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학당에서 기다리고 기다려 온 이두 선생님의 저서가 나왔다. 참지 못하고 대유학당에서 직접 주문하여 순식간에 탐독했으니 나도 아마츄어 자미두수 애호가인가보다.

1, 2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권 중 3장&4장을 보면 그 동안 기존의 여러 학설을 종합하고 치밀하게 검증하여 홍콩/대만의 어느 학파보다 뛰어난 적중률을 보이게된 이두식 자미두수의 내공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2장의 격국편은 잡다한 여러 격국을 설명하는 것보다 실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만 따로 모아 하나하나 어느정도 실예를 섞어 설명한 부분이 마음에 든다. 특히나 139페이지부터 나오는 자살격국에선 최근에 있었던 내 주변의 일과 오버랩되어 잠시 그 부분에서 담배 한 대 안 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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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와 같이 근무했던 여자 동료분 하나가 미국에서 한참 유학생활을 하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니 사회적으로도 내 주변의 상황도 왜이리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한동안 멍한 상태가 되었다. 작년에(무자년) 죽었다고 하는데, 죽기 직전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를 생각하니 안타깝다.

예전에 이 분의 자미두수 간명을 해 준적이 있어, 내 자미두수 프로그램에 저장되어있는 그 분의 명반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근데 좀 이상한 것이 노상매시격국에 천이궁에 화기가 있어 타향에서 객사할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복덕궁이 좋은 상황이라 자살할 명으로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었다. 한참을 명반을 들여다 보다가, 혹시나 하여 시간을 오시가 아닌 미시로 보니,



바로 이거였다. 명궁에서 영창타무가 되고 신궁이 복덕궁인데 절족마에 탐곡 작사전도, 그리고 그 댓궁에 화기가 비춘다.

기사대한은 바로 이 문제의 신궁이고 대한 천이궁에 문곡화기가 비춘다. 록기를 돌리면 해궁에 쌍화기가 들어오고 무자년에 바로 그 궁을 치게 되있다. 어쩌면 대한 천이궁의 상황이 안 좋으니 (그나마 대한 명궁엔 선천화권이 있어 저항력이 있다) 이 대한에선 유학을 가서는 안되는 시기였지 않나 싶다.

기억난다. 예전에 이 분 간명했을 때, 잘 못 맞춘 기억. 그리고 유학 가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해 주었던 기억.

오시가 아니라 미시리라. 아.... 

그분이 태어난 시간을 오시로 착각하지 않고 미시로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이 명반을 보고 난 유학을 간곡히 말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운명인가...자살한 전해인 정해년의 상황도 전혀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 분이 마음고생했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그때 일을 관두고 유학을 떠났는데... 

삼가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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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선 자살의 정확한 메카니즘을 찝어주고 있다. (p.141-150)
태어난 시간에 관한 치밀한 고찰이 있다. (p.255-275)
태어난 시가 부정확한 경우 치밀한 검증을 하는 법이 있다. (p.276-299)

특히 균시차 보정의 경우 어느 역학을 하더라도 궁금해할 그 어느 책에서도 나오지 않은 상세한 설명이 있으니 정말 잘 만든 책이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간송미술관의 학예실장이다. 고서화, 특히나 진경시대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분인데, 원래의 전공은 역사이니 다방면에 손길이 뻗쳐있는 분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진경시대1&2',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이라는 서적을 통해 저자의 내공에 감탄한터라 기꺼이 헌책방을 뒤져 명찰순례 1,2,3권 씨리즈를 다 구하였다.

예전에 국내 사찰 건축에 관한 책을 통해 이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는 있었으나, 각 사찰 마다에 있는 역사, 전설, 등의 이야기는 접해보질 못했다. 그러하다보니 몇 달전 난 쌍계사 입구까지 가서 파전만 먹고 그 안에  들어가 볼 생각조차 안했던 것이다. 알지 못하니 관심이 없고 관심이 없으니 알 기회가 없는 빈곤의 악순환이라고나할까.

1권에 있는 사찰 중에 가 본적이 있고 눈에 띄는 것 위주로 먼저 읽어 봤다. 1.낙산사: 원효와 의상의 관계. 원효가 당나라로 가려다 해골로 물을 먹고 깨달음을 얻은 뒤 가는 길을 멈춰서 국내서 머무르고, 이에 반해 의상은 유학길에 혼자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귀국하여 만든 사찰이다. 2.부석사: 사찰을 세우려하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려고 돌 덩어리 하나가 공중에 떠서 내려오니 이것이 '부석'이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국보 부석사무량수전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왜 무량수전이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대단한 예술 작품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라는 책을 살 때가 되었나보다. 3.봉은사: 추사 김정희가 말년을 보내고 생을 다한 곳.

조선의 억불숭유가 세조 때에는 어째서 완화가 되었는지, 김홍도가 어떻게 서양화법을 동원하여 불화를 그리게 되었는지, 등에 관한 '우리것'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 책이고, 여행을 하다가 사찰에 들리게 될 때는 반드시 읽고 가야 하는 책이다.

알지 못하니 관심이 없고, 관심이 없으니 알 기회가 없는 악순환을 끊어 볼 생각 없으신지.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기억 하고 싶은 것만 기억난다고 했던가. 이 책은 저자의 우리 옛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예전 그림들을 바라보아, 그 속의 음식을 찾고 이를 근거로 그 사회상을 엿보게 해준다.

책에서 일단 단원 김홍도의 병풍 그림 두 점이 눈에 들어온다. 몇 달전 용산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것 같은데, 그 병풍에 있는 여러 그림 중 ’마상청앵도’만 눈여겨 봤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 그림만 아는 그림이었으니 말이다. 같은 이름의 그림이 간송미술관에도 있다 들었다. 여백의 미라던가 깊은 맛이 간송미술관에  있는 것이 더 뛰어나기는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도 잘 감상하였다. 그런데 같은 병풍에 속해있던 다른 그림들이 이 책에서 설명이 되어있으니, 이젠 유심히 보지 못하였던 그 그림들을 다시 보러 용산에 또 가고 싶어진다.

미술에 관한  책은 이것이 매력이 아닐까? 책으로 감상하고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고 하던데 보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마상청앵도, 간송미술관 소장본>






혜원 신윤복의 무녀신무. 이 그림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예전 ’나무열전’이란 책에서 이 그림이 나왔을 때, 배경이 되는 나무에 관한 설명이 나왔었다. 다산을 상징하는 나무 중에 하나라고 하던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어쟀거나 그 책에 나온 이 그림을 보면서, 나름 해석을 내렸다. 화로에 불을 쬐고 있는 여인이 제일 연장자이고 그 옆에, 또 그 옆에 나이순으로 나란히 앉아있다. 연장자가 불을 더 가까이서 쬐야하니 말이다. 남자가 귀한 집안이고, 배경 또한 다산을 상징하는 나무가 있고 하니 떡두꺼비같은 옥동자를 낳아달라고 하는 굿판이다. 맨 아래 남정네의 다리 모양새를 보니 시간이 꽤 흐른듯 다리저림이 있을 때의 엉거주춤자세이다. 담 밖의 남자는 아들이 귀한 이 집안을 불쌍히 여기는 듯 굿판을 구경하고 있다.

허나 이 책,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를 보니 나의 추리는 완전히 잘못 되었다. 화로에 불을 쬐는 것이 아니라, 쌀을 놓고 천지신명께 손으로 비는 모습이다!  자세히 보니 진짜 그렇다. 그리고 당시 시대상이 미신을 타파하자는 분위기였다한다. 그리하여 담 밖의 남자는 굿판을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중이고, 이에 한 여인이 겸연쩍게 그 사내을 쳐다보고 있다.

깊이있게 시간을 들여 작품을 감상할 줄 모르는 초심자 고미술 애호가, 아니 관심가의 한계이다.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니 내가 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진짜 아는만큼 보인다. 그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그래서 더 폭넓게 보기위해 이 책 한권 읽어보심이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