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하루 종일, 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다 읽었다.
머리가 아닌 가슴 속에서 느끼는 바가 크다.
나라를 위한 것이 결국은 당을 위한 것이고, 백성을 위한 것이 결국 사대부들을 위한 것이고, 명분을 위한 것이 결국 자신만의 명분을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우암 송시열을 기존에 교과서에서 배운 바와는 다른 관점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단지 서인의 허구성에 대해서만 말 하지는 않는다. 남인도 결국 정권을 잡으면 그들과 다를 것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도 같이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용서와 화해라는 것이 왜 힘든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 와중에도 중립적으로 화해를 도모한 인물도 나오는데, 아주 소수이다.
남인들이 세가 커질 때는 청남과 탁남으로 나뉘고, 서인이 세가 커질 때는 소론과 노론으로 나뉘는 것이 요즘의 정당도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만 결국은 역사는 승자의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기에, 우암 송시열은 그런 측면에서 실제에 비해 상당히 좋게 평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선, 또한 인조->효종->현종->숙종으로 이어지는 왕권 하에서 어떻게 서인이 처세 하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서인, 더 자세히는 노론의 우두머리인 송시열을 조명한다.
임금의 권위보다 신하의 세가 더 강한 시대에서 왕들이 어떻게 처신 했는지도 상당히 잘 표현 되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지금의 현실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클 뿐 아니라, 어떠한 조직에서건 그런 생리가 어쩌면 그리 같은지 여실히 느끼게 한다. 당시 처럼 독살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없지만, 귀양이나 (한직으로 내치는 것), 조직의 분열, 모함, 이합집산이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최근 MB 정권이 집권을 한 후 보이는 행보가 어쩌면 그리도 같은지, 그리고 역사는 승자의 이야기라는 것이, 현 정권의 좌편향된 교과서를 시정하겠다고 나서는 행태를 보며, 사실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서인이 줄곧 집권을 하다가 간혹 남인이 집권을 할 때가 있다. 다시 원래대로 서인이 집권을 하는 반복되는 과정이 현재 보수가 집권을 하다가 진보가 간혹 집권을 하고 이제 다시 보수가 집권을 하는 현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는 상당하다.
결국은 백성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과거 사대부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하는 발버둥의 힘이 상당히 강하기에, 이 책에 나오듯이 대동법이 전국적으로 실행되는 데는 10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것이다. 이처럼 기득권은 무서운 것이 아닌가 한다. 현실 정치로 돌아와 조명해 보면, 기득권이 역시 그 특권하나 하나를 포기하게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절대 단기간 일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고 하는 종부세, 역시 MB 정권에서 사라지는 것이 당연하고, 다시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으니 너무 조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가을 낙엽 떨어지듯이 우수수 떨어지는 현 행정부 고관, 그리고 방송사 사장들이 불쌍할 뿐이다. 기득권 유지의 희생양들이다.
현대사에서 이러한 순환이 이제서야 시작되었다. 마치 서인 천하에서 간혹 남인이 중간중간 정권을 잡는 일이 있는 그 순환 말이다. 조선시대처첨 1차2차 예송논쟁이나 하면서 수 백년을 그런 '보수-진보-보수'의 순환을 하게 될지 아니면 그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