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서거 하시고 오늘 그 일기의 일부가 공개 되었다. 나의 눈을 가장 끈 부분은 "아내와 드라이브 갔다. 요즘 아내와의 관계는 최고로 좋다."는 부분이다. 어떠한 인생을 살았건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에게는  황혼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황혼기에 나도 그런 평안한 여생을 살다 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루어 놓은 것이 많으면 평온하고 편안한 여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이루어 놓은 것이 없으면 아쉬움의 짐을 어깨에 지고 살게될 것이다.

며칠 전 친 할아버지께서 96세로 생을 마감하셨다. 이에 저 멀리 지방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올라 오셨는데, 장례식장에서 나의 이모들이 오셨다. 원래 집안은 서울이었으나 아버지가 지방으로 가시는 바람에 이제 삶의 터전은 서울이 아니시다. 그리고 물론 이모들은 서울에서 사신다. 며칠 뒤 다시 집으로 내려 가시겠다는 어머니를 붙잡아서 이모들과 한바탕 여기저기 돌아다니셨나보다. 이모들 세 분 모두 요 몇 년 사이 이모부를 여의시고 성장한 자손 바라보며 홀로 사시는 중이셨다. 이제 어머니마저 시아버지 신경 써 드리는 일에서 벗어나신 꼴인데, 아버지의 허락을 얻어, 이에 이모들과 오랜만에 회포를 푸셨나보다. 가정이나 집안에 여러 맡은 일들을 떨구어내어 홀가분하게 된 어머니와 이모들. 이제 다시 소녀시절로 돌아가서 한 이불에서 자매끼리 수다떨며 지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 눈물이 난다. 이제야 짐을 벗고 다시 자매끼리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그 분들을 보며, 나의 황혼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본다.

그것이 인생인가? 결국은 황혼기에 평안하게 사는 것이 제일로 잘 산 인생인 것을.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오랜 친구와, 형제자매와, 배우자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커피마시며 집에서 이야기나 나누는 그것이 행복한 인생인 것을. 돈이 많으면 그 돈을 차지하려는 며느리와 자식들간의 싸움이 분명 있을 것이고, 적이 많으면 가만히 있어도 귀가 간지러울 것이고, 죄가 많으면 산사람 죽은사람 찾아다녀 사죄하며 다닐 것이니, 뭐든 적당한 것이 제일 좋은 것을.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서전을 어느 정도 끝내신 상황이고, 이루어 놓은 것도 많으시고, 물론 아쉬움이 없으실까만은, 그래도 참 인생을 잘 사신 분이다. 소설보다도 더욱 소설같은 인생이었지만, 황혼기에 이희호 여사와 다정하게 하루하루 보내셨으니 이제 천국에 가셔서도 많은 아쉬움이 남지는 않으실게다.

할아버지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뒤로 갈 수록 이 책은 경제 관련 복잡한 법률적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법률을 찰흙 주무르듯 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다. 법률에 맞춰 변호를 하는 곳이 아닌, 법률 발의에서부터 교묘히 이를 피해가는 법, 법률에 근거한 판사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떡 주므르듯 하는 곳이 김앤장이다.

난 털면 먼지 난다. 김앤장은 털면 난지도가 모자르다. 그래서 난 잡혀가고 김앤장은 절대 안 잡힌다. 자고로 먼지나는 이는 잡혀가고 쓰레기 우수수 쌓이는 이는 안 잡혀가는 법이다. 몇 명을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수 백만을 죽이면 정복자이기 때문인 것과 일맥상통하다. 그래서 난 이 글을 쓰는 것조차 두렵다. 소송과 화의에 관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명예회손’이라는 항의가 들어오면 난 이 글을 슬며시 삭제해야한다. 당연히 삭제 할 것이다. 난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난 ’명예훼손’을 ’명예회손’이라고 썼을 정도로 어수룩하고 약한 사람이다. (쓴 뒤에 발견했다.)

삼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어왔다면 김앤장은 역설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시절 각종 기업의 화의, M&A 등에 관한 혼란스러운 과정을 통해 최근 급속도로 성장했다는 내용이 있다. 김앤장의 정확한 매출, 직원 수, 사무실 위치, 규모 등도 기자가 힘겹게 추측, 취재해야만 알 수 있다하니 ’안 보이는 권력’의 무서움이 더욱 증가한다. 오죽하면 김앤장을 비판하는 이 책의 내용도 김앤장 홈페이지에서 주요 정보를 찾아야 했겠는가.

공정거래위원회 서동임 상임위원은 공정위 상임위원으로서 주심을 맡아 과징금을 부과하고는, 곧바로 퇴직해서 과징금 부과 불복 소송을 진행하던 김앤장에 들어간다. (p.107)


    [한국 사회 철의 삼각동맹]

            법률 엘리트
            /               | 
투기 자본    ---     정부 관료     (p. 143)



모두가 한통속이다. 기득권은 기득권 유지가 지상과제이다. 조선시대 노론 때 부터 이어온 정신이다.

근데 좀 너무 하다 싶다.

싱가폴에서 인도네시아로 넘어가는 국경 입국대에서 여권의 한 페이지 정도 차지하는 입국환인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여권에 여분의 페이지가 없었다. 입국불가다. 이에 출입국 관리소 직원이 조용히 따로 방으로 불러 뇌물을 요구한다. 뇌물을 주면서도 "역시 후진국에서는 와이로를 먹여야 일이 돌아가는군."이라고 생각한다. 와이프가 얼마전 경험했던 일이다. 미국내에서도 이런 후진국형 뇌물이나 권력 구조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해 보았는가?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시카고 흑인 빈민지역에서는 마약을 파는 갱단이 해당 마을 주민들을 보호하고 일정 금액을 상납 받는다. 경찰은? 경찰은 오히려 그 주민들을 괴롭힌다. 갱단이 자기네들보다 수입이 많은 것을 시샘하면서 가끔 갱단 두목 차를 강탈한다. 누가? 경찰이. 그렇다. 그들은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절대로 경찰이나 구급차를 안 부른다. 불러 봤자 삥이나 뜯기고 오지도 않는다. 그럼 그곳 치안은 누가 책임지는가? 갱단들이다. 그들에게 있어 갱단은 일정액의 상납금만 내면 안정된 돈벌이도 할 수 있게 해주고, 각종 민원을 해결해 준다. 간혹 주민과 갱단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면 이목이 있기 때문에 갱단은 그 주민을 개 패듯 팬다. 마치 촛불집회가 골치 아프니, 마구잡이로 연행, 폭행하여 본떼를 보여주어 잠잠하게 만들듯이 말이다. 그곳에선 갱단이 공권력이다. 그리고 경찰은 이를 묵인한다.

시카고 대학 사회학과 대학원생이었던 저자는 이들 갱들과 빈민 지역에서 10년 동안 그들의 신임을 얻고 같이 생활하면서 그들을 관찰한다. 덕분에 독특한 분야에 대한 살아있는 논문을 완성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책상에 앉아 눈문집이나 훑어 보면서 연구하는 사회학자의 길을 거부하고 직접 체험해 가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학을 연구하니, 진정한 괴짜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사회과학 서적으로 생각하고 이 책을 구입하였는데, 자신의 경험담 얘기만 잔뜩 늘어 놓으니, 그냥 소설책 같아 보였다.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난 '괴짜경제학'에서 보여준 독특한 시각을 통한 분석을 원했었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니 저자의 열정과 애정이 느껴졌고, 다 읽고난 지금 나는 그들만의 규율과 권력 체계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었다.

예전 미국 유학 시절, 내가 있던 버몬트에서 큰형이 사는 시카고로 차를 타고 가던 중, 오하이오주 어느 곳에선가 고속도로 공사때문에 중간에 어느 램프로 나와서 마을길로 지나간 뒤, 다른 램프로 다시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 마을은 온통 흑인들만 있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야 하는데,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의 그들에 관한 선입견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지만, 솔직히 떨렸다. 이제는 그런 마을을 어느 정도 이해 한다. 결국은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나름대로의 체계와 위계질서, 구조가 있는 것이다.