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왕은 죽고 둘째아들이 왕이 된다. 허나 그 또한 전쟁에서의 승리에 도취되어 정사를 돌보지 않는다. '와신상담'하면서 미녀들을 조공해대며 호시탐탐 수십년을 기다리는 자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면서. 손무는 떠나고 오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전쟁사건 역사건 이리 계속 반복되는 것인가.

손무에 대한 평을 하자면, 요즘으로 치면 프리랜서이다. 평소에는 저술 활동에 전념하면서 필요한 때 consultant자격으로 군대를 이끈다. 내가 꿈꾸는 인생이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는 직업. 서태지도 한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니, 쉴 때 쉬고 음반 낼때는 또 열심히 활동할 수 있지않은가. 그래서 가수로써의 수명이 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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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연설하는 것을 스쳐 지나갔을 때에는 그를 그저 공상가로 치부하였건만, 많은 전쟁을 치루고난 뒤, 그리고 공자의 담판으로 전쟁을 하지도 않고 승리한 이야기를 들은 뒤, 손무는 공자를 흠모한다.

공자 또한 ’손자병법’이란 책을 읽은 뒤, 이 책은 단순히 전쟁하는 법을 기술한 책이 아니라 처세에 관한 책이며, 이 책이 전쟁에 관한 책이라면 이는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승리를 성취하는 법에 관한 책이란 것을 알게 된다. 이는 공자의 사상과 일치한다. 다만 그 방법론에 있어 약간 다를 뿐. 공자도 그를 만나게 되길 원하지만, 공자는 먼저 사망한다.

이 둘의 이러한 에피소드가 실제 있었던 일인지 아님 그저 소설에 불과한지는 난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둘의 정신적 교감. 옛말에 ’세로소지음’이란 것이 있다.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알아주는 친구가 없으면 외롭다는 것인데, 이 둘은 서로 스쳐 지나간적만 있지만 나중에 정신적 교감을 이루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학문적 교감을 이룬 선비들이 있었다.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이해하는 친구가 있다는 행복은 아침에 일어나는 힘을 준다. 하루를 재미있게 살게 하는 원천이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내가 정신적 동지였다. 얼마나 살맛나는 일인가.

요즘은 이해관계에 얽혀서 human network을 형성한다. 현재의 친구가 언제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위와 돈이 있는 친구는 인기가 있다. 그 주변에 기생충이 꼬이게 마련이다. 그 지위와 돈이 정당한 과정으로 피와 땀으로 이룬 것이라면 이러한 기생충이 별 위력을 발휘 못한다. 허나 이것이 졸부가 되듯 이룬 것이라면 그 사람은 그러한 기생충들에게 피를 뽑힐 확률이 높다.

인간관계는 이 시대의 화두이다.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상류층과 어룰리고 그들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들의 사회에 들어 갈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이를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예전에는 이를 비도덕적이라 치부하였건만, 이제는 이 또한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의 주변에는 누가 있나 돌아보게 된다.

역시 손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오왕이 전쟁을 빨리 일으키자고 다그쳤을 때, 손무는 1년에 걸쳐 주변국들에 대한 정지작업을 한다. 첩자를 십분 활용하여 무기를 가지고 하는 본격적인 전쟁을 하기전 피 안 흘리는 전쟁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첩자들에 대해서는 후한 상을 내린다. 수만명, 수십만명이 죽어야 하는 희생대신 일을 치루어낸 영웅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상당히 있다. 적군에 스파이로 가기 위해 처자식을 죽이고 자신의 완팔도 짤라버린 일화등이 그것이다. 하기야 당시 시대상이 충의만이 최대의 가치기준이던 시절이니 말이다. 요즘은 5공시절까지는 ’멸사봉공’ 정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멸사봉공’의 가치관은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그 ’멸사봉공’에서 ’공’의 의미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박정희 정권’을 의미한 것이 다르지만 말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조선’이라는 나라 보다는 왕에 대한 충성이 나라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을 가진 충신들이 많던 우리 옛날의 모습과 비슷하다.

오자서와 오왕......

그렇게도 현명하던 오자서도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일에 전쟁을 일으키게 되니, 손무의 도움으로 전쟁을 승리하게는 되나, 그 뒷처리에 있어 문제가 많다. 죽은 왕의 무덤을 찾아가 난도질을 해대니, 그 나라 백성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

무능한 왕, 오왕, 역시 손무의 도움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는하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일까, 바로 패잔국의 궁녀들과 여색에 빠져 버린다. 미안한 마음에서인지 왕의 허락하에 장군들도 마찬가지가 되고 만다. 이는 하루가 멀다하고 유명 연예인들을 궁정동에 초대하여 술판을 벌인 정권말 박정희 모습 아닌가!  또한 당시 유명 연예인들은 중앙정보부 직원들을 하나씩 기둥서방으로 끼고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야 아무도 터치를 안하니깐 말이다. 오나라 장군들도 시대의 권력에 빌붙어서 사는 여인들을 끼고 살았던 것 아닌가! 왕이건 그 신하들이건 윗물이 기둥을 잘 잡아줘야 아랫물도 건실해지는 원리는 만고의 진리이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는 또 다른 진리는 이제 끝나 줬으면 한다.

요즘은 여색에 빠진 왕 얘기는 사라진듯 하다. 여색에 빠진 대통령도 박정희가 마지막이 아닐까한다. 간혹 장관들이 여색에 빠져 린다김이나 신정아와 같은 희대의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니 아직은 유효한 얘기인듯 보이지만. 하지만 이제는 그 보다는 이권이 걸린 문제로 비리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국정의 책임자는 그 전체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사심을 버릴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하다. 현 정권의 수장은 이미 기득권의 서포트를 많이 받기에 사심을 버리기 힘든 것은 아닐까? 물론 기득권과 거리가 있는 대통령은 기득권으로부터의 맹비난에 피곤한 국정 운영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제 스토리는 손무의 선택으로 넘어간다. 오자서는 손무의 절친한 친구이니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게 하겠지만, 오왕은 정신을 차리게 할지 아니면 가망이 없다보고 떠날지가 궁금하다.

최고의 병법을 찾기위해 세상을 돌아 다니는 손무는 통찰력과 직관을 찾기 위해 이 바쁜 생활 중에서 독서를 하는 나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