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라마찬드란은 아인시타인이 능숙해 했던 ’사고실험 (thought experiment)’을 잘하는 학자이다. 뇌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하고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사고실험’을 통하여 인간 뇌의 메카니즘을 연구한다.

내가 이 책을 젊었을 때 봤었더라면, 어려운 수학 공식도 필요 없고, 그저 사고실험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이 분야를 내 전공으로 삼고 싶어했을 것이다.

일반 컴퓨터를 보면 마우스나 키보드는 입력장치이고 CPU에서 연산을 처리하여 그 결과를 모니터나 프린터로 보여준다. 눈 등의 인간의 감각기관이 바로 마우스나 키보드와 그 역할이 유사하고, CPU는 인간의 뇌라고 할 수 있다. 허나, 왜 인간은 CPU같은 정교한 계산을 순식간에 척척해내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서도 인간의 뇌와 유사한 것을 만드는데에는 아직 서툰 것일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인공지능이 현실로 다가 오게 될 것이다.

역으로 얘기하여, 컴퓨터의 CPU는 정교한 계산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뇌는 단순히 그러한 계산 능력 외에도 언듯 쓸데 없어보이는 그 주인을 속이는 기능이 있다.

환상사지
인간의 뇌는 왜 절단된 사지를 있다고 인식하게되는가? 도대체 왜 뇌에 이런 기능이 필요한가? 분명 필요하니 있을텐데 말이다. 저자는 이의 메카니즘을 다양한 사고실험으로 밝혀내고 이러한 환상사지로 야기되어지는 ’환상통증’의 치료에 상당한 성과를 이루게 된다. 내가 궁금한 것은 ’왜 이런 기능이 뇌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무엇때문에 뇌는 이런 환상을 만들어 내는가? 분명 필요하니 그럴텐데 말이다.

맹점을 채워 넣는 두뇌
필요에 의해서 주인을 속이는 뇌의 두번째 이야기이다. 같은 모양이 연속된 무늬를 보면, 눈의 맹점에 해당하는 부분에서조차 그 무늬가 연속된 것으로 뇌는 작동한다. 왜 그럴까? 도대체 왜 이런 기능이 필요한가?.

편측무시환자
오른쪽 뇌의 어느 부분이 손상이 되면 자신의 시야 왼쪽은 아예 무시를 해버린다. 오른쪽은 깔끔, 왼쪽은 헝클어진머리, 헝클어진 옷 매무새를 가진 이 질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 생각만해도 이상하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왼쪽 뇌가 손상이 되도 오른쪽을 무시하는 질병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저자는 ’오른쪽 뇌와 왼쪽 뇌의 역할의 차이’로 설명한다.

그 밖에도 ’질병인식불능증’, ’웃음을 만들어 내는 두 가지 다른 경로’ 등의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뇌의 각각의 부분이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내가 인지를 하고, 생각을 하고, 이에 따른 행동을 할 때, 나의 두뇌에는 현대 과학으로는 자세히 설명되지 못하는 복잡한 메카니즘이 작동됨을 알게 되니, 경외롭다. 또한 뇌에 대한 연구가 계속 되면 그것이 ’인지/사고/행동’으로 이어지는 가장 효과적인 메카니즘이 하나하나 밝혀지게 되지 않을까한다.

이 책 덕분에 ’춤추는 뇌 (김종성 저)’도 사게 되었다.

갓 대학을 졸업하는 이들에게는 ’프리렌서’란 직업이 대단한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돈을 조금 덜 벌어도 자신이 쉬고 싶으면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선망한다. 일년에 5000만원으로 월급쟁이를 하느니 4,500만원만 벌고 프리렌서를 택하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못한법. 일단 대졸초임을 생각한다면, 연봉 2500을 벌거나 아니면 프리랜서로 연봉 1000을 버는 직업을 생각해야한다. 너무 잔인한 말인가? 말이 좋아 프리랜서이지 번역이나 기타 일을 하다보면 이게 원 프리랜서인지 알바인지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경험없는 사회초년생이여 프리랜서의 환상에서 벗어나라. 어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뒤, 그런 일을 꿈꾸어라.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그럼 월급쟁이가 싫다면, 무엇을 해야하나?

이제 나도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세월에 진력이 나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용하여 직업선택을 하였건만, 그것이 이제 지겨우려고 한다. 뭔가 저질러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단순히 직장을 옮기는 것만으로는 역시나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것은 똑같다. 그렇다고 프리랜서의 길을 가려니 위대한 글쟁이가 아니고서야 로또 당첨을 기대하는 것이 더 빠를 성 싶다. 사회초년생이 아닌 나 조차도 프리랜서가 되는 것은 두렵다.

나도 이제 자기 일을, 자기 사업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적어도 2년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여 절대 서두르지 마라. 소설 손자병법을 읽어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전쟁은 이미 이겨 놓은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이를 확인시키는 작업이 되어야지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블루오션을 들어가는 사업이라면 타이밍이 중요하지만, 기존의 업계에 발을 들여 놓는 사업이라면 절대 서둘러서는 안된다. 시장조사를 하고 천천히 내공을 키워 전략을 세우자. 무엇이든 철저히 준비하는 자에게 전쟁에서의 승리는 보장된다.

그래 지금부터라도 시장조사에 나서자. 만약 그 일이 경험을 필요로 한다면? 2-3년 관련 직장에서 경험을 쌓아라. 그리고 자신의 회사인것 처럼 일하고 배워라.

창업에 생기는 자금 문제? 불경기? 글쎄, 언제 우리나라가 불경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더냐. 자기 사업을 시작하자! 단 철저히 수년에 걸쳐 준비하라. 

내가 자란 곳도 골목길이 꽤 있던 곳이다. 불광동 은혜국민학교 윗쪽으로 끝이 점으로 수렴하는 굉장히 길고 높은 언덕 꼭대기에 산 적이 있다. 겨울이면 차가 미끄러지니 연탄재를 곳곳에 뿌려 놓고는 한 곳. 지금은 소녀시대의 시대이지만, 당시 ’토끼소녀’로 알려진 여성뚜엣 가수가 근처에 살았던 곳. 그러고 보니, 그곳은 연신내 상권이었고, 연신내는 고 최진실, 한가인 등을 배출한 연예인이 많이 난 곳이다.

그곳이 나의 고향이다. 지금은 재개발 되었을려나? 이 책을 읽으며 향수를 느껴 본다.

한남동 골목길에서 어느 각도로 바라본 시각이 있는 사진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기와집도 있고 70년대 집도 있으면서 멀리 현대식 빌딩도 보이는 한 장소에서 50-70년 간의 세월이 한 눈에 읽히는 사진.

작가는 건축가이다. 그래서 골목길의 동선과 각 건물들이 어루러지며 내는 절묘한 건축학적 요소를 여실히 드러낸다. 일반인이 갖고 있지 못한 전문가적인 안목이다. 머릿말에서 밝히기를 골목길이 주는 감성에의 호소에 너무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조형미 쪽으로 내용이 흘러가지만, 그래도 골목길이 주는 아련함과 사라져가는 아쉬움에 대한 단상도 들어가 있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단상’이지만, 막상 그곳에 지금 살고 있는 이에게는 ’현실’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간혹 그 분들의 ’현실’의 힘듦에도 눈을 돌리는 자세를 취한다. 미미하기는 하지만.

저자는 각 골목길마다 지도를 만들어 놓았다. 사라져가는 곳의 기록을 남기기 위함인가. 대단히 부지런하게 발로 뛰며 만든 책이다.

불혹의 나이에 움직임이 둔해진 나의 몸. 빨빨거리며 뛰어다니는 딸내미를 보며 ’고놈참 체력 좋네’라는 말이 나오는 나이이다. 그런 말을 할 때는 옆의 와이프는 ’수민이 처럼 뛰어 다니면 다이어트 되겠다.라고 거든다. 그렇다, ’골목길’이라하면 이젠 나에게 있어 언덕 올라가는데의 힘겨움이다. 책으로나마 그런 수고를 덜면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갖게 만들어주니 좋다. 그나저나 운동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