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봄 어느 월요일 아침 9시. 신촌로타리에서 연대 방향으로 가는 좁은 길은 항상 그렇듯 막힌다. 아무리 막히는 곳에서도 결국은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듯이, 우리네 인생도 중간의 좌절은 있을지언정 결국 태어나기 전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인가? 어차피 돌아가게 되는 것, 한번 폼나게 에쿠스 몰고 뻥 뚫린 고속도로로 달려보고 싶다. 신나게. 그렇지 않은가?
이제 골목길 주행을 끝내고 고속도로로 진입하고자 하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처음 고속도로 진입하는 초보운전자의 마음으로 과연 이 길이 뻥 뚫린 고속도로 초입 맞는가? 하는 의문도 가진 채 암튼 자신이 판단한 고속도로라고 생각되는 그 길로 한번 가 보련다 하는 분들 말이다. 그래 한 2년만 더 골목길을 다니면서, 옆에 있는 고속도로 확인하고 또 확인하여 2년 뒤에는 꼭 그길 가보시기 바란다. 가다가 막힌 길이 나오면 다시 골목길 진입하여 기회를 보면 되지 않겠는가?
취미 삼아 남들의 사주풀이를 하다 보면 초년 운은 대단한데 중년, 말년 운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고,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인생이라는 마라톤 경기에서 초반에 잘 달려봤자 소용이 없지 않은가? 초반에 좀 뒤쳐지더라도 중반과 마무리를 잘하면 성공적인 레이스를 했다 평가 된다.
많은 이들이 조급한 마음에 남들보다 조금 뒤쳐진듯하면 안절부절 못하는 행태를 보인다. 그러지 말아라. 그런 분들에게 이해되기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예가 연예인들이다. 같은 개그맨, 탤런트 동기 중에서 초반에 잘 나가다가 바닥을 기는 이도 있고, 초반에 두각을 못 내다 가도 10년이 훨씬 지난 뒤에 빛을 보는 이도 있다. 내 기억으로는 이경규는 초반에 짜장라면 CF찍은 일 말고는 별다른 두각을 내지 못하던 개그맨이었다. 내 기억에 정형돈은 개그콘서트에서 재능은 있었지만 그다지 뛰어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히려 심현섭이 뛰어났지.
능력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인생이란 알다가도 모를 그 무엇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사주 좀 잘 본다 싶으면 줄을 서서 그 철학관에서 기다려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러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이가 들수록 운명을 믿게 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자포자기하지 말아라. 간명을 하다 보면 어느 해에는 그 사람이 죽을 수도 있을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조선시대 같았으면 그 해 십중팔구 사망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이 의학이 발달한 세상에서는 그저 한 차례 지나가는 홍역으로 끝나는 것으로 발현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 운명이라는 것을 잘 받아들여 자신의 실력을 쌓고 때를 기다리는 마음가짐으로 더 나은 시기를 향해 준비하는 기준으로 삼는 다면 그것이 슬기로운 자세이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대통령과 똑 같은 시간에 태어난 사람들 중에서 그 환경이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대통령이 되는 이도 나오는 것이고, 다만 카리스마있는 동네 이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조직폭력배와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사주의 메커니즘이 거의 비슷한 것을 아는가? 맨날 바람 피우고 연애질 하는 이와 예술가 들의 사주가 비슷한 것을 아는가?
어느 정도의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를 긍정적으로 슬기롭게 소화하는 이와 좌절하는 이의 차이는 분명 있다. 철학관을 운영하는 아는 분 중에 자신이 사주를 봐주었던 어느 손님 하나가 바로 상담을 마치자마자 그 건물에서 떨어져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지 말아라. 받아 들이되 분명 대처할 길이 있다. 마치 그 사람 아니면 죽을 것 같던 사랑의 열병 뒤에 헤어지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른 예쁜 사랑을 나눌 수 있듯이 말이다.
좌절하지 마라. 분명 길이 있다. 주어진 숙명 속에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