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일꺼리를 가지고 스타벅스에 갔다. 사무실에서는 왜이리 졸음이 쏟아지는지. 스타벅스에서는 네이버와의 협찬으로 ’지식인의 서재’라는 행사를 연중한다. 여러 서적들이 꽂혀있어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가끔 가는데 책들이 주기적으로 바뀌니 더욱 자꾸 가게된다. 스타벅스는 미국 내에서의 커피값보다 한국에서의 가격이 더 높다고 욕을 먹고있는 곳이다. 커피 가격에 난 이의 없다. 계속 책들을 볼수 있게 해준다면.

거기서 집어들은 책이다. 이미 원서로 사 놓았는데, 스타벅스에서 번역서로 보게 되다니. 결국 책을 읽는 것도, 그 사람이 원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인지가 주요 요소가 아니라, 분위기 따라 가는 것인가? 이것이 이 책에서 얘기한 ’상황의 힘’ 이렸다.

어느 순간 폭발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상품의 판매이건 유행의 시작이건. 이를 티핑포인트라 이름 짓고 이에 관해 분석, 고찰을 한 책이다. 크게 3가지의 주요 아이디어가 있는데, 

1. 소수의 법칙
2. 고착성 요소
3. 상황의 힘

이다.

소수의 법칙에서는 결국 입소문을 내는 주역은 따로 있다는 주장이다. 메이븐, 타고난 인간관계의 달인. 나의 주변에도 이런 메이븐이 있는지 생각해 보니, 몇명 리스트에 든다. 나의 무엇인가를 여러 사람에게 알려 광고를 해야 할 때, 이들을 잘 이용하면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난 메이븐이 되지 못한다. 메이븐이 되지 못한다면 이들을 알아보고 잘 이용할 줄 아는 (물론 비도덕적이 아닌 선에서) 통찰이 있는 인간이 되고프다. 이 책은 그런 도움을 주었다.

’상황의 힘’ 쳅터에서도 무척 중요한 점을 찝어낸다. 결국 선한 사람이 선한 행동을 한다기 보다는, 선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사람이 선한 행동을 할 확률이 높다는 것. 분위기에 휩싸인다는 얘기가 바로 이것이다. 나도 길거리에서 동냥을 하는 사람들에게 동전을 주었던 때를 생각해 봤다. 난 잘 안 준다. 허나 주었던 상황을 겨우 끄집어내어 보니 기가막히게도 나의 기분이 평소와는 다른 때였다. 주변 상황이라기 보다는 나의 당시의 심리상태가 이를 좌지우지 했다는 것이고, 만약 특정 주변상황이 나의 심리상태를 바꾼다면 역시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소문이 중요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색다른 관점과 통찰을 주는 책이다.

지난 주, 딸내미와 와이프 그리고 조카애를 데리고 쌍계사 주변 황토방 움막 팬션에서 2박을 하고 왔다. 그 때 들고간 책이다. 쌍계사에 가니 절 건축에 관한 책 보자는 생각에 가져갔다. 허나 막상 쌍계사 입구에서 모듬파전 먹기만 하고 절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화계장터에 가서 풀빵과 달고나를 먹었으니 살찌는 여행이 되지 않았나한다. 아참 남해에 가서 ’공주식당’이라는 유명한 곳에서 갈치회와 갈치조림 먹었던 것을 빼먹을 뻔 했다. 갈치회 버무린 소스의 톡쏘는 시큼함과 달콤함의 조화가 아직 혀 속 깊이 맴돈다.

황토라는 건강 컨셉의 여행이 배부르게 나의 비계만 살찌운 여행이 되고 말았다.

2박째 밤에 북두칠성, 북극성, 카이오페이아가 선명하게 다가 왔다.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별을 봤는데 (고기와 쏘세지는 이미 1박때 구워 먹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였다.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면 둘이 다시 온다고까지 말하는 것을 보니 아이들에게 추억이 된 듯하다.

비슬산 유가사 인상깊은 귀절:
독자들은 가급적 이 글과 사진으로만 감상하시고 현장에는 가시지 않기를 바란다. 전국의 수많은 절들의 경우와 같이, 지나친 관심과 방문이 유가사의 매력적인 환경을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탐방을 하더라도 자연과 가람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다가가기 바란다.

표충사 인상 깊은 귀절: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혁혁한 공을 세운 서산대사 등 승병장들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사당이다. 부처나 보살이 아닌, 스님이라는 인격체에 대해 사당을 짖고 제사를 지내는 신앙행위는 명백히 유교적인 관습이다. 따라서 대둔사의 표충사 일곽은 불교 건축에 있어서 안될 유교 건축이다. 건물의 형식 또한 서원이나 향교의 사당과 유사하다. 긴 담장에는 유교적 상징문자들이 새겨져 있고, 가운데의 솟을문은 영락없는 유교사당의 정문이다.

청룡사 인사 깊은 귀절
옛 사람들은 직선을 곡직 (曲直)하다고 표현했다. 휘어진 듯 곧으며, 곧은 듯 휘어졌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한국 건축에서 사용한 직선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바른 수학적 직선이 아니라 곡직한 직선이었다. 이러한 반어적적 표현은 한국 건축 곳곳에 숨어 있다. 예컨대 열린 듯 닫혀 있다든가, 내부인 듯 외부라든가, 가득 찬 듯 비어 있다든가 하는 음과 양이 하나로 조화되는 음양론적 사고일 수도 있다. 또는 어떤 극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중용적인 미학을 존중한 결과일 수도 있다. 직선적이 아니라 곡선적이며, 정교하기보다는 투박하고 역동적인 미학이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이다. 그 위태위태한 아름다움을 청룡사 대웅전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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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건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조화’가 아닌가 하다. 그 속한 산세와의 조화, 당시 시대상과의 조화, 직선과 곡선의 조화.

이번 여행을 통해서 먹고 살찌는 기회만 가진 듯 보였지만 ’조화’라는 화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며 이를 생각했다. 또한 같이 여행을 가면서도 어른들은 먹고 마시는 것에 중점을 둔 반면, 아이들은 새로운 것의 경험을 즐긴다. 역시 이런 욕구를 조화롭게 소화해야 세대간에 평온이 오는 것이 아닌가하다. 시대/자연/음양적 조화를 이룬 절이나 세대간의 조화를 이룬 여행이나.

너무 무리한 빗대음인가?

이 책 서문의 제목은 ’진정한 천재란 시대의 상식에 맞서 싸웠던 이들이다’ 이다. 단순히 머리만 좋다고 천재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을 하는 이를 천재라고 정의 내린 듯 하다.

그런 천재가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적이 있다. 그런 이들은 피곤한 인생을 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삼자가 보기에 피곤한 것일 뿐, 막상 당사자는 그런 삶이 보람되고 진정한 가치를 추구할 줄 아는, 다시 말해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해 본다. 결정적으로 한국사에 있어, 그러한 이들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상상하기 힘들다.

어차피 한 평생 사는 것, 부귀영화를 누려본들 무슨 소용이리, 지조있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대쪽 같은 인생을 사는 것도 보람있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역사에 길이 남는다면. 그런 의미에서 천재가 아닌 나 자신이 아쉽기도하다. 하지만 그런 시대의 천재를 알아 볼 줄 아는 눈은 반드시 가지리라 다짐한다.

요즘의 복잡한 외교관계에서 우왕좌왕되는 정부 정책을 볼 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꿰뚫었기에 담판으로 승부를 했던 서희 장군의 이야기에 특히나 많은 생각을 갖게 된다.

신분을 뛰어넘은 장영실 이야기를 보며 과연 '하향평준화'가 되어버린 진보적인 교육 제도가 비난을 받어야하는지, '귀족교육활성화' 역할 밖에 못하는 보수적인 교육 제도가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정약용이 그 천재성에 혀를 내둘렀다는 이가환이 정조의 총애에도 불구하고 당쟁의 소용돌이에서 조용히 퇴장해야 하는 이야기를 보며, 능력보다는 코드가 맞아야 등용을 하는 현 행정부의 수장들을 임명하는 행태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