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의 책은 잘 읽힌다. 그의 재능이다. 특히나 하나의 미스테리한 에피소드를 던져 놓고 그 답은 후미에 이야기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쓰기이다.

김홍도를 비롯한 당시 우리 그림 전문가이셨던 지금은 작고하신 오주석 선생은 교과서에 실린 이채초상과 그의 손자 초상이 사실 동일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주변 사람들이 처음에는 다 안 받아들였는데, 나중에는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질병을 알아내는 의료전문가의 도움을 받어 이를 보기 좋게 증명한다. 그는 어째서 한 눈에 두 초상의 주인공이 동일 인물임을 알아내었을까? 학계에서는 다 이를 부인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에 대한 답을 준다.

얼굴의 표정이건 부부의 대화 내용이건 이를 부분적으로 나누어 분석을 제대로 하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부부가 15년 뒤에도 이혼 안 하고 잘 살수 있는지 십중팔구 답이 나온다고한다. 하지만 비전문가가 이러한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며 그들을 분석한다면? 절대 답이 안 나온다. 어느 한 분야에 몰입하여 전문가가 되면 우리 무의식의 영역은 이를 ’한 눈에 알아보는  능력’으로 보답을 해준다. 이를 어떤 이는 직관이라하고 저자는 ’직관’이라는 단어의 비이성적 판단이라는 뉘앙스 때문에 snap judgment 혹은 blink라고 이름을 붙였다.

우리의 의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정확치 않은 것인지 실랄하게 보여주는 것이 ’Pepsi Challenge’이다. 눈을 가리고 콜라 시음을 하면 대다수가 코카콜라가 아닌 펩시콜라를 고른다. 코카콜라는 이에 맞서 펩시와 같은 첫 맛을 내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지만, 그 새로운 제품은 곧 시장에서 사라진다. 코카콜라가 무슨 분석을 잘 못한 것일까?

이러한 snap judgment은 편견을 버리는 훈련을 하고 몰입하여 빠져 들면 키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뇌과학, 심리학 영역의 지식을 삶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길을 보여주는 작가. 말콤 글래드웰. 물론 떠 먹여 주지는 않는다. 다만 숟가락을 자신의 입에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방법을 좀 더 스스로 깨우치게끔 가이드한다.

우리의 의식은 믿을 것이 못된다. 이는 내가 예전에 읽은 ’미러링피플’이란 책에서도 나온 얘기인데, 그 책에서는 이를 ’선택맹 (choice blindness)’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도 여러 예를 들어가며 극단적으로 "우리에게는 어떤 사물에 대한 본인의 반응을 설명할 능력이 없다. (p.235)"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는 무의식에서 나오는  판단력을 키워야하는데, 조심해야 할 것은 첫 번째로, 무의식적 편견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인종에 관한 것이건 성에 관한 것이건간에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그러한 순간적인 판단을 보호하려면 그 취약성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데, 그것은 무의식이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신속한 인식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이들은 하루 아침에 되진 않는다. 그의 후속작인 ’아웃라이어’에 의하면 어느 경지에 이르기까진 일 만 시간이 걸린다고한다. 그냥 아무렇게나 일 만 시간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 경험’ 일 만 시간이다.

오주석 선생의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애정은 가히 최고였다. 한 그림을 몇 일에 혹은 몇 주에 걸려 느끼고 생각하고하여 순간 그림을 보아도 그것이 누가 그린 것인지, 진품인지 가짜인지 등의 능력이 키워진 것이다. 단순히 산술적인 시간을 많이 투자하여 공부한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가지고 몰입한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snap judgment이 키워진 것이다. 아마도 그 분이 본격적으로 우리 고서화에 관심을 둔지 일 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그런 ’직관’을 가지셨을게다.

후기: ’블링크’, ’아웃라이어’, ’미러링 피플’,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파인만의 QED강의’, ’해답’ 등. 최근에 읽은 책들이다. 묘하게도 이 책 저 책의 내용이 머릿 속 여기저기서 통합이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독후감에도 단지 ’블링크’라는 책에서 나온 내용만을 언급하게 되질 않았다. 독서광이 된지 이제 일 만 시간에 가까이 가는 과정인가보다. 독서를 많이 하면 어느 분야에서 뛰어난 ’블링크’ 능력을 발휘하게 될까?

이 리뷰 쓰려고 컴퓨터를 켜는데, 인터넷 접속이 안 되어 한 시간을 씨름했다. 덕분에 인터넷 서비스 회사에서 준 단말기와 전화선과 유뮤선 공유기의 연결 메카니즘을 알게 되었다. 허리 구부리고 한 시간을 고생한 끝에 리뷰를 쓰려니 일단 지친다. 억울해서 안 되겠다. 이 시간 낭비 에피소드를 도입부로 리뷰를 작성해야지.

내가 만약 컴퓨터와 인터넷 연결 등에 관해 이런식으로 좌충우돌하여 일만 시간을 보낸다면, 나도 컴퓨터에 관한 경험과 지식으로 밥 벌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내가 현재의 직종을 시작 한 것이 2000년도이니 근 10년이 되어간다. 난 과연 내 분야에 있어 전문가인가? 아주 큰 것을 이루지는 못 하였지만, 나름 만족한다. 앞으로도 내가 만시간 이상을 해 왔던 일과 연관된 것을 하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이 저서에서 어쩌면 전작인 ’블링크’에서 미처 얘기 못했던 것을 쏟아낸 듯 하다. ’블링크’ 즉 ’snap judgment’가 제대로 키워지려면 많은 시간 숙달이 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였는데, 그 숙달이 되는 시간과 그런 숙달을 가능케 해주는 사회적, 문화적, 가정적 환경이 한 인간을 ’아웃라이어’ 즉 뛰어난 사람으로 만든다는 주장을 펼친다.

처음에는 하키선수 얘기로 풀어가더니만 이내 사회/문화를 어우르는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성공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IQ와 같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가정, 사회, 문화, 그리고 운이라는 것이 이 책의 극단적 버전의 결론이다. 나는 7살 때 학교 들어갔다. 예전부터 그런 얘기는 있어 왔는데 나도 역시 나보다 발육이 앞선 이들과 부딪끼며 생활 했던 것이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저자의 첫 책인 ’티핑포인트’에서는 ’입소문’이라는 한정된 현상의 메카니즘을 분석하고 두 번째 책에서는 ’뇌과학’ ’심리학’을 이용하여 전혀 비이성적이지 않고 오히려 현상을 더욱 잘 꿰뚫는 ’직관적 사고’를 다루더니, 급기야 ’사회, 문화적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의 통찰의 깊이와 넓이가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어느 분야에서건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있어야 무엇을 이룰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짜르트도 그 절대 훈련 시간 전의 작품은 그의 천재성이 그러나지 않는 작품이었다는 누군가의 말을 빌어 이 주장을 더욱 공고히한다. 그리고 그러한 1만 시간의 집중을 가능케하는 환경에 주목한다. 또한 그리고 나서 주어지는 기회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다. 저자는 인간은 결국,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그 사람을 결정짓는 다는, 즉 개인의 자유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생이 흘러간다는 운명론자인가?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주어진 환경에서 개인이 이를 극복하는 법을 발견하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극복하는 법' 은 전작인 '블링크'에 자세히 설명해 놓은 것은 아닌가하다.

우리의 거울 뉴런들은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볼 때, 마치 우리 자신이 그 얼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발화한다. 그리고 이 발화를 수단으로 그 뉴런들은 변연계에 있는 감정의 뇌 중추들로 신호를 보내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느끼도록 한다. p. 130

공감을 하는 원인을 뇌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어찌보면 별것 아닌 ’사람들은 공감한다’라는 명제에 관해 각종 이론과 실험으로 쓰잘데기 없이 지껄인 내용일 수도 있겠으나, 공감을 하는 것은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선천적인 기능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언가 심오한 것을 얘기해준다.

자유 의지라는 관념은 우리 세계관의 기본이지만, 거울 뉴런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수록, 우리는 인간이 합리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주체가 아님을 더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우리 뇌 안의 거울 뉴런은 자동 모방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흔히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그 영향들은 '사회'를  통해 강력하게 우리의 자율성을 제한한다. 우리 인간들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그 사회성 때문에, 우리는 자율성이 제한된 사회적 주체가 된다. p. 219

인간의 정신은 육체에 묶여있다는 것은, 멀게는 프로이드의 저서, 가깝게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도 이미 시사한 바가 있었으나, 이 책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거울뉴런’ 에 의해 다시 한번 입증되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50년 뒤에는 인간의 큰 운명의 줄기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라는 책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되면 ’운명학’ 다시 말해 ’사주팔자’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지 않을까한다. 허허~~

누군가가 우리를 모방하고 있으면, 우리는 그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당신이 더 훌륭한 카멜레온일수록 다른 사람들의 느낌을 더 배려한다. 즉 공감을 더 잘 한다. p.125

그런데 문제는 담배를 끊은 사람이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될 확률도, 끊은 당사자가 다른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목격하는 동안 발화하는 거울 뉴런의 반응 정도를 보고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인간이 사회성을 띄어야 살아 갈 수 있기에 거울 뉴런이 존재하는 것인데, 이런 거울 뉴런의 존재가 "중독치료후 재발"이라고 하는 문제를 야기 시킨다는 것이다. 술이건 담배건 마약이건 중독 치료가 된 사람이 그 증상 재발이 쉬운 경우, 더 사회성이 있다는 것이 뇌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담배 끊은 놈과 상종하면 안 된다고 한 옛말이 틀린게 하나 없다. ^^

대학 교수에 관해 생각만 해도 당신은 똑똑해지는 반면, 훌리건에 관해 생각하면 바보가 된다. p. 210

모방폭력문제도 이 책에서는 거울 뉴런으로 접근한다. 폭력적 미디어에 노출되면 결국 그런 성향을 나타내게 되는 것을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근묵자흑"이라는 옛 말이 서양과학에 의해 증명되는 순간이다.

독후 최종 고찰:
우리는 정말 자유 의지가 없는 것일까? 사회적 상호관계도 어떤 우리 내부의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즉 거울 뉴런이 잘 발화되는지 아닌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일까? 전자는 "Tipping Point"라는 책에 나온 입소문을 널리퍼뜨릴 수 있을 정도의 인간관계를 가진  "메이븐"이 되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 사회성이 없는 자폐 증상으로 발현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후자에 약간 가까운 중간 어디 쯤에 있는 레벨일 듯 하다.

거울 뉴런에 대한 연구는 분명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연결 고리가 된다. '통섭'이란 책을 빨리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