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글쟁이인가 그림쟁이인가? 그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어찌 글이 이 모양으로 감칠만이 난단 말인가? 읽는 내내 감탄했다. (사실 고백하자면 본문에서 저가가 쓴 글 중, 몇몇 젊은이 들이 쓰지 않은 단어나 표현은 해석이 잘 안 되었다)

이상하게도 이 책의 전작인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보다 속편격인 이 책을 먼저 보게 되었다. 동시에 구해서 읽게 되었는데, 아마도 이 책의 앞 쪽에 요즘 뜨고 있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나오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그림이 언듯 더 많이 보여서 인듯 싶다. (바람의 화원 소설로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드라마에서 보던 ’엉덩이를 뒤로 빼고는 있지만 손은 남정내의 손아귀에 그대로 맡기는’ 흠짓 놀라서 머뭇거리는 듯 하면서도 싫지 않은 그 장면, 그 감칠맛 나는 드라마에서의 그 화폭의 장면이 이 책에 비슷한 신윤복의 그림에서는 더욱 복잡하고 재미있는 그림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독자도 알아서 한번 찾아 보시라. 단순히 엉덩이만 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녀가 신을 각각 어떻게 놓고 방에 들어 갔는지를 보란 말이다. ^^그리고 그 뺀 엉덩이의 주인은 그 남녀가 아니다. ^^

2장에서는 단순히 그림에 관한 것이 아닌 문방구에 관한 것들, 그리고 ’옛것이 좋다’는 주제로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오히려 국내에서보다 일본에서 추앙 받는 마치 사극을 보면 주막에서나 뒹둘고 다닐 만한 둔탁하게 생긴 그릇 들에서 어떤 미를 느끼게 되는 지를 확인해볼 가치가 있다. 그런데 고백하건데, 아무리 책을 봐도 내 눈에는 아직 그 미를 모르겠다.

3장에서 드디어 서양화가 나온다. 저자는 어쩌면 그리도 잘 동서양을 넘나드는지, 뒤로 갈수록 현대작품들도 많이 나오고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총망라한 듯한 저자의 호기심의 끝은 어디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추상화는 일반인으로써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현대 추상화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코미디 영화 미스터빈에 나오는 그림"을 하나 주목하며 이것이 추상화의 시발점에 대한 단서를 준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펼친다.

그러면서도 "더 이상 나올 애기가 없는데 그림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를 써 달라" 고 하는 원고 청탁을 부담스러워 여기는 저자의 자세는 진심인가 아님 엄살인가?

전반적인 평을 하자면, 이 책에서는 그림과는 상관 없는 다른 책에 대한 자신의 감상문 (물론 미술에 관한 책도 하나 저자의 감상문이 있기는 하지만), 화가와는 상관 없는 사람에 대한 단상 등의 내용이 후반부에 몇 군데 있는 것이 이 책의 약간의 흠이라면 흠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허나, 전반적으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말 잘하는 "이야기꾼"의 도움으로 좀 더 깊이 있는 감상을 하게끔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특히나 앞 쪽의 산수화 얘기는 진국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