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국이 오를 치기 위하여 그 많은 치욕을 감수한다. 그것도 무려 17년간이나. 전쟁에서 패한 뒤, 월의 왕은 자존심을 버리고 오왕의 속국이 되어 목숨을 부지한다. 값진 조공을 바쳤는데, 오의 왕은 조공품목에 미녀가 없다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 이에 월은 절세미인을 보내어 오왕을 색에 탐닉하게 만들고, 기녀들과 놀 정자를 짓는데 목재가 필요하다고 하니 월은 최상품의 목재를 조공한다. 결국 강대국이었던 오나라는 군사의 수에 있어서는 앞서지만 정신상태는 썩어들어간다. 그런 식으로 조공을 바치는데에 무려 17년간을 참아낸다. 대신들도 매수하여 조정의 정치도 월나라에 우호적으로 만든다. 결정적 순간, 오나라가 제나라를 치도록 계략을 꾸미고 오나라의 군사들이 전쟁을 위해 자리를 비워둔 틈을 타서 월은 오를 점령한다.
손자병법에는 ‘전쟁’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린다. 전쟁이란 이미 이겨 놓은 상태에서 적에게 이를 확인 시켜주는 작업일 뿐이다라고. 그래야 피해가 최소화 된다라고. 무주공산인 경우, 되도록 빨리 가서 점령하면 그만이다. 허나 이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산이 진정 대단한 곳인 것을 알아보는 것을 ‘직관’ 이라고 한다. 블루오션을 알아보는 눈을 말한다. 하지만 기존의 비즈니스에 신규로 들어가는 업체는 손자병법의 내용처럼 치밀한 사전 준비와 정지작업을 통해 준비하고 참을성 있게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를 ‘통찰’ 이라고 한다.
박정어학원은 시험영어 전문학원이라는 블루오션을 발견하고 1997년 토플학원으로 무주공산에 입성한다. 대단한 ‘직관’이다.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다가 해커스학원이란 곳이 생겨난다. 이 학원의 시장 입성은 흥미롭다. 결코 싸지 않은 관리비를 들여가며 인터넷 싸이트를 먼저 키운다. 이 후 책을 내고 근 2년 만에 해커스학원을 개원한다. ‘해커스는 왜 학원을 안 할까?’ 라고 주변 사람들이 생각한지 2년 만의 일이다. 그 동안 무얼 했던 걸까? 당연히 월나라의 와신상담이다. 기다리고 기다린만큼 ‘박정어학원 타파’라는 캐치프래이즈는 대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준비해온 만큼 이후의 승승장구는 이미 이긴 전쟁을 확인 시키는 작업이었을 뿐이다.
이후 해커스토익 책이 토마토 토익책을 누르고 베스트셀러가 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시대에 맞는 마케팅의 결과이다. 그런데 당시 이상했던 점은 그 토익 책이 그렇게 베스트가 되었는데 왜 해커스는 토플학원만을 고집하는지였다. 그리 생각이든지 2년만에 헤커스는 토익학원을 개원하여 큰 성공을 거둔다. 역시 토익학원 개설 전 전쟁은 이미 2년간에 걸친 준비 기간 동안 끝이 난 것이고, 개설 후에는 이를 확인하는 즐거운 작업만 남았던 것이다.
1년 전에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왜 해커스는 강북에는 학원 개설을 안 할까? 분명 토플이건 토익이건 강북 시장도 상당한데?’ 이런 생각을 내가 1년 전에 했으니 분명 1년 뒤에 강북에 해커스학원이 생길 것이다.
직관이 있으면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 하게 되고, 통찰이 있으면 수 년간의 치밀한 준비를 통해 전쟁에서 거대세력을 누를 수도 있다. 직관과 통찰의 쓰임새의 차이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박정과 해커스의 경영자 성향의 차이이기도 하다.
이제 그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직관’의 박정과 ‘통찰’의 해커스의 한 판 승부가 기대된다. 난 박정의 강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