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효 작가가 말하길, 단편 소설은 제목이 길고 오히려 장편은 ’아리랑’, ’한강’, ’토지’, ’장길산’ 등과 같이 2-3자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은 ’동행’이다. 내용에 걸맞는 대하 장편 소설의 제목이다.

어찌보면 소설보다 더욱 소설같기에, 아무도 이런 스토리를 진짜라 생각 안 하고 허구가 많은 작품이라고 폄하할만한 소설이다. 그 엑기스는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의 결혼이다.

첫째 아들은 1974년 8월 15일에 결혼했는데, 그 날이 육영수 여사가 저격 당한 날이니, 마치 육영수 여사의 저격 장면과 결혼식 장면이 오버랩되고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굳이 빗대어 얘기하자면 ’대부’ 느낌이 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둘째 아들은 5공화국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인가 하는 분의 딸과 결혼을 한다. 이는 영락없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나중에 장인이 청와대에 사표를 내니, 오히려 이 사연을 안 전두환은 사표를 받지 않고, 휴가나 갔다 오라고 통 큰 아량을 베푼다. 이희호 여사는 이 때의 일로 전두환을 고맙게 생각한다.

중간에 무수히 나오는 연행과 체포, 주변인들의 고문, 또한 주변인들의 배신,... 전형적인 허리우드 갱단 영화 소재이다.

옥중에서 깨알 같이 엽서에 서신을 주고 받는 김대중, 이희호 부부, 볼펜의 심을 빼고 종이를 말아 넣어 메세지를 주고 받는 알카트레즈 감옥 내지는 첩보 영화다.

이 소설의 소재는 너무나도 식상할 정도로 이런 헐리우드 영화와 소설의 것이다. 오히려 너무 허구인 것이 많아 소설 같지도 않은 소설이라고 믿을 성 싶다.

허나, 문제는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자서전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시절 얘기는 책의 뒷 부분에 상대적으로 적게 나와있다. 한 인생을 살면서 고통의 세월을 살아가다가 나이 다 들어서 반짝 5년 대통령과 그 영부인의 삶을 산 것이다. 고진감래도 이런 고진감래가 없을 것이다.

물론 실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실책의 경우 ’왜 다른 이들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어 생각하냐’고 변명을 하는 면이 이 책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김대중 정계 은퇴 후 복귀 할 때와, 대통령이 되기 직전 김종필과 손을 잡은 일이다. 왜 사람들이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지 이희호 여사는 모르시나보다. 그 이유는 바로 "다른이는 시정잡배이지만 김대중 선생은 위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대통령 아들이 나중에 감방에 간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사죄하듯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허나 그러한 문제가 있다고 목숨과 바꾸려 결심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한 그의 업적이 폄하되어서는 안된다.

이 책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이 한 삶 뿐 아니라, 이희호 여사 자신의 여성운동에 대한 활약,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특이한 것은 ’김활란’ 당시 이대 총장이었던 분과 같이 여성 운동을 한 얘기가 나오는데, 강준만 교수의 ’한국 현대사 산책’을 보면 ’김활란’은 친일파이며 이승만 딸랭이, 박정희 딸랭이로 묘사 된다. 인간적으로 김환란을 옹호하고 그 이유를 풀어 놓으니 역사도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이리 달라진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힐러리가 언젠가 대통령을 할 날을 기대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클린턴이 퍼스트 젠틀맨이되어 힐러리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장면을 ’통쾌해’ 하면서 꼭 보고 싶다고한다. 사실 나도 남자이지만 딸 가진 아버지 입장에서 역시 꼭 보고 싶다.

가장 안타깝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 부분은 주변 믿던 사람의 배신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가 나에게 가족을 협박하고, 몇 억을 준다고 회유하면, 내가 존경해서 모시고 있는 분을 배반 할 수 있겠는가? 글쎄, 결혼 전이라면 배반 안 할 자신이 있지만, 지금은 사실 그렇지 못하다.

가족을 희생시키는 것을 감수하는 그 어떤 일도 하지 못 할듯하다.

자신의 목숨과 가족의 삶을 희생시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고 대의를 위해 산 사람을 우리는 ’위인’이라고 부른다.

이 두분은 대한민국의 위인들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