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고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산고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허나 얼마 전 산고의 고통도 느껴보고 책 출간도 한 어느 여성분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이 두 가지 중에 어느 고통이 더 큰가요?’
생각도 안 하고 답을 바로 하신다. ‘책 내는 고통.’
안정효 작가의 ‘글쓰기 만보’는 출간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진다. 단어 단위에서부터 전체 줄거리흐름 단위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번뜩이는 영감으로 줄줄 글을 써 내려간다손 치더라도 무수히 많은 퇴고를 거치지 않으면 글이 어떻게 되는지 처절하게 얘기한다. 비근한 예로,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의 글과, 후의 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라.
단어 단위에서는 ‘것’, ‘같아요’, ‘너무’ 등의 표현을 없애라고 한다. 사족을 피하라는 얘기다. 예전에도 들은 얘기라서 ‘나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잠깐 나의 이전의 글을 보아 확인하니 얼굴을 들을 수가 없다. 안정효 작가에게 개인교습을 받고 싶어진다. 시간당 많이 받으려 하실까? ^^
사실, 이 리뷰를 더 이상 쓰기 힘들다. 책을 제대로 보고 쓴 문장들이냐고 안정효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이명이 들려서이다. 그래도 계속 써 보겠다.
사실, 난 소설을 쓸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책 내용의 상당부분은 별로 가슴에 와 닿지는 않았다. 허나 저자가 ‘하얀전쟁’과 ‘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제목 짓기와 한 장면 한 장면의 내용과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는지를 알게 되니 소설가들에 대한 경외감이 생긴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중복되는 표현 등도 작가의 개인적인 개성이 아닌가라고. 이 책을 읽고 난 뒤 깨달은 사실인데, 남들이 다 ‘같아요’나 ‘했을 것이다’나 ‘너무’ 등의 표현을 지나치게 많이 쓰니 결국 간결하게 쓰는 것이 남들과 다르면서도 개성 있는 문장이다라는 점이다.
‘부자아빠 가난한아빠’의 저자 키요스키는 ‘돈을 위해 일하는, 돈 벌기에는 너무 바쁜 사람들’이 되질 않고 돈이 스스로 돈을 벌어주게끔 만드는 사람들’이 되려면 책을 쓰거나 부동산을 사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작가인 안정효 선생님께서는 분명 인세가 솔챦이 들어 옴에도 불구하고, 산책이나 명상의 시간을 가짐이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글을 많이 쓰는 생활 보다 더 소중하다고 얘기한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서도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은 정녕 없단 말인가?
인상적인 글귀는 마지막인 ‘글쓰기를 위한 에필로그’에 나온다.
‘모든 직업에서 사람들은 한 가지 기술을 연마하느라고 평생을 보내는데, 왜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번뜩거리는 영감만 믿고 운동선수들처럼 고된 노력은 하지 않으려고 할까? 뒷짐 진 양반 행세를 하고 싶어서일까?’
‘한 권의 작품을 써서 10년 동안 팔 능력을 갖춘 작가라면 1년에 한 권씩 열 권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좋은 작품이란 젊은 감성과 완숙한 지혜가 만나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문학에서는 신동이 나타나지 않으며, 세계적인 걸작을 유작으로 남기는 작가 또한 나타날 줄을 모른다.’
마지막 문장은 개인적으로 아직 동의할 수 없다. 예전에는 바둑이 인생과 같이 깊은 내공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신동이 안 나왔었다고 여겼다. 지금은 물론 다르지만 말이다. 글쓰기 분야에서도 그리 되지 않을까? 물론 근거는 없다.
횡성수설 주제가 없는 글이 되었다. 참으로 리뷰쓰기 껄끄러운 책이다. 무서운 교정의 칼날이 바로 날아 올 것 같기 때문이고, 그만큼 내가 이 책을 통해 아직 배울 것이 두고두고 많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