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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분이 아직도 살아계셔서 집필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 ...
우리나라 명화들에 대해 하나하나의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새로운 저서가 언제 또 나오나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삶의 기쁨을 하나 더 가지게 될 수 있을텐데.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정선의 ’금강전도’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민영익의 ’노근묵란도’
이채 초상
그리고...
너무 아쉽다.
어떤 그림은 그저 그림이고, 어떤 그림은 사람들이 많이 아는 그림이며, 어떤 그림은 국보이다.
고흐의 해바라기와 자화상은 상상도 못할 고가이고, 그의 그 밖의 작품은 고가이고, 광부나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그린 그의 초기 작품들에 대해선 사람들이 잘 모른다.
무엇이 이러한 것들의 값어치를 다르게 하는가?
예전에 사주학의 한 종류인 ’자미두수’ 강의를 이두 김선호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을 때의 일이다. 어떤 이의 몇년도 운세에 굉장히 좋은 의미의 별이 몇 개 있었다, 그러면 굉장히 좋은 일이 발생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허나 왜 안 좋은 일만 일어났는가? 아무리 좋은 별이라도 그 궁합이 안 맞으면 충돌이 일어나는 법이고 아무리 나쁜 것이 모여있어도 균형과 조화가 절묘하게 이루어지다면 결코 나쁘지 않다. 이런 것을 통찰이라고 한다. 이두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있노라면 그 통찰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다. 벽에 머리를 찧는 수 많은 시간을 보낸 뒤에 갖게 되는 통찰. 그 통찰을 몇 푼어치 돈을 주고 거의 거저 얻게됨에 죄송스러움과 존경심을 느꼈다.
정선의 ’금강전도’를 보자. 어찌보면 그냥 금강산을 그린 그림이다. 허나 그 안에 있는 주역의 심오한 원리와 아랫 쪽에서부터 시작되는 수극화, 화극금, 금극목, 목극토, 토극수, 즉 상극의 원리, 후천세계의 원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이 그림은 그저 그런 그림이 아니다. 이것만이 아니다. 그러나 자세히 여기서 얘기해 봤자 소용없다.책을 사 보시라. 이 그림은 심오함 그 자체이다. 그러니 이것은 국보가 될 수 있었다. 저자는 치밀한 조사와 상념을 통해 이를 밝힌다. 원래 저자는 주역에 일가견이 있던 것일까? 아님 이 그림을 보다가 주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정약용의 ’매화쌍조도’를 보고 문인화란 이런 것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산이 그린 그 그림을 보고 난 처음에는, ’옛 선비들은 그림도 잘 그렸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그림 그 자체를 놓고 보자면 입체감도 없고 별것 없는 그림인것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저자의 설명을 보고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아, 그래서 그림 자체로는 별 것이 없는 것이로구나.’ 난 아직 깊은 통찰을 가지지 못했고, 이는 나로 하여금 오주석 선생님의 세상에의 부재가 더욱 안타깝다 느끼게끔 만든다. 그 분의 다른 저서를 샅샅히 찾아 주문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사부를 찾아 헤메는, 아직 뭐가 뭔지 모르는 나의 이런 마음을 아실런지.
민영익의 노근묵란도. 뿌리가 다 드러나 보이는 난초 그림이다. 잘 그렸다는 나의 생각을 미리 읽기나 한 듯, 저자는 바로 독자들에게 어퍼컷을 날린다. 민영익이 진짜 잘그린 난초 그림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후자를 보고 전자인 노근묵란도를 다시보니 갑갑해 보일 정도이다. 헉. 나라 잃은 설움을 그런 화법으로 표현 했음을 알아 보지 못했구나. 그저 뿌리 뽑힌 난초 만으로 이를 표현 한 줄 알았다.
깊이 있는 성찰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애국이란 무엇인가?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라고 하는 옛날 CF의 문구의 참의미를 안다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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