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곬인생을 살아온 분들의 이야기이다. 그 중 나의 눈을 끈 한 분이 있으니, 법조인이신 최태영 박사이시다. ’서양 법철학의 역사적 배경’이라고 하는 그 분의 저서는 77세에 완성하여 그 해 학술원 저작상을 받는다. 95세에 ’중국의 법가-상자의 법치주의’를 집필 하셨다.

’칠십대는 나의 한창때였다. 내가 늙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흔이 넘고서였다’  (p.33)

이는 나를 위한 메세지로 보였다. 난 64세 부터 운이 많이 트인다. 지금은 40이다.

이 분 역시 지독한 독서광이시다. 특히나 속독을 하신다고 한다. 생각을 좀 해 보았다. 왜 괜챦은 삶을 사는 분들 거의 대부분이 어렸을 때 부터 독서광인가? 보통 15세 이전까지는 책에 친숙해지는 기간이라면, 15세부터 25세 정도까지가 활발히 다량의 책을 읽는다. 이 때 독서광들은 앞으로 살아갈 굉장한 지혜를 얻게 된다. 26세부터 35세까지는 삶이 피곤하다보니 예전만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틈나는대로 독서를 한다. 그러한 20년간의 독서는 피가되고 살이되어 숙성기간 5년 정도 거치면 40즈음하여 인생의 꽃이 핀다.

난 작년 39살 때부터 독서에 빠졌다. 20년간의 독서가 피가되고 살이되려면 나이가 59가 되는데, 숙성기간을 5년 거치면 64! 나의 사주에서 얘기하는 64부터 내 인생의 운이 트이는 시기와 절묘히 일치한다. 64는 이미 환갑이 3년 지난 나이인데, 일반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주 허무하다. 허나 이 분이 아흔 즈음하여 늙었다는 생각이 들고 70이 전성기라고 하시는것을 보며 "이건 내 얘기구나"라고 생각이 번쩍 들었다.

여러분은 언제부터 독서를 열심히들 하셨습니까? 당장 밥이 나오고 떡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20년 뒤, 거기에 숙성기간 5년 더하여 25년 뒤에 달라져 있을 겁니다. 서두르지 마십시오. 절대 빠르게 답을 찾으려 책을 손에 들지 마십시오. 독서는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장기적인 인생의 지혜를 가져다 주는 한국의 장맛이 바로 독서입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아서 죽기 전까지의 인생설계에 있어 거시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독서입니다. 당장의 답을 구하고 싶거든 네이버 지식인 검색을 찾으십시오.

요즘 집에 있는 컴퓨터가 말썽이었다. 인터넷 화면 4-5번 이동하고 나면 'run time error'라고 뜨면서 인터넷 창이 꺼져 버린다. 네이버 검색을 해서 그대로 따라 해 봐도 잘 고쳐지질 않아서, 비장의 무기인 "하드포멧"을 하기로 결심했다.

옆에 있는 와이프가 얘기하길,

"오빠 그거 고치려면 얼마나 걸려?"

"하드포멧하고 윈도우 다시 깔고 이런 저런 프로그램 다시 깔려면 반나절 정도."

"오빠 요즘 바쁘다고 하더니 그거 할 시간 있겠어? 그냥 컴터 수리하는데 연락해서 돈주고 고치지. 3-4만원이면 될텐데."

그렇다. 내가 그 반나절을 쉬는 것이 3-4만원 이상의 값어치가 있었다. 괜히 그거 하다가 시간 잡아 먹느니 그래서 잘 쉬지도 못하고 다시 다음날 직장을 가느니, 시간당 따지면 내가 얼마를 버는 사람인데...(^^;) 맞다.

뒷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고쳤다. 하드포멧은 하지 않고 윈도우복구 버전으로 들어가서 30분 동안 다시 윈도우만 까니 인터넷이 정상으로 돌아 왔다.

1. 하드포멧하여 반나절 동안 내가 고치는 것
2. 컴퓨터 수리공 불러서 돈 들여 고치는 것
3. 내가 30분 동안 시간을 들여 윈도우복구만 다시 시켜 놓는 것

1 < 2 <3 순서로 경제적인 선택인 것이고 난 우연챦게 가장 경제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사실 3번은 최악의 선택일 수 있었다. 만약 원도우복구만으로 그 증상이 사라지지 않을 경우, 1번이나 2번 둘 중에 다시 하나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었던 바, 어찌보면 최대의 이익을 내려면 최대의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하게되는 다양한 선택의 상황에서 가장 경제적인 판단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접근하여 가르쳐주는 책이다. 평소 우유부단하거나 주변에서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 분들에게 권해 주고 싶다. 그런데 사실 그런 분들은 이 책을 읽고 "이거 뭐 다 아는 내용인데, 뭐 이런 책이 다 있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다 아는 내용이지만 항상 자신은 그 반대로 선택을 한다는 것조차 인식 못하는 분들, 분명 있을 것이다. 구제불능이라 했던가^^.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그 상황이 어디에선가 본 듯하여 곰곰히 생각해 보니,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최악의 선택으로 들은 예 중의 하나를 하게 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