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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얘기이다. 곧 시험기간이 닥쳐오는데도 불구하고 상영의 끝물로 들어선 ’인디아나존스’를 보러 서울극장에 갔다. 어머니께 사실대로 말하고 간 것인데, 어머니는 짐짓 포기한듯 그러라고 허락하셨다. 초반부터 압도하는 마치 오락게임에서 이리저리 미로를 통과하듯 잘 만들어 놓은 아슬아슬한 장면장면마다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두꺼운 교과서의 모퉁이 빈 공간을 이용하여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돌아가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명 장면들을 복원하여 내가 만들어 보기도 했다. 내가 마치 감독이 된 듯.
피카디리 극장에서 ’용형호제’를 보고 한 동안 들떠 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처음 본 성룡영화였다. 나도 그처럼 영화배우가 되면, 즐기면서 촬영을 하며 돈을 벌고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들떴었다. 특히나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NG장면은 충격이었다. 굉장히 재미있게 일을 하는 그를 보며 나도 꿈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이전 세대들은 이소룡을 보고 ’아비용~’을 입에 달고 살았겠지만, 나의 세대는 성룡세대다.
1988년 12월, 학력고사가 끝나자마자 단성사로 달려갔다.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다이하드’를 늦게나마 보기 위해서였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난 치밀한 시나리오에 감동했다. 나도 저런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러범 다수에 맞서는 존 맥클래인은, 만약 허허벌판에서 그들과 상대했더라면 분명 승산이 없었겠지만, 빌딩이라는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여 많은 사람들을 구해낸다. 나도 꼭 그런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감독이 되어보기도하고, 배우가 되어보기도하고, 심지어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어보기도 한 나의 10대 시절이다.
스필버그와 루카스는 다시 만나 최근 추억되새김용 영화인 ’인디아나존스4’를 만들었다. 성룡은 그만의 독특한 액션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평을 의식하며 최근 노익장을 발휘, 계속 영화를 만들고 있다. ’다이하드’는 이제 빌딩에서 공항, 공항에서 도시, 도시에서 사이버공간이라는 제한을 둔 시나리오에 의해 4편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제 1편에서 주었던 그런 감동을 주는 영화는 찾아 보기 힘들다. 왜 요즘은 좋은 영화가 안 나오나하며 아쉬워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바로 잠시 뒤, 그러한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요즘 좋은 영화가 안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이가 든 것이다. 내가 나이가 든 것이라고! 이젠 순간 열광하고, 순간 흥분하고, 순간 휩쓸리던 나이는 다 지났다. 내 나이 40이다.
쉬렉3편을 최근 딸내미와 극장에서 봤다. 정말 재미없었다. 극장 안은 텅 비었고, 스산하기까지 했다. 다 보고 난 뒤, 딸내미가 말했다.
’아빠, 아빠, 이 영화 너무 재밌다. 근데 왜 이런 재미있는 영화를 사람들이 안 볼까? 이 영화 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건가부다. 이상해 아빠. 정말 재밌는 영환대."
딸내미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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