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기계발 서적을 잘 안 사본다. 장모님이 읽던 ’씨크릿’을 빌려서 읽은 적이 있고, 와이프가 예전에 사 놓은 ’마시멜로이야기’가 집에 있는 것 말고는 잘 안 사본다. 언제부터인가, 통찰력과 직관을 얻기 위해서는 자기계발서적이나 미래학자들이 쓴 책 보다는 인문학 서적을 더 봐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이런 류의 서적에 탐닉 중인 내 친구가 선물해서 읽어 보게된 책이다. 뒤 쪽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같아 보여서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앞 쪽은 꽤 인상에 남는다.

요즘 내가 많이 읽는 책들은 ’뇌과학’과 ’끈이론물리학’에 관한 서적들이다. 나름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 좋아하고 있던 차에, 이 책을 읽으니, 저자도 역시 ’뇌과학’과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내가 꺼내고 싶은 화두는 바로 여기이다. 이 책의 저자도 나와 비슷한 취향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이를 그가 평소 주장하는 ’인간의 무의식은 우주와 동조한다’는 그의 이론을 더욱 공고히 하기위한 방편으로 나름의 방식으로 이 두 분야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소화하고 있다. 놀랍다.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어도 이를 해석하고 응용하는 것에는 이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인간의 뇌의 상당부분은 ’의식’이 아닌 ’무의식’ 쪽을 관장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만물의 특징이 인간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현상으로 발현이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관찰자가 개입을 한다는 사실이, 그 순간 소립자들이 발견되는 위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즉 관찰자 개입 이전에는 어떤 입자가 A혹은 B에서 발견이 되는 확률이 반반인데, 개입을 하는 순간, 그 입자는 특정 위치에 존재하는 것으로 결정이 된다는 현상이다. 이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양자역학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이러한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하여, 인간의 무의식이 우주 만물을 움직인다라는 그의 생각에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다. 놀랍다. 나도 최근의 독서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를 나와 그는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전에 어느 부부가 같은 소설을 읽었는데, 서로 감동을 받은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그 소설에 대해 얘기 할 때, 마치 서로 다른 소설을 읽은 것처럼 대화가 안 된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위치에 따라 동일한 칼이 사시미칼도 되고 작두도 되고 연필깍기도 될 수 있다는 진리, 직접 이 책을 통해 확인하니 참으로 놀랍다.

난 그 동안 읽어 오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읽을 물리학과 뇌과학 서적들을 통해 그러한 지식이 어느 용도로 내 머릿속에 박혀있을 것인가? 당장 쓸 칼은 아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겠다. 다만 유비무환 자세로 다양한 칼을 구비해 놓고 있다 보면 분명 특정 용도로 쓰이게 될 것이다. 어떤 용도로 쓰이게 될건지 나중에 글로 남겨보겠다.

지금은 돌아가신 초능력자이신 안동민선생의 저서에 보면 초능력을 안 믿는 친구에게 본인의 초능력을 시범 보인적이 있다는 글이 있다. 잠시 어느 택시기사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언덕위 골목길 집앞으로 오게 만들고, 그 택시기사에게 어떻게 빈 차로 이 외딴 곳으로 오셨나고 물으니 '그러게요. 희안하게 뭐에 홀리듯 여기까지 왔네요.'라고 답하더라는 에피소드이다. 그런대로 불구하고 그 친구는 초능력이나 텔레파시 따위는 믿지 않고 다른 시범을 보여도 우연이라고 치부하더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나도 그런 초능력을 경험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랜디인지 하는 미국인이 나와서 초능력은 다 사기라는 이야기를 하고 이를 증명하면 100만불 준다는 프로그램을 본 후 지금까지 유리겔라니 뭐니 하는 사람들이 사기꾼이었다는 강한 확신을 하게 되었다.

내 친구는 육임을 할 줄 안다. 이 책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서적도 탐독하고 여러 강의도 듣고 하여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지금은 거의 접신 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살 정도로 점을 잘 친다. 그리고 그 친구를 통해 예전에 안동민 선생의 초능력과 같은 현상, 내가 그토록 목격하고 싶어했던 그런 광경을 목격한다.

그 친구는 약간의 술을 먹은 뒤에 운전을 하기 전엔 꼭 육임을 본다. 별일 없을 것 같다는 점괘가 나오면 그냥 차를 몰고간다. 일 이년을 그런식으로 하더니만, 언젠가 한번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하길래 내가 물었다.

'이번에 육임 안 보냐?'

'아 맞다. 잠깐만'

이라고 말 하더니만 육갑을 떤다.

'앗, 차를 놓고 가야겠다. 술 안 먹은 너 차에 탈께.'

이상했다.  음주단속 한다고 점괘가 나온 것은 처음 봤다. 그리곤 여지없이 음주단속에 걸렸다. 난 물론 술을 안 했으니 무사 통과 했다.

그 길은 나의 퇴근길인데, 이곳으로 직장을 옮인지 1년이 넘도록 그곳에서 음주단속 하는 것을 본 것이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도 무수히 많은 신통한 육임의 세계를 그 친구를 통해 경험했다. 

딱 한 권으로 끝낼 생각은 애시당초 하지를 말아야 한다. 그 친구 공부하는것 보면 장난 아니다.  중간에 방향을 잘못 잡을 수도 있다. 그리곤 그것에 대해 깊이 공부해 보지도 않았으면서--얼마나 예외가 많은데, 그걸 모르니--안 맞는다고 한다.

이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는 것으로 육임의 1/10도 끝낸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그 친구를 통해. 하지만 시간이 나면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