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그림이다.

신윤복의 ’무녀신무’ (간송미술관)



담장 밖의 남자와 눈을 마주친 여인. 어떤 장면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무열전’이란 책에서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다산을 기원하는 굿을 하는 중이니, 저 남자는 아들이 귀한 이 집안을 불쌍히 여기고 이에 저 여인은 이에 겸연쩍어 하는구나’ 라고 생각 했다. 단순히 다산을 의미하는 나무가 주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후,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라는 책을 보고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이 남자는 굿이 금기시 되어있던 조선시대에 공공연히 하면서도 몰래 굿을 하는 것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 지면서 혀를 차듯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맨상투의 청년이 잔뜩 인상을 쓰고 굿을 지켜보자, 오른쪽의 부인이 겸연쩍게 쳐다보고 있다. 신윤복이 양반 부인의 굿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p.53)

그리고 이제 이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에서의 해석이다.

’어둠이 깃든 굿청 앞뜰 돌각담 너머에서 상투잡이 젊은이가 슬며시 뜰 안을 엿보고 있는 것은 실상 굿놀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장옷을 쓰고 새침하게 시어머니 등 뒤에 앉아 있는 새 며느리의 아리따운 얼굴에 있음이 분명하다. 이 여인도 담 너머 사나이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은 약간 고개를 담 너머 쪽으로 돌리고 있는 얼굴 맵시로 보아서 짐작이 된다.’ (p.229)

’굿놀이란 때로는 영검스럽고 엄숙하며 때로는 놀이 반 굿 반의 즐거운 연중행사일 때가 많았고, 특히 항상 집 안에 갇혀 살던 부녀자에게는 반가운 나들이의 기회가 되고 건달이나 오입쟁이들에게는 때로 장난판이나 탐색(貪色) 무대가 되기도 했다. 작가 혜원은 세상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멋과 미의 일면을 이런 곳까지 사실해서 언제나 소흘함이 없었던 사람이므로, ...’ (p.231)

그렇다, 듣고 보니. 역시 전문가가 보는 눈은 다르다는 생각이다. 신윤복의 그림에서는 해학과 애정행각이 더 친숙한 소재이다. 양반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기도 하지만, 이는 그 부조리를 노골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꼬집을 뿐이지, 제3자의 곱지않은 시선 등은 그의 그림엔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으로 비추어 볼 때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승리이다. 물론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를 쓴 저자를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 분의 우리 옛 그림에 있는 음식에 관한 설명은 단연 으뜸이다.

그림 하나를 제대로 바라 보는 것, 이처럼 힘들다. 그래서 전문가는 다르다.

고 오주석씨의 책은 하나하나 깊이가 있다면, 이 책은 폭 넓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이력을 가지신 분 답게  단순히 회화 작품만이 아닌 불상, 탑, 토기, 도자기, 건축, 공예, 등 진정한 ’한국의 미’를 포괄적으로 다룬 책이다. 난 이제서야 김홍도, 신윤복에서 시작하여 정선, 심사정으로 관심사가 옮겨가는 중이다. 그래도 아직 조선 후기 회화 작품에 한정되어 있는데, 이런 나의 관심사를 폭 넓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이 책의 원글은 방대한 저작물이라고 한다. 고 최순우 선생의 좀 더 깊이 있는 혜안을 느껴 보고 싶다면 응당 그 자료도 읽어 보아야하지 않을까?

우리 옛 것에 대한 깊은 애정이 글을 안 쓰시고는 못 베기게 한 것은 아닐런지. 그리 보는 이유는 그 분 글의 단어 선택 하나하나에서 그것이 확연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빠르게 술술 보는 책이 아니다. 글을 읽는 시간보다 중간중간 상념에 잠기는 시간이 더 많게끔 읽어야 하는 책이다. 시끄럽고 바쁜 전철 속에서도 이 책을 보는 당신의 눈에서 마음으로 이 책의 여유로움이 전달되어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빠져든거다, 한국의 아름다움에.

나에게도 맞수가 있었다. 난 2인자였고, 그는 1인자였다. 2인자의 자리에서 3인자의 자리로 내려 앉은 적이 두 번 있었고, 1인자의 자리를 차지한 적도 한 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세월을 2인자의 입장에서 1인자와 경쟁하는 구도였는데, 잠시 1인자로 군림했던 1년 정도의 기간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느낌이었고, 그 느낌을 한 번 더 맛보고 싶다. 지금은 자리를 옮겨 그와 경쟁하는 입장이 아니지만.

특이한 기억은 내가 한참 2인자였을 때, 다른 누군가가 급성장하여 1인자가 되어 나의 라이벌이 2인자가 되는 걸 보고 고소해 했던 것이다. 나는 물론 이 때문에 3인자로 내려 갔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것이 진정한 라이벌과의 경쟁의식인가? 지나고 난 뒤 생각하니 아무튼 재미있다.

페어플래이를 하는 라이벌이 있는 사람은 인복이 있는게다. 내 주변을 보면 정당치 않은 방법을 써서 1인자가 되는 사람들 때문에 나의 친한 동료가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많이 목격해왔다. 하지만 그 상대가 페이플레이를 하는지 사기를 치는지는 그 일이 벌어지고 있는 당시에는 구분 못 한다. 이를 객관적 시각에서 보려면 시간이 흘러야만한다.

자신의 지위를 빼앗은 상대 경쟁자를 처음에는 인정 못한다. 분명 이상한 술수를 써서 실력 이외의 것으로 자신을 이겼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나중에야 그를 인정한다. 그 인정하는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다시 그 지위를 되찾아 오게될 확률이 높아진다. 경험에서 우러난 말이다. 그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게 되면 그를 끝까지 따라갈 수 없게된다. 이 역시 주변에서 많이 봐 오던 바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라이벌 기업들 간의 한판 승부를 재미있는 필체로 소개한 책이다. 책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하나의 소재로 깊게 파고 들은 책과, 하나의 주제이지만 다양한 소재로 깊지는 않지만 넓은 시각을 주는 책이있다. 이 책은 후자이다. 사실 나는 전자를 원했지만, 이 정도의 책도 나쁘지 않다.

소녀시대의 선전에도 박수를 쳐 주고 싶고, 원더걸스의 미국진출에도 응원을 보낸다. 이 두 그룹이 등장했을 당시, 핑클과 SES이후 이렇다 할 여성그룹이 없는 상황에서 30-40대 남자를 대상으로하는 마켓에 비집고 들어왔다는 인상을 주었다. 거의 동시에 두 개의 그룹이 혜성처럼 왔으니, 그 경쟁이 치열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원더걸스의 미국진출 뉴스를 접하고, 다양하게 이 두 그룹이 활동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로 상생, 경쟁하면서 성장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10년 이상 장수 하면서 서로 클 수 있기를 바란다.

’게임의 룰 전환 법칙’에 소개된 영상통화 대전인 ’show’와 ’생각대로T’의 경쟁에 관한 이야기. 만년 2등이 어떻게 게임을 룰을 바꾸어 1등을 탈환 하는지에 관한 스토리다. ’쑈를 해라 show’광고가 엄청 진행되고 있을 당시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었기는 했지만, 이것이 ’게임의 룰 전환 법칙’이라는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것이 카드/은행/라면 회사에도 적용 할  수 있는 법칙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서이다.

워낙에 방대한 기업이 등장하여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차분히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나만의 기업가 정신을 체계화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초등학생 때, (아니 그 시절에는 국민학생이다.) 안동민 선생이 번역한 ’사후세계’라는 책을 우연히 할머니 댁에서 읽고 감명을 받은 나머지 엄마 아빠께, 전생이 있음을 주장했던 적이 있다. 나의 주장이 먹혀들어가지 않아서 울고 있는 나를 혼내시면서 하셨던 말씀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은 그저 자신이 믿는 것이고, 그걸 남에게 믿으라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때 깨달았다, ’종교 문제는 민감하니 왠만하면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나중에 고등학생 때, 우연히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쑈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이 결혼을 하려하면 집안의 반대가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역감정이란 것을 몰랐던 순진한 서울 학생이 받던 충격과 유사하다. 종교문제와 지역감정 문제 등은 당사자가 있을 때는 꺼내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나에게 비친 리처드 도킨스, 그는 영국의 진중권이다. 일목요연한 논리, 성역 없는 주장, 끊임없는 사고, 그는 시대의 지성이다. 인터파크에서 유명인들의 추천책 코너에서 진중권 교수가 꼽은 추천 서적에 이 책이 있다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기독교인이 이 책을 읽는 다면 상당히 불쾌할만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의 대다수 기독교계가 저지르는 잘못된 행태를 (자식에게 교회 세습, 대기업화 된 교회 운영, 단군상을 훼손하는 행위, 아프칸으로의 선교활동,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벌이는 부모가 지옥불에 떨어진다는 협박을 이용한 선교 할동 등) 보아왔지만, 내 자신 강하게 이를 비판하지는 못하였다.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러한 일들은 그것의 해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편 통쾌하고, 한편 씁쓸하다.

나방이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자살 행위가 빛을 따라가는 오래된 그들의 유전자의 명령의 부산물로 보듯, 종교도 인간 유전자가 명령하는 무언가의 부산물로 보는 부분에서는 감탄사가 나왔다. 상당히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살만한 발언이지만 말이다.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는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아인시타인이 기독교 인들에 의해 광고되고 무신론자인 히틀러가 얼마나 많은 죄악을 저질렀는가를 주장하는 종교인들의 말을 그는 반박한다. 사실은 아인시타인은 무신론자이고 히틀러는 공공연하게 카톨릭이라 스스로를 밝히고 예수를 죽인 유대인들을 몰살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가 진정 카톨릭이었는지 아니면 원래는 무신론자인데 종교를 이용하여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종교가 그 동안 인류가 겪은 비극의 씨앗임을 밝힌다.

종교가 가지고 있는 동일민족에 대한 사랑과 다른 민족에 대한 살인도 용납하는 교리를 파헤치고, 이는 이슬람이건 기독교이건 마찬가지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오히려 인간의 도덕심을 배양하는 데에 있어 종교는 그 반대의 역할을 해 온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인간의 도덕심의 향상은 종교 이외의 것임을 이야기 한다.

안철수교수가 박경철씨 (필명:시골의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으로 논쟁을 벌이는 것은 머리 나쁜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왜 여기서 그의 말이 떠오를까? 종교와 상관없는 정치 얘기가 여기서 왜 떠 오를까? 자라온 가정환경이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결정짓는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미 말콤 글래드웰의 책에서나 최근의 뇌과학, 사회심리학 서적에서 공통으로 밝혀온 내용이다. 인간 개인의 자유의지보다 가정적, 사회적 환경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그 개인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지역감정 문제, 진보vs.보수, 기독교와 불교의 대립. 당신은 각각 어느 쪽인가?

어쨌거나 이미 난 ’이기적유전자’와 ’눈먼 시계공’ 주문해 놓았다. 그리고 조만간 공교롭게도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옥스퍼드 대학 교수인 ’조애나 맥그라스’가 쓴 ’도킨스의 망상’이란 책도 주문 할 듯 하다. 지성인들끼리 벌이는 싸움, 재미있다. 그래도 난 도킨스에게 손을 들어 주고 싶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