분석가이다. 그런데, 통찰력과 직관 또한 대단하니 어찌 팬들이 적을쏘냐~~.

예전에는 내가 무언가 하나 요술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갖게 해주겠다고 '알라딘'의 '요술램프 지니'가 말한다면, 난 당연히 ’돈’을 갖겠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의 글을 읽으면서 그 문제에 대한 내 답은 바뀌었다, ’시골의사와 같은 통찰력과 직관’ 으로.

저자가 잡식성 독서광이라는 소리에 나도 요즘 한참 잡식성으로 책을 읽고 있는 중이고 늦은 나이에 독서의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진작에 이런 독서를 대학교 다닐때 했었어야 했다고 친구에게 푸념을 했더니, 세상에는 죽을 때까지 ’독서’의 중요함의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평생을 보내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니 내 경우는 상당히 양호한 경우라나. 늦었을 때가 바로 시작할 때라는 것이다.

저자에 대한 내 존경의 표현으로 사설이 길었다. 암튼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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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주식 초심자에게는 맞지 않는 책일 수도 있겠다.  허나 적어도  PER과  PBR이 무엇인지 안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좀 어렵다면 역시나 베스트/스테디셀러 전작인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책을 먼저 보길 권한다. 출판사인 리더스북의 모회사인 웅진 주식을 사 놓았어야했나? ^^

언듯 보면 중구난방식의 책 구성이 정신이 없을수도 있을 것이다. 한곳에 앉아서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집필을 한 책이 아니라는 저자의 언급이 없었다면 이상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기존에 저자의 블로그에서 (http://blog.naver.com/donodonsu) 꾸준히 통찰력과 직관을 키우는 연습을 해 온 (저자의 블로그 글을 읽어 온)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자신감 넘치는 필력과 지나치지 않은 적절한 비유, 인용, 등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1) 먼저 속독으로 훑어보고
2) 다음으로 빨간색 플러스펜을 가지고 중요한 부분에 밑 줄을 치면서 읽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것이다. 다시 얘기해서, 많은 것을 어루르며 얘기하는 저자의 말에서 주옥같은 포인트를 파악하는 것이 독자의 몫인 것이다.

중국과 같은 신흥국가의 투자시기,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에 따른 투자 기법, 가치주와 성장주의 구분에 얽매이지 말라는 저자의 당부는 '처음처럼'을 먹지 않고도 감탄사가 나오게끔 만든다.

만약 오늘 무슨 주를 사야 하나에 대한 직설적인 답을 원하신 분은 이 책을 읽고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이 책을 반복하여 읽다보면, 백내장으로 안 보였던 눈이 수술 후 그 막이 걷히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책은 수학사에 관한 책이자, 한 수학자의 논문에 관한, 그리고 그 논문의 뿌리를 처음부터 추적해가는 대하 장편 소설인 듯 합니다.

386세대로써 진작에 이런 책은 중학교 때 읽었어야 했었다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다 읽었으니 조카에게 줄 생각입니다. (저도 사실은 물리학과를 다니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합니다. 간만에 처음 물리학을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의 설레임을 다시 느끼는 듯 하였네요)

어린 시절 접한 난제하나를 풀기위해 수 십년을 그토록 몰입하여 결국은 해결을 해냈다는 것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퍼즐풀기를 즐겨했고, 하루 종일 한 문제와 씨름한 적도 있습니다만, 이에 비할 것이 못 되는 듯 합니다.

또한 이 책에는 수학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이 곳곳에 베어 있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는 책이네라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가다가, 순간 숨이 멈춰버린 부분이 있습니다. 어느 시점까지 거의 실증적으로 입증된 가설하나가 컴퓨터의 발명과 계산으로 전 우주에 있는 별들을 모아 체스를 두었을 때 나오는 모든 게임의 경우의 수 만큼 그 수가 커지면 그 가설이 뒤집어 진다는 것을 읽었을 때는 "가설"은 "가설"일 뿐, "theorem"이 될 수 없다는 수학계의 치밀한 논리와 무한히 경이로운 우주를 만들어낸 조물주의 위대함에 경건함을 느끼게까지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여러 수학 천재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터넷 만화로 많이 보던 ’가우스 전자회사’와 이름이 같은 ’가우스’가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뉴턴도 하기 힘들어 했던 달의 정확한 궤도 예측을 하나의 수학 분야를 개발하여 유사치를 계산해내어, 마침내 당시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그것입니다. 또한 당시 수학의 어느 한 분야가 실제 생활에서는 하등의 도움이 될 것이 없다고 얘기를 하였는데, 나중에 이것이 전쟁에서 암호해독과 전투 전술에서 이용되는 것. 이 두 가지 에피소드는 ’순수성과 실용성’ 사이에서 ’순수성’에 치우친 것으로 여겨지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결국은 당시이건 한참이 지난 뒤이건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고, 순수함과 실용적임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 것은 아닐런지요.

우리나라의 이공계에 대한 투자, 그 중에서도 순수과학에 대한 투자에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가끔 같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그 쪽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동창들을 만날 때면, 저는 그럽니다, "왜 이 짓 계속하고있느냐"고. 순수과학을 말로만 지원해주는 나라에서 무슨 희망이 있냐고..... 이 나라가 그리고 이 나라의 풍토가 이공계를 우대하는 것으로 바뀌어, 그 동창들에게 예전에 한 그 말 취소한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